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어느때부터 매년 11월 11일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상대방에게 초콜릿 과자인 빼빼로를 주고받는 일종의 기념일이 됐다. 특히 젊은층과 연인들 사이에서는 빼빼로나 초콜릿을 선물로 주고받는 날로 어느새인가 정착했다.

초기에 롯데제과에서 생산한 빼빼로라는 초콜릿 과자가 '날씬'을 상징하는 1자 모양이 네 개가 겹친 11월 11일을 주고받는 날로 삼았다가 여기에 이야깃거리를 만들어 젊은 연인들 사이에 초콜릿을 서로 주고받는 날로 발전했다. 이날은 '농업인의 날'이라고 해서 이를 가래떡을 돌려서 쌀 소비를 촉진하자는 다양한 의견들도 나오고 있는 날이기도 하다. 기업이 특정일을 제품 마케팅에 활용, 이를 연인들의 사랑을 기념하는 증표로 초콜릿 과자와 초콜릿을 나누는 날로 발전시킨 것이다.

중국도 이날을 독신자의 날이라는 광군절(光棍節 빛나는 막대기)로 부른다. 홀로 있는 모습인 숫자 1이 여러 개 있다는 것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이를 중국의 전자상거래기업인 알리바바그룹이 지난 2009년에 미국판 할인행사인 블랙프라이데이에서 착안, 중국 최대 할인행사의 날로 정하면서 올해로 11회째를 맞이하고 있다. 11일 자정부터 24시간 동안 겨울철 입는 내복부터 수억∼수십억원짜리 집까지 인터넷 매물로 나온다. 이 것을 5억명 이상의 쇼핑객들이 인터넷과 스마트폰으로 실시간 쇼핑하는 날이 됐다.

알리바바를 포함한 진동 등 중국의 전자상거래 대표기업들의 광군제 행사에 세계 20만개 이상 브랜드들이 참여해 50조원 규모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50조원 이상의 매출이 단 하루 할인행사를 통해 이뤄진다.

개시부터 분초 단위 실시간으로 얼마나 빨리, 얼마나 많은 매출 경신을 했는지 전해져 그야말로 정보통신기술(ICT)의 현재를 보여주는 또 다른 이벤트인 셈이다. 미국 블랙프라이데이가 백화점 개점 문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줄 서는 모습으로 대변되는 것과 달리 중국은 전자상거래를 통해 ICT 강국임을 과시한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 저장성 항저우 알리바바 본사의 프레스룸 화면에 '11·11(쌍 십일) 쇼핑 축제'가 11일 오전 0시에 시작되고 나서 타오바오(淘寶), 티몰, 티몰 글로벌, 허마셴성을 비롯한 알리바바그룹 산하의 여러 전자상거래 인터넷 플랫폼에서는 수억명의 구매자들이 몰려들어 축제 개시 1분 36초 만에 거래액이 100억위안(약 1조6566억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같은 금액이 거래되는 데 2분 5초가 걸렸는데 기록이 앞당겨졌다는 등의 소식을 발빠르게 전하며 소비를 축제처럼 알리고 있다.

알리바바의 11·11 쇼핑 축제에서 20만개 브랜드, 100만개 이상의 새 할인 상품들은 화장품, 의류, 가구, 장난감 등 일반적인 소비 상품에서부터 상하이 디즈니랜드 입장권, 도쿄 올림픽 표가 포함된 고가의 일본 여행 패키지 상품, 주택까지 다양하게 선보였다. 홈쇼핑 채널처럼 판매자 수만명이 동영상 라이브 방송을 하면서 소비자들에게 물건을 판매했다. 또 여기에 참여한 해외 브랜드인 에스티로더 등 화장품 회사는 온라인 매장에서 증강현실(AR) 기능을 도입해 소비자들의 얼굴 사진 위에 립스틱 등의 제품을 실제로 발라보는 것 같은 효과를 체험하게 했다.

해외 직접 구매 순위에서 우리나라 제품도 2017년에는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THAAD) 배치 여파로 5위로 밀려났다가 지난해에는 다시 3위로 올라서 실적을 회복했다. 이번 광군절에도 한국 상품의 활약이 한 몫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가 주목하고자 하는 것은 광군절 전후 중국이 선보이는 빅데이터를 다루는 기술이다.

하루 매출 50조원이 넘는 거래 대폭발에서 알리바바가 지급 결제와 배송 시스템에서 한 치 오차도 없이 정보를 처리하고 데이터를 관리하는 능력을 눈여겨 봐야 한다. 알리바바와 진동 등 전자상거래기업이 금융회사고 데이터를 처리하는 정보통신기업(D-ICT)이자 인공지능(AI), 로봇 기술 회사라는 점이다. 모든 결제는 알리페이로 끝내고 현금도 신용카드도 필요 없는 ‘캐시 리스(cashless)’ 사회를 중국이 주도하고 있고, 모든 소비자의 소비 행태를 빅데이터 화하고 있다.

이미 알리바바는 지난 2017년에 초당 32만5000건의 주문과 25만6000건의 지급 결제를 아무 문제 없이 처리했고, 택배처리능력 또한 최초 배송은 12분 18초 만에 이뤄져 역대 최단시간을 기록한 바 있다. 그리고 300만명의 택배기사가 고용되었고 8억1200만개의 택배 물량이 생겨나 고용과 일자리 창출 뿐만 아니라 글로벌 네트워크로 전 세계 각지 220여 지역으로부터 주문을 연결했다.

데이터(Data), 네트워크(Network), 인공지능(AI)이 결합한 4차산업혁명 시대 소위 DNA(Data Network, AI) 시대를 중국이 주도하고 있는 모습이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초로 5세대 이동통신(5G) 기술을 선보였지만 이를 활용해서 상품과 고용을 창출하는 데는 중국이 앞서가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는 규제로 발이 묶여 우물쭈물하는 사이 중국은 이미 모든 결제를 스마트폰으로 하는 무현금(cashless) 사회를 만들었고, 핀테크를 주도하고 있다.

이를 통해 중국은 연간 670만개의 기업이 창업하고, 창업기업의 80%가 인터넷과 서비스업종의 ‘앱 시대’를 선도하며 1361만개의 일자리를 만들고 있다는 점이다.

같은 날이라도 우리에겐 초콜릿의 달콤함을 체험하는 빼빼로데이지만, 중국은 4차산업혁명을 현장에서 체험하게 하는 극과 극의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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