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0일은 문재인 대한민국 대통령이 지난 2017년 5월 10일 제19대 대한민국 대통령으로 취임한 이후 딱 중간지점을 넘어선 날이다. 5년 국정수행의 반환점을 찍고 다시 힘든 여정에 나선 날이다. 당시 취임사는 향후 5년 대통령으로서 국민에 대한 다짐인 동시에 국정을 이끌어가겠다는 목표가 담겨 있다.

때문에 그 반환점에서 취임사대로 다시 한번 초심을 잃지는 않았는지 돌아봐야 할 것이다. 문 대통령의 반환점 앞에는 전반부의 일부 시행착오를 추스르고 새롭게 풀어야 할 과제들까지 겹쳐 결코 녹녹지 않은 여정이 놓여있기 때문이다.

취임사에서 다짐했던 국정 목표를 실현하려면 이를 법으로 제도화하고 풀어야 하지만 국회는 여야대치로 한 치 앞을 가늠하기 어려운 정쟁만 남겼다. 20대 국회도 이번 정기국회로 마감된다. 내년 4월에 치러질 21대 국회 상황도 장담할 수 없다는 점에서 다짐은 있었지만, 입법화되지 않으면 실현되기 어려운 것 또한 현실이다.

그런 면에서 문 대통령이 지난 2017년 5월 10일 밝혔던 취임사를 살펴봤다. 문 대통령은 취임사 인사말에 이어 곧바로 “저는 오늘 대한민국 제19대 대통령으로서 새로운 대한민국을 향해 첫걸음을 내딛습니다”라는 ‘새로운 대한민국’을 선언하면서 “지금 제 가슴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열정으로 뜨겁습니다. 그리고 지금 제 머리는 통합과 공존의 새로운 세상을 열어갈 청사진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라는 희망의 메시지를 국민에게 내놨다.

이어 “많은 희생과 헌신을 감내하며 우리 젊은이들이 그토록 이루고 싶어 했던 나라입니다”라는 점도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현직 대통령의 탄핵과 구속 앞에서도 국민이 대한민국의 앞길을 열어주셨습니다. 우리 국민은 좌절하지 않고 오히려 이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승화시켜 마침내 오늘 새로운 세상을 열었습니다. 대한민국의 위대함은 국민의 위대함입니다”라고 국민에 대한 존경심을 표시했다. 또 “저를 지지하지 않았던 국민 한 분 한 분도 저의 국민이고, 우리의 국민으로 섬기겠습니다”라고 다짐했다.

이어지는 대통령의 취임사는 “힘들었던 지난 세월 국민은 이게 나라냐고 물었습니다. 대통령 문재인은 바로 그 질문에서 새로 시작하겠습니다. 오늘부터 나라를 나라답게 만드는 대통령이 되겠습니다”라고 밝히면서 “구시대의 잘못된 관행과 과감히 결별하겠습니다. 대통령부터 새로워지겠습니다”라고 몇 가지 주요 다짐을 언급했다.

지금의 청와대에서 나와 광화문 대통령 시대를 열고, 국민과 수시로 소통하는 대통령, 주요 사안은 대통령이 직접 언론에 브리핑하겠다는 소통 대통령이 되겠다고 밝혔다. 더 구체적인 조치로 퇴근길에는 시장에 들러 마주치는 시민들과 격의 없는 대화를 하고 때로는 광화문광장에서 대토론회를 열고, 대통령의 제왕적 권력을 최대한 나누고, 권력기관은 정치로부터 완전히 독립시키는 한편 그 어떤 권력기관도 무소불위 권력 행사를 하지 못하게 견제장치를 만들겠다는 국정 로드맵을 구체적으로 소개했다.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해서라면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하겠다”라면서 “한미동맹은 더욱 강화하는 한편 사드 문제 해결을 위해 미국 및 중국과 진지하게 협상하겠습니다”라며 사드 문제를 둘러싼 한중 긴장 관계를 풀겠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정치 분야에 대해 “분열과 갈등의 정치도 바꾸겠습니다. 보수와 진보의 갈등은 끝나야 합니다. 대통령이 나서서 직접 대화하겠습니다. 야당은 국정 운영의 동반자입니다. 대화를 정례화하고 수시로 만나겠습니다”라며 여야 정치권과도 허심탄회한 소통을 하겠다고 밝혔다.

한발 더 나아가 “저에 대한 지지 여부와 상관없이 유능한 인재를 삼고초려해 일을 맡기겠습니다”라는 점과 “나라 안팎으로 경제가 어렵습니다. 민생도 어렵습니다. 선거 과정에서 약속했듯이 무엇보다 먼저 일자리를 챙기겠습니다. 동시에 재벌개혁에도 앞장서겠습니다. 문재인 정부 하에서는 정경유착이란 낱말이 완전히 사라질 것입니다”라고 인재 구하기와 당면한 경제문제를 풀어가는 해법도 내놨다.

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정부에서는 '기회는 평등, 과정은 공정,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는 다짐도 했다. 끝에 “약속을 지키는 솔직한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선거 과정에서 제가 했던 약속들을 꼼꼼하게 챙기겠습니다. 불가능한 일을 하겠다고 큰소리치지 않겠습니다. 잘못한 일은 잘못했다고 말씀드리겠습니다. 거짓으로 불리한 여론을 덮지 않겠습니다. 공정한 대통령이 되겠습니다”라면서 “광화문 시대 대통령이 돼 국민과 가까운 곳에 있겠습니다. 따뜻한 대통령, 친구 같은 대통령으로 남겠습니다. 사랑하고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2017년 5월 10일 오늘 대한민국이 다시 시작합니다. 나라를 나라답게 만드는 대역사가 시작됩니다”로 대미를 장식했다.

임기반환점의 첫날에 굳이 취임사를 발췌해서 돌아본 것은 혹 취임사에서 벗어난 다짐이 있었다면 고치라는 뜻이다. 또 취임해보니 현실과 다짐 사이에서 국민의 정서에 괴리가 있었다면 국민과 소통해서 수습하는 게 도리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우리 국민은 마치 물이 배를 띄울 수도 있지만, 지난 박근혜 대통령 탄핵사태에서 보듯 배를 뒤엎을 수도 있다는 점을 애증을 통해 드러내 보였다. 국민을 이기는 대통령은 없다는 점을 임기 반환점을 도는 지금 시점에 다시 한번 새겨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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