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원, 새로운 규정 만들며 이세돌 출전 막아
알파고와 세기의 대국에서 값진 '1승'
은퇴기념으로 인공지능 '한돌'과 한판

[일간투데이 권희진 기자] 2016년 구글 딥마인드의 인공지능(AI) 알파고와 세기의 대국을 벌인 이세돌이 현역 은퇴를 선언했다.

이세돌은 지난 19일 한국기원에 사직서를 제출하면서 24년 4개월간의 프로기사 생활에 종지부를 찍었다.

이세돌은 12세이던 1995년 7월 입단한 후 18차례 세계대회 우승, 32차례 국내대회 우승 등 모두 50번의 우승컵을 차지했다.

이세돌이라는 인물을 전 세계가 기억하는 이유는 2016년 3월 13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알파고는 컴퓨터 스크린에 '기권(resigns)' 메시지를 띄우며 항복을 선언했고 이세돌은 알파고와의 딥마인드 챌린지매치 5번기 4국에서 180수만에 백 불계승을 거뒀다.

이세돌의 78수는 인공지능 앞에 무력했던 인간의 모습에 한 줄기 희망을 던져줬다.

4국에서 극적인 승리를 거두기 전까지 이세돌은 앞서 열린 1∼3국에서 알파고에 3연패를 당했다.

알파고와의 세기의 대국에서 이세돌은 1승 4패로 패배했지만 그가 거둔 1승의 가치는 위대했다.

이후 이세돌은 인공지능을 이긴 업적으로 다양한 광고에 출연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펼쳐 그의 갑작스런 은퇴 선언은 대중을 의아하게 만들었다.

그가 은퇴를 결심한 배경에는 한국기원과 프로기사회와의 갈등이 결정적 계기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세돌은 2009년 일본기원에 들어가는 것을 고민한 적도 있었지만 국적을 포기해야 하는 문제가 생겨 결국 일본 기원 입단은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애초 이세돌은 작년에 은퇴할 계획이었지만 현역 활동을 1년 더 연장한 이유에 대해 '미련'이 생겼다고 말했고 결국 올해를 끝으로 은퇴를 결정했다고 전했다.

이세돌은 2016년 5월 '기사회가 권한을 남용하고 적립금을 부당하게 뗀다'는 이유로 기사회를 탈퇴했고 지금도 그는 한국기원에 적립금 반환을 요구하며 법정 공방을 진행하고 있다.

앞서 2009년에는 한국바둑리그에 불참하고 중국리그에 참가하려고 했다가 한국기원의 징계를 피하기 위해 6개월간 휴직하는 등 한국기원과 갈등을 빚기도 했다.

한국기원은 지난 7월 '기사회 소속 기사만 한국기원 기전에 참가할 수 있다'는 규정을 새로 만들면서 이세돌은 어느 대회에도 출전할 수 없게 되면서 결국 사직서를 제출했다.

한편 이세돌은 인공지능과 은퇴 기념 대국을 벌일 예정으로 알려졌다. 다음달 국산 바둑 인공지능 '한돌'과 이세돌의 '치수 고치기' 이벤트 대국이 개최된다.

이는 이세돌과 ‘한돌’의 실력 차이를 관전할 수 있는 흥미있는 볼거리를 제공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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