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피해구제 길 열리나…日정부 출석안해 '주권면제' 여부 쟁점

[일간투데이 권희진 기자] 일본 정부를 상대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재판이 3년만에 처음으로 열렸다.

13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5부(유석동 부장판사)는 고(故) 곽예남 할머니 등 피해자와 유족 20명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소송의 첫 변론기일을 열었다.

이 소송은 2016년 12월에 제기됐으나 일본 정부 측의 송달 거부로 재판이 지연돼 그동안 재판이 열리지 못했다. 법원행정처가 소송 당사자인 일본 정부에 소장을 송달했지만 일본 정부가 이를 여러 차례 이를 반송했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헤이그협약을 근거로 소장 송달을 거부했다. 헤이그협약은 한국과 일본이 모두 가입한 것으로 '자국의 주권 또는 안보를 침해할 것이라고 판단하는 경우'에 한해 송달을 거부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이에 법원은 공시송달 절차를 진행했고 3년 만에 재판을 진행했다.

공시송달이란 소송 상대방의 주소를 알 수 없거나 서류를 받지 않고 재판에 불응하는 경우 법원 게시판이나 관보 등에 게재하면, 내용이 전달된 것으로 간주하는 제도다.

이로써 재판은 진행됐지만 문제는 일본 정부 측의 태도다. 일본 정부 측은 이날 재판에 출석하지 않았다.

만약 공시송달이 된 경우 피고인 일본 정부가가 재판에 출석하지 않으면 상대방의 주장을 인정한다고 보는 '자백 간주'가 적용되지는 않는다.

이는 재판을 거부하는 일본 정부의 '자백'이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재판부는 위안부 피해자들의 주장을 검토한 후 결론을 내리게 된다.

결국 이 재판의 쟁점은 '주권면제' 여부다.

주권면제란 한 주권국가에 대해 다른 나라가 자국의 국내법을 적용해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원칙이다.

이에 대해 위안부 피해자들은 과거 일본 정부의 행위가 한국 영토에서 행해졌고 이에 대한 불법성이 크기 때문에 주권면제 원칙이 성립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인권단체인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도 지난 12일 "국제법상 한국 법원에서 일본 정부를 상대로 배상을 청구할 권리는 주권면제, 청구권협정, 시효 등의 절차적 이유로 제한될 수 없다"는 내용 등을 담은 법률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한 바 있다.

현재 법원에는 이 사건 외에도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소송이 1건 더 계류돼 있다. 당시 피해자들은 손해배상 청구 조정을 신청했으나 일본 정부가 조정에 응하지 않아 정식 소송을 요청했지만 한 차례도 재판이 열리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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