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0차 한·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 특별정상회의 및 제1회 한·메콩 정상회의가 25일부터 27일까지 부산에서 열린다.

이번 정상회의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국내에서 개최되는 최대 규모의 정상회의이자 문재인 정부에서 공을 들이고 있는 신남방정책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릴 수 있는 계기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들 아세안 국가들은 우리도 모르는 사이 우리나라와 중국에 이어 제2위 교역대상국으로 부상했다. 지난해 한국의 대(對) 아세안 교역 규모는 1597억달러로 중국(2450억달러)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미국보다 근소하게 앞서 우리에겐 소홀히 할 수 없는 또 더 격상시켜야 할 무역 상대국이 됐다.

한국의 10대 무역국 중 아세안 국가들에 해당하는 나라는 베트남(3위·8.9%), 인도(7위·2.9%), 싱가포르(8위·2.4%), 말레이시아(10위·1.7%) 등 4개국이다. 한국 무역에서 아세안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6년 9.7%에서 지난해 14.0%로 확대됐다.

한국의 아세안에 대한 수출은 지난해 1001억달러로 지난 1989년 이들 아세안 국가들과 무역통계를 집계한 이래 최대치를 기록했다. 무역수지도 지난 1989년 1억5000만달러 적자에서 올해 10월까지 326억달러 흑자로 역전됐다.

특히 베트남과의 교역이 급증함에 따라 59위 수출대상국에서 중국, 미국에 이어 3위로 부상했다.

한국과 아세안의 교역 규모가 대화 관계 수립 30년만에 무려 20배로 급증하면서 무역 뿐만 아니라 여타 부분에서도 동반자 길을 모색하고 있다.

최근 이들 아세안 국가 및 뉴질랜드, 호주 등과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타결을 계기로 교역은 물론 투자 확대의 기반도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들 국가와는 경제는 물론 근현대의 정치적 아픔을 함께 견디며 공유해 온 국가들이라는 점에서 향후 동반 성장을 함께해야 할 파트너이기 때문에 기대하는 바가 크다.

갑작스러운 현지 사정으로 불참하는 캄보디아를 제외한 아세안 10개국 중 9개국 정상이 문 대통령과 양국 정상회담이 예정된 만큼 정상 간 회담의 성과도 적지 않을 것 같다.

문 대통령은 지난 23일 리셴룽(李顯龍) 싱가포르 총리와 회담을 시작으로 24일 오전에는 청와대에서 하사날 볼키아 브루나이 국왕과 정상회담, 특별정상회의 개막일인 25일에는 쁘라윳 짠오차 태국 총리,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과 연쇄 정상회담 등 정상들과 28일까지 잇따라 얼굴을 맞댄다.

문 대통령은 메콩강 유역 국가들(라오스, 미얀마, 태국, 베트남) 정상과 함께 한·메콩 만찬에 어어 27일에는 제1차 한·메콩 정상회의 후 공동 언론발표를 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27일에는 서울로 이동해 응우옌 쑤언 베트남 총리와 정상회담 및 만찬, 이튿날인 28일에는 마하티르 빈 모하마드 말레이시아 총리와 서울에서 정상회담과 오찬도 한다.

서울과 부산에 이어 다시 서울에서 아세안 국가 정상 간 갖는 정상회담에서 실질적 협력과 성과가 이어져 신남방정책의 토대를 다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게 청와대 측 기대이다. 교역·투자 뿐만 아니라 인프라, 국방·방산, 농업, 보건, 개발 협력, 문화·인적교류 등 다양한 분야에서 양국의 관계를 한 단계 더 격상시키려는 폭넓고 심도 있게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우리 외교는 미국과 중국 틈에 끼어 운신의 폭이 좁아진 가운데 일본의 허를 찌르는 우리 수출 주력품목인 반도체 제조의 핵심 소재부품 규제 조치로 사면초가의 국면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도 현실이었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우리 외교도 어느 한 축이 균열을 초래했을 경우를 대비한 또 다른 축의 안전판을 확보한다는 거시적 전략의 계기가 돼야 한다.

교토삼굴(狡兎三窟, 꾀 많은 토끼는 굴을 세개 만든다)은 토끼에게만 해당하는 게 아니라 우리 외교가 주변 열강들에게 속수무책, 고립무원에서 발휘 해야 할 제3의 길, '플랜C' 대비책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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