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LG 등 국내 주요기업 생산 차질 '0'
"단기 한·일 통상협상 해결, 장기 韓 경쟁력 강화" 권고 나와

▲ 경기도 화성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라인. 사진=삼성전자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국내 반도체·디스플레이 업계가 일본의 우리나라에 대한 핵심소재 수출 규제와 화이트리스트(수출절차 간소화 우호국) 제외 조치에도 불구하고 생산 차질을 거의 빚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우리 정부의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의 '조건부 연기' 결정에 따라 진행될 양국 통상당국간 대화를 통해 수출규제 불확실성을 조속히 해소함과 동시에 우리 스스로 외부적 위험 노출을 최소화할 수 있는 소재·부품·장비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오고 있다.

24일 산업통상자원부와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등 국내 주요 반도체·디스플레이 업체는 지난 7월초 일본의 수출 규제 발표 이후 이에 따른 생산 차질이 전혀 발생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최근 정부에 전달했다.

당초 불화수소,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포토레지스트 등 3개 품목의 대일 의존도가 매우 높아 수출 규제가 2~3개월 이상 지속할 경우 생산라인 전면 중단 등 우리경제에 치명타를 안길 것이라는 우려가 '기우'(杞憂)에 그친 셈이다.

업계에서는 각 업체가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에 따라 이미 확보하고 있던 재고 물량의 생산라인 투입을 효율화하는 한편 이들 품목의 수입 채널을 유럽 등으로 다변화하고 국산화 노력도 병행한 게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한국 정부가 세계무역기구(WTO) 분쟁 절차에 돌입하면서 일본이 '부적절한 수출통제'라는 국제사회의 따가운 비판여론에서 벗어나기 위해 부분적으로나마 이들 품목에 대한 수출 허가를 잇따라 내준 것도 '숨통'을 틔워줬다.

삼성, SK, LG 등 복수의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4개 주요 대표 업체 가운데 일본의 수출규제로 인해 당초 예정된 생산물량을 채우지 못한 곳은 단 한 곳도 없는 것으로 안다"면서 "영향이 없었다기보다는 피해가 없도록 치밀하게 대응한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역으로 한국 정부 입장에서는 일본의 이번 수출 규제가 제조업 혁신을 위한 핵심 과제 가운데 하나인 '소재·부품·장비 산업의 자립화'를 추진하는 '촉매제'로 작용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난해 말 산업부가 '2019년 새해 업무 보고'를 통해 소재·부품·장비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올해 핵심 정책 과제로 제시했음에도 당시에는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으나 최근 들어 범국민적인 관심사로 떠오르면서 정책 추진에 탄력을 받게 됐다. 일본의 수출 규제를 계기로 '소재·부품·장비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특별조치법'이 지난 21일 국회 상임위를 통과하기도 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우리 정부의 지소미아 조건부 종료 연기 결정에도 불구하고 일본 정부가 3개 품목을 개별적으로 심사하고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한 조치도 유지한다는 방침을 밝힌 데 대해 '불확실성'은 여전하다고 우려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 생산 차질이 없다고 해서 앞으로 계속 없으리라는 보장은 없다"며 "한일 국장급 정책대화를 통해 수출 규제와 관련한 타결점을 찾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4차산업혁명시대 갈수록 심화되는 기술패권경쟁에서 자립을 확보하기 위한 기술경쟁력 강화의 필요성도 강조됐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지난 22일 '일본 수출규제 대응현황 및 소재·부품·장비 산업의 향후 과제'라는 보고서를 통해 "세계는 4차산업혁명의 진행 속에서 미·중간 기술패권경쟁이 장기화되고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는 상황에 놓여 있어 기술·산업·외교·안보 측면에서 전략적인 선택의 지혜를 필요로 한다"며 "소재·부품·장비 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단기 성과를 독촉하기보다는 근본적 문제 해결을 모색해야 한다. 향후 산업재편과정에서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소재·부품·장비 산업 경쟁력 제고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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