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상승률 고려하면 실질금리 낮지 않아

[일간투데이 허우영 기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역대 최저수준으로 낮췄으나 물가상승률을 고려한 실질 기준금리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상위권에 속했다.

18일 OECD와 국제결제은행(BIS) 등에 따르면 지난달 한국의 실질 기준금리(명목 기준금리-근원물가 상승률)는 연 0.65%다. 이는 10월 물가상승률이 집계된 OECD 27개 회원국 중 터키(5.2%), 멕시코(4.25%) 다음에 해당한다.

지난달 한국은행은 경기 부양을 위해 기준금리를 연 1.50%에서 1.25%로 내리며 명목 기준금리는 역대 최저수준을 기록했다. 하지만 10월 근원물가(식료품 및 에너지제외지수) 상승률은 0.6%로 실질 기준금리는 상대적으로 높게 나왔다.

명목 기준금리가 한국과 같아도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실질 기준금리는 0 이하였다. 미국은 기준금리가 1.50∼1.75%로 한국보다 높지만 근원물가 상승률(2.3%)을 고려한 실질 기준금리는 마이너스(-)다. 명목 기준금리가 1.50%인 노르웨이도 물가 상승률은 2.7%로 실질 기준금리는 -1.2%였다.

27개국 중 실질 기준금리가 0 이상인 곳은 터키, 멕시코, 한국, 아이슬란드(0.15%)뿐이다. 아이슬란드는 명목 기준금리가 3.25%, 근원물가 상승률이 3.1%로 고금리·고물가인 나라다.

이와 달리 한은이 기준금리를 역대 최저인 1.25%로 내린 2016년 6월에는 우리나라의 실질금리가 낮았었다. 그해 6월 한국의 실질 기준금리는 -0.85%로, 34개 조사 대상국 가운데 16번째로 높았다. 명목 기준금리가 지금과 같은데 실질 기준금리가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은 당시 근원물가 상승률이 2.1%로 높았기 때문이다.

이러자 기준금리는 역대 최저수준으로 낮췄으나 실질 기준금리는 경기부양에 부족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저물가로 인해 실질 기준금리가 높아 기업들이 투자를 꺼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소영 서울대 교수는 "한국의 실질 기준금리는 다른 나라에 비해 훨씬 긴축적"이라며 "실질금리가 낮아야 기업 투자가 늘고 경기 부양 효과도 나타난다"고 진단했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업은 자금 조달, 투자에 관한 의사결정을 내릴 때 실질금리를 고려하게 된다"며 "(지난 2016년처럼) 고물가에 화폐가치가 떨어질 때는 빚 부담이 크지 않지만 지금은 과거와 다른 상황"이라며 체감 금리 수준이 과거보다 높다고 분석했다.

한편, 지난 9월말 예금은행의 정기적금 잔액은 35조1551억원으로 1년 전보다 6.3% 늘었고, 증가율은 2014년 6월(7.0%) 이후 최고수준을 기록했다. 한국의 실질 기준금리가 마이너스였던 2016년 6월에는 정기적금 잔액이 전년 동기 대비 6.0%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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