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렌 CEO, "STEM·창의성 교육 통해 기술 선용할 수 있어야"
"국제기구 만들어 초인공지능 거번너스 체제 구축해야"

▲ 제롬 글렌(Jerome Glenn) 미국 밀레니엄 프로젝트 최고경영인(CEO)은 19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인공지능(AI)이 만드는 경제·사회의 미래'라는 주제로 강연을 했다. 사진=세계경제연구원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인공지능,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등이 융·복합되는 4차산업혁명시대에 신기술로 인한 정치·사회적 갈등을 줄이고 인류를 위해 선용될 수 있도록 기본소득체제를 구축하고 창의성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초인공지능으로 인한 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세계 각국 정부, 국제기구, 기업, 대학, 비정부기구 등이 참여하는 거버넌스 체제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제롬 글렌(Jerome Glenn) 미국 밀레니엄 프로젝트 최고경영인(CEO)은 19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세계경제연구원이 주최한 '인공지능(AI)이 만드는 경제·사회의 미래'라는 주제의 강연에서 이같이 밝혔다.

글렌 CEO는 미래에 다가올 기술과 현상에 대해 연구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퓨처링'(futuring)이라는 신조어를 만들 정도로 세계적으로 저명한 미래학자다. 미래연구 싱크탱크인 '밀레니엄프로젝트'를 공동 창업했다. 밀레니엄프로젝트는 지속가능한 성장과 기후변화 등 인류가 풀어야 할 15가지 미래 과제를 연구하는 비영리기관이다.

이날 글렌 CEO는 "인류는 현재 부의 집중에 따른 소득 양극화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높은 자본과 기술의 수익률로 작업 현장에서 노동이 사라지면서 고용 없는 성장, 만성적이고 구조화된 실업이 '일상'(business as usual)이 되는 세상으로 가고 있다"면서도 "인공지능, 로봇공학, 빅데이터, 클라우드, 드론,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등 4차산업혁명기술의 융·복합을 통해 이제까지와 다른 새로운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인류가 이러한 신기술의 융·복합으로 인해 직면할 미래상으로 ▲잡동사니 가방(Mixed Bag) 모형 ▲정치·경제적 격변(Political·Economic Turmoil) 모형 ▲자아실현 경제(Self-Actualizing Economy) 모형 등 세가지를 제시했다.

그는 "잡동사니 가방 모형은 기술 발전과 함께 인간의 어리석음(stupidity)도 같이 가는 모형으로 바이오 기술 등 선진기술 산업부문은 고용이 늘어나지만 정부가 장기 전략을 내놓지 못한 부문에서는 고실업이 만연하게 된다"며 "이 모형에서는 거대 기업이 정부 통제를 벗어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정치·경제적 격변 모형에서는 빠르면 2030년경 활성화될 범용인공지능(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인간이 할 수 있는 어떤 지적인 작업도 수행할 수 있는 인공지능)의 충격으로 실업률은 현재 10% 수준에서 50%로 급등할 것이고 세계 정부·금융시스템이 갈수록 심화되는 고령화에 대응하지 못함으로써 재정·금융위기를 맞을 수 있다"며 "정치적·경제적·환경적 이유로 글로벌 이주가 진행되면서 인종적 갈등이 심화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정보격차로 사회가 더욱 더 양극화된 가운데 정파간 정쟁으로 인한 정치적 교착으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당국자들의 의사결정은 어렵게 될 것"이라며 "국가의 무능 속에서 막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인력과 정보를 독점한 거대회사, 조직범죄집단, 테러집단이 그 자리를 대신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마지막으로 "자아실현 경제 모형에서는 정부가 범용인공지능에 따른 실업에 대응해 기본소득 체제를 구축하고 STEM(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and Math·과학, 기술, 공학, 수학) 교육을 강화함으로써 발달된 범용인공지능을 인류의 자아실현을 위해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초인공지능은 핵무기처럼 위험한 만큼 국제원자력기구(IAEA) 같은 국제기구를 만들어 범용인공지능에 대한 국제적인 거버넌스 체제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글렌 CEO는 "과거 핵전쟁과 관련된 모든 시나리오들은 실제로 실현될 수 있는가 여부에 대한 정확성보다 비관적인 전망을 통해 인류에게 잘못된 일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경고의 의미가 컸다"며 "마찬가지로 인공지능에 대한 여러 가지 시나리오들도 낙관적인 전망을 하되 비관이라는 양념이 들어감으로써 그 유용성이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글렌 CEO는 "한국은 중국, 일본이라는 강대국에 둘러싸여 있기 때문에 생존을 위해서 항상 깨어 있고 과거 산업화를 통해 빠른 변화의 경험을 해봤기 때문에 인공지능에 대응한 빠른 변화의 필요성을 이해하고 있다"면서도 "국제적인 학력인증평가에서 한국처럼 높은 성적을 거두고 있지만 창의성을 강조하는 핀란드의 교육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한국 교육에 대한 조언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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