[기자수첩] 건설경제팀 원나래 기자

정부에서 KDI에 의뢰한 전력산업구조 개편 연구용역 발표가 있었던 이달은 폭염을 방불케할 만큼 업계를 뜨겁게 달궜다. 

한국전력과 발전 자회사들을 통합한다 안한다, 경쟁체제를 도입한다 안한다 등 참으로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더욱이 공청회 당일 현장에서는 한전 관계자들과 경주 주민들간의 몸싸움에 소화기까지 분사되면서 흡사 전쟁터를 방불케 할 정도로 극명한 대립이 계속돼 결국 공청회는 좌초됐다.

이런 상처(?)들을 남겼던 전력산업 구조개편 논의가 그동안 일은 모두 없었던 것처럼 마치 부메랑처럼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지식경제부는 한전과 한수원의 통합을 원자력발전 수출 문제를 보완하는 선에서 현 체제를 유지하는 것으로, 판매 부문 경쟁체제 도입도 유보되면서 무기한 연기시켰다.

이번 KDI의 연구용역 결과가 업계 저마다의 이해관계를 둘러싼 만큼 모두들 충족시키는 해답지 될 수 없음은 잘 안다. 결과 발표에 앞서 이러한 이해관계 당사자들끼리의 치열한 주판 튕기기 또한 누구나 예견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동안 공들여온 시간과 10억원의 국민 혈세를 투입해 나온 용역결과가 대대적인 변화보다는 현 체제를 보완하자는 ‘뜨뜻미지근한’ 결론이 도출됐다는 것은 이도 저도 아닌 뻔한 결론이라는 지적을 면할 수는 없을 것이다.

특히 용역결과 발표 이전까지 한전-한수원 통합은 기정사실이며 발전 5개사의 일부 통폐합에 의견이 모아졌던 불과 며칠 전 분위기와 달리, 정반대의 결론이 난 것도 여간 찝찝한 게 아니다.

이에 지경부는 용역결과가 10년 동안 논란이 된 전력산업 개편의 방향성을 제시했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는 '대인배(?)'같은 말로만 일갈했다.

하지만 과연 그 의미라는 것이 누구를 위한 것이며 불과 며칠 만에 정반대로 바뀐 결론도 누구의 힘에 밀려 정리된 것이냐는 의문이 남는다.

공청회에서 분사된 소화기는 공청회 중단을 통해 이해당사자들의 뜨거운 반론에 대한 급한 불은 껐지만, 계속되는 여론의 숨겨진 의혹의 불길은 끄지 못했다.

정부는 원전 수출의 경쟁력 강화할 뿐만 아니라 전력산업 발전과 국민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방안을 이번 기회를 통해 다시한번 신중하게 재정립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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