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인력충원 근거없어, 제시전까진 검토불가"
역사마다 '운행중지 열차 목록'안내
시민들, 표 못 구해 발 동동
코레일, 대체 인력 투입…자동발권기로 승객들 안내

[일간투데이 권희진 기자] 철도노조의 무기한 총파업이 20일 오전 9시부터 시작되면서 열차 감축에 따른 여파로 승객 불편이 현실화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철도노조가 인력충원에 대한 근거와 재원마련 방안 등을 제시하기 전까지는 협상에 나설 뜻이 없다는 강경한 입장이어서 파업이 장기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파업 첫날 출근시간대에는 수도권 전철 운행이 취소되지 않아 큰 혼란은 없었지만, 본격적으로 파업시작되는 둘째 날부터는 전국 주요 역에서 승객들이 크고 작은 불편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시민들은 코레일이 게시한 '운행중지 열차 목록'과 출발 안내 전광판을 유심히 살피기도 하고 원하는 시간대의 표를 구하지 못해 불편을 겪는 시민들도 있었다.

또 예매한 열차가 정상적으로 출발하는지 여부를 묻는 시민들이 매표창구나 안내소를 찾기도 했다.

특히 철도 노조의 파업을 미처 인지하지 못한 시민들은 매표 대기 시간이 길어지자 대체 교통편을 알아보는 등 곳곳에서 혼란이 발생했다.

부평역에서는 9시 7분 구로행 전동차를 시작으로 잇따르는 전동차들이 3∼5분씩 지연 도착해 출근길 시민들이 불편이 가중됐다.

특히 부평역이나 신도림 역 등 많은 인파가 환승하는 역에서는 배차 간격이 조금만 벌어져도 극심한 혼잡을 빚는 상황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평소에 원활한 발매 상황을 보인 부산역에서는 발권 창구에 긴 줄이 생겼고, 대전역에서는 장애인 전용 발권 창구 운영이 중단됐다.

코레일은 대체 인력을 투입해 자동발권기로 승객들을 안내했지만 이용객들의 불편이 해소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역사 전광판에는 '파업으로 일부 열차 운행이 중지된다'는 내용이 공지됐고, 같은 내용의 안내도 수시로 방송되는 등 전국 주요 기차역에서 승객과 철도 관계자 모두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주요 역들은 자동발매기 대신 스마트폰 앱 코레일톡을 이용해 달라는 현수막을 걸며 온라인 구매를 독려하는 한편 조속히 추가 대체 인력을 투입해 시민들의 불편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철도 파업이 장기화되면 열차뿐만 아니라 기타 교통 대란도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KTX와 광역전철, 새마을호·무궁화호 등 여객열차와 화물열차가 30∼70%가량 감축 운행하고 있다.

또 파업 기간 동안 기존 대비 31%로 줄어든 화물 운송에 차질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KTX 강릉선 화물 열차의 경우 하루 33회 운행에서 4회 운행으로 급감했다. 이는 코레일 측이 대체 인력을 여객열차에 집중적으로 투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물류 수송이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시멘트 업체의 타격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특히 대입과 관련해 논술과 면접고사 등을 앞둔 수험생이 철도를 이용해 타 지역에서 시험을 치룰 때, 불편이 초래될 것으로 전망돼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날부터 총파업에 들어간 전국철도노동조합은 총파업 출정식을 열고 4조2교대제 도입과 KTX-SRT 통합 등을 요구했다.

노조는 ▲4조 2교대 내년 시행을 위한 인력 4000명 충원 ▲총인건비 정상화(임금 4% 인상) ▲생명안전업무 정규직화와 자회사 처우 개선 ▲철도 공공성 강화를 위한 철도통합, 특히 SRT 운영사인 SR과의 연내 통합 등을 요구했다.

하지만 정부는 철도노조의 무기한 총파업과 관련해 사측이 인력 충원에 관한 산정 근거나 재원 대책 등 구체적인 내역을 제시하기 전까지 검토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김경욱 국토교통부 제2차관은 이날 오전 정부세종청사에 마련된 철도파업 대비 비상수송대책본부를 방문한 자리에서 "무작정 산정 근거나 재원 대책 없이 증원하면 국민 부담이 있다"며 "증원이 필요한 구체적인 내역, 산정 근거, 재원 대책이 함께 있어야 검토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김 차관은 이어 기자들과 만나 "노조는 4600명의 충원을 요구하고 사측에서는 1865명을 요구했는데 우리는 1865명에 대한 근거조차 하나도 없다"며 "이 방안이 국민에게 부담이 되는 것이면 현재로서는 검토 자체를 하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일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