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을 이용해서 선거국면을 유리하게 이끌려는 시도는 자유한국당 뿌리인 과거 민주정의당 소위 민정당 시절부터 단골 메뉴였다. 휴전선에서 총 좀 쏴달라든가 의혹으로 남고 있는 대한항공(KAL) 공중 폭파사건 등등 크고 작은 사건들이 있었다. 그렇게 해서 집권도 해봤고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거에서 다수 의석을 차지하기도 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멀쩡한 상대 후보를 빨갱이 몰이로 색깔 공세를 퍼붓기도 했다. 소위 포괄적 북풍(北風) 몰이였다.

세월 따라 북풍도 변화하고 있다. 우방국까지 끌어들이는 형국이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미국 측에 내년 4월 총선 전에는 북미 정상회담을 열지 말아 달라고 요청했다는 보도다. 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미국 측에 우려를 전달했다는 것이다.

북미 정상회담 한다고 유권자가 자유한국당에 표를 안 줄까 봐 부탁한 것인지 누구를 위해 그런 말을 했는지 해명도 구차스럽다.

북한을 평화의 장으로 함께 하려는 주변국의 협력이 어느 때 보다 절실한 이때 미국에 북한을 설득해보라는 협조를 구하지 못할망정 국민의 세비로 미국에 가서 북미 정상회담 일정을 미뤄달라 했다니 믿기지 않는다.

그것도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공정하게 하자는 뜻을 전하기 위한 미국 방문길에서다.

나 원내대표는 비공개로 열린 한국당 의원총회에서 자신의 방미 성과라며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에게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니 내년 4월 총선 전에는 북미 정상회담을 열지 말아 달라는 요청을 했다"고 알려졌다.

이에 대해 “미국도 내년 4월 한국에서 총선이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고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는 말도 했다”면서 의외의 성과라는 뜻으로 비공개 의총에서 말했다는 것이다.

그게 의외의 성과인가 반문하고 싶다.

나 원내대표는, 앞서 지난 7월 우리나라를 방문했던 존 볼턴 前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게도 같은 취지의 요청을 했다고 한다.

북미 정상회담이 잦을수록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은 오히려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을 굳이 말하고 싶지 않다.

북풍을 이용해서 선거에 단맛을 즐긴 뿌리 당답게 이젠 국가도 잊은 체 막말을 쏟아내고 있다.

당내에서조차 한반도 평화를 위한 북미 간 회담을 선거를 위해 자제해달라고 요청한 것이 과연 적절한 것인지 논란의 불씨가 됐다.

당 대표자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종료 철회 등을 요구하며 텐트 단식에 들어가는 동안 원내대표는 미국의 터무니없는 방위비 분담금 요구를 공정하게 하자는 방문길에 엉뚱한 총선용 북미 정상회담 연기 요청을 하는 모습은 여야를 떠나 국민의 눈으로 볼 때 이해의 선을 넘은 행위다.

북미 3차 정상회담은 남북 간 비핵화·평화체제 구축 협상에 필요할 뿐만 아니라 자주 만나 이견을 좁히는 과정 중 하나이다.

민족의 생존과도 직결된 비핵화 평화체제 협상에 거들지는 못할망정 이간질로 보일 수 있는 야당 원내대표의 처신에 스스로 발등 찍는 행보라고 할 수 있다.

국민은 지난 7월 일본이 우리 주력 수출품목인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소재부품 수출을 중단시키고 이어 우방에 제공하는 심사절차 간소화 대상국인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마저 제외할 당시 ‘독립운동은 못 했어도 불매운동은 한다’며 일본제품 불매운동에 동참했다.

이웃이라고 즐겨 찾던 일본 발길을 끊었고 가까운 편의점에 즐비했던 일본산 맥주는 거들떠보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잘 팔리던 일제 자동차도 외면한 불매운동이었다.

미국이 뜬금없이 5배가 넘는 방위비 분담금 청구서를 들이밀고 사인하라고 공세를 퍼붓는데 방어하러 갔다가 나 원내대표는 엉뚱한 소리만 내뱉고 왔다.

북한과 미국의 관계가 악화할수록 미국은 한국에 추가 방위비 계산서를 더 요구할 것이라는 것쯤은 알았으면 한다. 선거에 앞서 한반도 평화가 우선이라는 점도 깨닫고 반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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