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9월말 기준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현황' 발표
64% 사익편취 위험 잠재…총수 일가 지주회사 지분 49.7%

▲ 전환집단 소속 지주회사의 총수 및 총수일가 평균 지분율(단위: %). 자료=공정거래위원회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재벌 그룹 가운데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경우라도 총수 일가가 여전히 170개에 이르는 계열사를 지주회사 체제 밖에서 직접 지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 절반 이상은 총수 일가의 사익에 악용될 위험이 잠재하고 지주회사 체제 재벌 그룹의 내부거래 비중은 일반 그룹보다 뚜렷하게 높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1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현황 분석'(지난 9월 말 기준)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지난 9월 현재 기업집단 전체가 지주회사 체제로 바뀐 대기업 집단(그룹)을 일컫는 '전환 집단'은 모두 23개로, 지난해(22개)보다 1개 줄었다. 전환집단 판단 기준은 대기업 집단 가운데 지주회사 및 소속 자·손자·증손회사의 자산총액합이 기업집단 소속 전체 회사 자산총액의 50% 이상인 경우다.

구체적으로는 1년 사이 롯데·효성·HDC 3개 대기업 집단이 지주회사 체제로 새로 전환했고 지주회사 체제 상태에서 애경이 대기업 집단에 새로 편입됐다. 반대로 메리츠금융·한진중공업·한솔은 전환집단에서 제외됐다.

23개 전환집단, 곧 '지주회사 체제 그룹' 중 총수가 있는 경우는 21개였다. 이들 전환집단의 지주회사에 대한 총수와 총수 일가(총수 포함)의 평균 지분율은 각 27.4%, 49.7%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시점의 28.2%, 44.8%와 비교하면 총수 지분율은 떨어졌지만 총수 일가 지분율은 오히려 다소 올랐다. 이는 새로 전환집단에 포함된 효성과 애경의 총수 지분율(각 9.4%·7.4%)이 상대적으로 낮은 반면 총수 일가 지분율(53.3%·45.9%)이 높기 때문이다.

전환집단은 전체 962개 계열사 중 760개를 지주회사 체제 안에 보유했다. 지주회사 편입률(지주회사 및 자·손자·증손회사 수/전체 계열사 수)은 79%로 조사됐다.

반대로 총수 일가가 지주회사 체제 밖에서 지배하는 계열사는 모두 170개로 확인됐다. 이 가운데 '사익편취 규제' 대상 회사는 81개, 이 규제의 사각지대에 있는 회사가 28개였다. 결국 170개 중 64%인 109개(81+28개)가 잠재적으로 총수 일가의 사익을 위해 악용될 위험에 놓여있는 셈이다.

박기흥 공정위 지주회사과장은 "전환집단의 체제 밖 계열사 중 절반 이상이 사익 편취 규제 대상이거나 사각지대에 있다는 것은, 이들 회사를 이용한 총수 일가의 지배력 확대, 경제력 집중 우려가 여전하다는 뜻"이라며 "예를 들어 지주회사 밖 계열사와 지주회사 내 계열사의 부당 내부거래 가능성 등이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사익편취 규제 대상 계열사 81개 가운데 9개의 경우 지주회사 체제 밖에서 지주회사 지분을 갖고 있었다. 해당 계열사(9개) 중 6개에서 총수 2세의 지분이 20% 이상이었다.

전환집단의 내부거래 비중은 평균 15.83%로, 지난해(17.16%)보다는 다소 줄었으나 일반집단(대기업 집단 59개 중 전환집단 제외) 평균(9.87%)과 비교하면 여전히 약 6%포인트 컸다.

9월 현재 공정거래법상 전체 지주회사는 173개로, 지난해 같은 시점과 같았다. 이 가운데 54.3%(94개)가 '자산 총액 1000억원 이상 5000억원 미만'의 중소 지주회사로, 이들은 중·장기적으로 자산총액 최소 규모 유예기간이 만료(2027년 6월 말)되면 지주회사에서 제외될 예정이다.

지주회사들의 평균 부채비율은 34.2%(일반지주 34.6%·금융지주 28.5%)로 법령상 부채비율(200% 이하)을 대부분 충족했다. 심지어 10개 중 9개(91.3%)의 부채비율은 100%를 밑돌았다.

173개 지주회사의 평균 자회사, 손자회사, 증손회사 수는 각 5.3개, 5.6개, 0.5개로 전년(5개·5.2개·0.5개)과 비교해 자·손자 회사 수가 늘었다. 전환집단 소속 지주회사만 보면 평균적으로 자회사, 손자회사, 증손회사를 각 10.9개, 19.3개, 2.8개씩 거느리고 있었다.

금융지주회사가 아닌 일반지주회사의 자회사, 손자회사에 대한 평균 지분율은 각각 72.7%, 82.5%로 집계됐다. 공정거래법상 지분율 기준(상장 20%·비상장 20% 이상)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지난해 같은 시점과 비교한 일반지주회사의 소속회사 지분율은 ▲상장 자회사 39.4→40.1% ▲비상장 자회사 82.7→85.5% ▲상장 손자회사 43→43.7% ▲비상장 손자회사 83.6→84.5% 등에서 모두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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