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 제한에도 급변하는 방송·통신 환경 적시 대응" 인정
과기부·방통위 승인시 유료방송시장, 이통3사 중심 재편

▲ 공정위는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계열사까지 3개사)의 합병, LG유플러스의 CJ헬로 주식 취득건을 승인했다고 10일 밝혔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이 서울 중구 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서 기업결합 심사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인터넷(IP)TV업체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가 각각 유선방송사업자(SO) 티브로드, CJ헬로와 합치는 방송·통신업계 거대 기업결합 두건이 공정경쟁당국의 승인을 받았다.

'경쟁 제한' 요소도 있지만 급변하는 방송·통신환경을 고려해 기업결합을 승인했다는 평가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방송통신위원회 등 관계부처의 추가 승인으로 양사의 기업결합건이 모두 마무리되면 유료방송 시장에서도 이동통신 3사간의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계열사까지 3개사)의 합병, LG유플러스의 CJ헬로 주식 취득건을 승인했다고 10일 밝혔다.

앞서 3월 LG유플러스는 CJ헬로 발행주식 50%+1주를 CJ ENM으로부터 취득하는 계약을, 5월에는 SK텔레콤(SK브로드밴드 지분 100% 소유)과 태광그룹(티브로드 지분 79.7%) 등 결합 당사 회사들이 SK브로드밴드-티브로드 합병계약 사실을 각각 공정위에 신고했다.

공정위는 우선 SK브로드밴드-티브로드 건과 관련, 디지털 유료방송시장(디지털 케이블TV·IPTV·위성방송)과 8VSB시장(아날로그방송 가입자 상대 디지털방송 전송 서비스)에서 모두 이들의 결합으로 소수 기업의 영향력, 이른바 '시장 집중도'가 높아질 것으로 추정했다.

공정위 분석에 따르면 티브로드 23개 구역 가운데 결합 당사회사들이 지금도 1위인 5개 지역의 경우 2위와의 디지털 유료방송시장 점유율 격차가 18.3∼46.2%포인트까지 커지고 12개 지역에서는 새로 1위 사업자로 등극할 전망이다.

SO와 IPTV 사업자간 기업 결합으로 이종(異種) 플랫폼 사이 경쟁 압력이 줄면서 결합 후 SK브로드밴드측의 가격 인상, 채널 수 축소 등 경쟁 제한 행위 가능성도 예상됐다.

8VSB 시장에서도 지금까지 티브로드가 SK브로드밴드를 잠재적 경쟁자로 인식하고 가격 인상 등 시장지배력 행사를 자제했기 때문에 결합 이후 이런 경쟁이 제한될 것으로 관측됐다. LG유플러스-CJ헬로건의 경우 같은 이유로 8VSB시장에서 경쟁이 완화될 우려가 있지만 디지털 유료방송시장과 이동통신시장에 미칠 영향은 거의 없는 것으로 공정위는 판단했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이런 '경쟁 제한' 요소에도 불구하고 기업 결합을 승인한 배경에 대해 "방송·통신 융합 산업이 발전하는 대세를 수용하고 사업자들이 급변하는 기술·환경 변화에 적시에 대응할 수 있도록 승인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경쟁 제한' 효과가 분명한 만큼 소비자 피해를 막기 위해 공정위는 이번 결합 승인에 조건(시정조치)을 붙였다.

우선 결합 후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 모두 2022년 말까지 케이블TV 수신료를 물가상승률보다 높은 수준으로 올릴 수 없다. 8VSB 케이블 TV 가입자를 보호하기 위해 8VSB와 디지털 케이블TV 간 채널 격차를 줄이고 8VSB 케이블TV를 포함한 결합 상품 출시 방안을 수립해 시행해야 한다.

아울러 케이블TV 전체 채널 수, 소비자 선호 채널을 업체가 임의로 줄이거나 없앨 수 없고 저가형 상품으로의 전환이나 계약 연장을 거절하지 못하도록 했다. 반대로 비싼 고가형 방송상품으로의 전환을 강요하는 행위도 금지됐다.

이 시정조치의 기한은 2022년까지로 잡혔지만 유료방송시장 환경이 빠르게 변하는 만큼 공정위는 기업결합 후 1년이 지난 시점부터 업체로부터 시정조치 변경 요청을 받을 방침이다.

향후 과기부, 방통위 등 관계부처의 추가 승인으로 양사의 기업결합건이 완료되면 유료방송 시장도 크게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유료방송시장은 KT가 점유율 31.1%(KT스카이라이프 포함)로 압도적인 1위을 차지한 가운데 SK브로드밴드가 14.3%로 2위, CJ헬로가 12.6%로 3위, LG유플러스가 4위, 티브로드가 5위를 기록하고 있었다.

하지만 LG유플러스가 CJ헬로를 인수하면 합산 점유율이 24.5%로 2위로 오른다. SK텔레콤이 티브로드를 인수해 SK브로드밴드와 합병하면 점유율 23.9%로 3위가 되면서 이통사간의 경쟁이 유료방송시장에서도 재연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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