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사태 "굉장히 송구스럽다" 사과…부동산 문제 "우리 정부에서는 자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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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투데이 배상익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과의 대화'를 갖고 117분간 직접 질문에 답변하며 국민과 소통의 시간을 가졌다.

문 대통령은 19일 서울 상암동 MBC 사옥에서 '국민 패널' 300명을 만나 각종 현안에 대한 질문에 답변하며 앞으로의 국정방향을 설명했다.

문 대통령과 1953년생 동갑인 배철수씨의 사회로 입장 후 건강에 대한 담소를 9분가량 나눈 후 국민패널(토론자)들의 본격적인 질문이 시작됐다. 이와 함께 보조진행에 허일후·박연경 MBC 아나운서가 맡았다.

배씨는 "제가 40여 년째 방송생활을 하지만 이렇게 큰 환호를 받은 적 없다"고 인사하자 문 대통령은 "속으로는 날카로운 질문을 품고 있을지 모르죠"라고 농담을 건넸다.

문 대통령이 통상 행사장에 들어설 때 작곡가 김형석 씨가 만든 '미스터 프레지던트'가 연주됐던 것과 달리, 이날 행사에는 배씨가 고른 비틀스의 대표곡 'All You Need is Love'가 흘러나왔다.

배씨는 "제가 정치에 문외한이지만 우리 사회에서 가장 필요한 게 사랑이 아닐까"라며 "대통령과 모든 국민에게 사랑이 필요하다고 생각돼 선곡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비틀스가 사랑에 관한 노래를 많이 했는데 반전, 평화 등의 메시지로도 읽혔다"면서 "우리가 추구하는 평화도 잘 됐으면 좋겠다"고 대답했다.

이어 "사랑의 토대는 이해이고, 이해하려면 더 많은 소통이 필요하다"며 "오늘 그런 뜻을 담은 자리라는 의미도 느꼈다"고 덧붙였다.

이후 1만6000여명의 신청자 중 뽑힌 토론자들은 '타운홀 미팅' 형식으로 문 대통령을 가운데 두고 원형 계단식으로 둘러앉아 격의 없는 질문을 쏟아냈다.

이날 생방송으로 진행된 국민과의 대화에서는 '조국 사태', 한반도 평화, 소상공인·비정규직 문제, 부동산 문제, 다문화 가정 문제 등 다양한 주제의 다양한 질문이 쏟아졌다.

문 대통령은 첫 질문자로 지난 9월 충남 아산의 한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아들 김민식(9) 군을 잃은 엄마인 박초희 씨를 직접 지목했다.

민식이의 사진을 든 남편 옆에서 흐느끼며 마이크를 잡은 박씨는 "이런 슬픔이 없도록 아이들 이름으로 법안을 만들었지만 단 하나의 법도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했다"며 "어린이가 안전한 나라를 이뤄주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무거운 표정으로 질문을 듣던 문 대통령은 "어머니가 보시는 가운데 사고가 나서 더더욱 가슴이 무너질 것 같다"면서 "아이들의 안전이 훨씬 더 보호될 수 있게 정부와 지자체가 함께 최선을 다하겠다"고 대답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민식이 엄마'를 시작으로 패널 17명이 현장에서 던진 질문과 실시간 온라인 소통방에 올라온 질문 3개 등 모두 20개 질문에 대답했다.

또한 다문화 교육 교사, 다문화 가족 구성원, 민족사관고 1학년 남학생, 소상공인, 중증장애인, '워킹맘', 북한이탈주민, 일용직 노동자, 여자 중학생과 남자 대학원생 등 다양한 토론자가 질문을 쏟아냈다.

문 대통령은 고개를 끄덕이며 진지한 표정으로 질문을 청취했고, 질문 내용을 종이에 메모 하며 1시간가량 진행된 후에는 재킷을 벗고 와이셔츠에 넥타이를 맨 차림으로 진솔한 답변을 이어갔다.

소상공인의 어려움을 호소한 남성은 자신의 질문을 적은 것으로 보이는 종이를 문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치킨 집을 운영한다는 한 남성은 "평양 개선문 앞에 100평짜리 치킨 집을 만들었는데 정부가 막아서 망했다. 10년째 피해보상이나 실태조사가 한 번도 없었다"고 말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조국 사태'와 관련한 질문에 답변하면서 난감한 표정으로 "어…" 하며 잠시 주춤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인사 문제는 참으로 곤혹스럽다"며 "여러 번에 걸쳐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고 있어서 굉장히 송구스럽다"며 사과 했다.

또 "검찰이 잘못했을 경우 검찰의 잘못을 제대로 물을만한 아무런 제도적 장치가 없는데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도 반드시 필요하다"며 "검찰 내부 개혁에 대해서는 윤석열 검찰총장을 신뢰한다"고 밝혔다.

또 "검찰이 잘못했을 경우 검찰의 잘못을 제대로 물을만한 아무런 제도적 장치가 없는데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부동산 문제와 관련해서는 "우리 정부에서는 자신 있다고 장담하고 싶다"면서 "지금까지 부동산 가격을 잡지 못한 이유는 역대 정부가 부동산을 경기 부양 수단으로 활용해왔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건설경기만큼 고용 효과가 크고 단기간에 경기를 살리는 분야가 없으니 건설로 경기를 좋게 하려는 유혹을 받는데, 우리 정부는 성장률과 관련한 어려움을 겪어도 부동산을 경기 부양 수단으로 사용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에 대한 질문에는 "마지막 순간까지 종료 사태를 피할 수 있는 노력을 해나가겠다"면서 "우리의 안보에서 한미동맹이 핵심이지만 한미일간 안보 협력도 매우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안보상으로 (한국을) 신뢰할 수 없다고 하면서 군사 정보를 공유하자고 하면 모순되는 태도이지 않은가"라고 반문하며 "우리로서는 당연히 취해야 할 조치를 취했던 것"이라면서 지소미아 종료를 결정하게 된 원인은 일본 측이 제공했다는 기존의 입장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마무리 발언에서 "우리가 옳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고 같은 방향으로 계속 노력해나간다면 반드시 우리가 원하는 나라를 만들 수 있다는 확실한 믿음과 희망을 드릴 수 있다"며 "임기가 절반 지났을 수도 있고 절반 남았을 수도 있다. 저는 임기가 절반 남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종료 후에도 문 대통령은 토론자들의 밀려드는 '셀카 요청'에 연신 사진을 찍었다. 각종 호소문과 의견서도 전달받았다.

문 대통령은 '국민과의 대화' 공식 마무리 발언에 이어 또 한 번 마이크를 잡고 "방금 인사한 분 가운데 독도 헬기 사고로 아직 찾지 못한 실종자 가족도 계셨다. 정말 최선을 다하겠다"며 "그중 소방대원 한 분은 헝가리 다뉴브강 사고 때 수색 작업에 종사했는데, 이번에 안타깝게 희생자가 되셨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어 첫 질문자로 지목한 민식 군 부모를 또다시 거론하며 "다시 한 번 위로 말씀을 드리고, 함께 노력해 나가겠다"고 했다.

각본 없이 생방송으로 진행된 국민과의 대화는 '생생한 소통'이 부각되면서 국민과 공감하려는 문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사전에 질문자를 정하지 않고 생중계를 진행했다는 측면에서 집권 후반기 국정운영의 기조를 볼 수 있었다는 분석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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