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심 뒤집고 국고손실·뇌물 혐의 모두 유죄로 판단
국정원장, 법률상 '회계관계직원'이 맞다 판시
국정원장들, 횡령 자금 모두 전 대통령에게 귀속 공모
[일간투데이 권희진 기자] 대법원이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중 일부를 뇌물로 판결함에 따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받을 형량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대법원은 2심에서 무죄로 판단한 일부 국고손실 혐의와 뇌물 혐의를 모두 유죄로 판단했다.
마찬가지 취지로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남재준·이병기·이병호 전 국정원장의 특활비 사건도 서울고법으로 파기환송 했다.
이 사건의 개요는 박 전 대통령이 2013년 5월부터 2016년 9월까지 이재만·안봉근·정호성 비서관 등 최측근 3명과 공모해 남재준·이병기·이병호 전 국정원장에게 총 35억여원의 특활비를 수수했다는 것이다.
또 박 전 대통령은 이병호 전 원장에게 이원종 당시 비서실장에게 1억5000만원을 전달할 것을 지시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앞선 1심에서는 총 36억5000만원 가운데 34억5000만원에 대해 뇌물로 볼 수 없는 '국고손실 피해액'이라고 판시했다.
이후 2심에서는 1심이 인정한 34억5000만원 중 27억원에 대해서만 국고손실 피해액이라고 봤고, 나머지 7억5000만원에 대해선 횡령죄로 판결했다.
당시 2심 재판부는 국정원장은 법률상의 '회계관계직원'으로 볼 수 없어, 회계관계직원에 해당하는 이헌수 전 국정원 기조실장이 특활비 전달 과정에 개입한 27억원만을 '국고손실죄'로 인정한다고 밝혔다.
특히 2심 재판부는 전체 특활비 중 남은 2억원은 뇌물이나 횡령 혐의가 모두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고, 박 전 대통령에게 징역 5년과 추징금 27억원을 선고해, 박 전 대통령에서 다소 유리한 판결을 내린 바 있다.
국정원장들에 대한 2심도 남 전 원장에게 징역 2년을, 이병기·이병호 전 원장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각각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이에 따라 34억5000만원 전체에 금액을 모두 국고손실 혐의의 '유죄'로 판결했다.
게다가 이병호 전 원장 시절인 2016년 9월 전달된 2억원에 대해서는 직무관련성 등이 인정된다는 이유로 뇌물 혐의를 인정했다.
따라서 이병호 전 원장은 국고손실과 뇌물공여 혐의가 모두 유죄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이병호 전 원장이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결정으로 특활비를 교부했고 이 돈이 종전에 받던 것과는 성격이 다르다는 것을 미필적으로나마 알고 있었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국정원장이 대통령에게 자발적으로 돈을 건넨 것은 공정성을 의심받기 충분하다"고 판결했다.
이로써 대법원은 박 전 대통령의 국정원 특활비 전체를 뇌물로 판단해 결국 1·2심을 뒤집었다.
다만 대법원은 2억원을 제외한 33억원에 대해서는 뇌물이 아니라는 2심 판단을 유지했지만 그 이유는 달랐다.
33억원에 대해서는 직무관련성과 무관하게 횡령금을 분배한 것에 불과해 뇌물죄는 성립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횡령 범행에 의해 취득한 돈을 공모에 따라 내부적으로 분배한 것으로 볼 수 있다"라며 "박 전 대통령과 국정원장들은 횡령한 자금을 박 전 대통령에게 귀속시키기로 하는 공모가 있었다"고 판시했다.
이 같은 대법원의 판결에 따라 박 전 대통령의 형량이 일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2심에서 무죄 판단을 받은 뇌물 등 혐의가 결국 유죄로 인정됐기 때문이다.
앞서 박 전 대통령은 앞서 새누리당의 공천에 불법 개입한 혐의로 징역 2년을 확정받았으며 국정농단 사건으로는 2심에서 징역 25년을 선고받았다.
국정농단 사건 역시 '뇌물 분리선고' 원칙이 적용되면 형량이 늘어날 수 있다.
한편 대법원은 '문고리 3인방'으로 불린 이재만·안봉근·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 등에 대해 징역형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권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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