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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걸의 창건설화] 수천 년 된 침향나무가 환생한 수효사
  • 최종걸 주필
  • 승인 2019.12.01 15:02
  • 19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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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령 2000여년으로 추정되는 침향나무로 조성한 완도군 고금면 수효사 부처님 상. 사진 제공 수효사

약재로 쓰이는 침향(沈香)을 만들기 위해 향나무, 소나무, 참나무, 상수리나무 등을 오랫동안 갯벌에 묻어두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단순히 침향을 얻기 위한 목적을 넘어 미륵불이 출현하는 용화회(龍華會)에 공양할 침향을 마련하려는 종교의식으로 우리나라 남해안과 서해안 지역에서 최근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바닷가 갯벌에 나무를 묻고 이를 기념하는 매향비(埋香碑)를 세웠다.

갯벌에 묻은 이들 나무는 수백 년이 지나면 그 강도가 강철로 변하고, 천년이 지나면 용과 같이 스스로 바다 위로 떠 오르게 되는데 그 모습이 마치 용화세계(龍華世界, 미륵불이 출현하는 불교의 이상향)에서 현세를 구원하러 온 미륵과 같다는 설화가 전해온다. 미륵은 석가모니 다음으로 등장할 부처의 이름이다. 미륵은 세 번의 설법을 통해 사바세계의 모든 중생을 구원한다고 해서 희망의 화신으로 여겨져 어려운 시기마다 국민의 절대적인 구원의 신앙대상으로 내려져 오고 있다.

거대한 향나무를 개펄에 묻는다는 매향을 위해 공동체 조직인 향도(香徒)가 삼국시대부터 결성됐다고 한다. 자신과 공동체 나아가 국가의 안녕을 바라는 종교의식으로 발전했다는 게 불교학자들의 풀이다. 향도의 전통은 고려시대와 조선시대를 거치면서 두레나 품앗이 등으로 발전해 왔다는 것이다.

미륵신앙에 기반을 두고 미륵의 구원과 용화세계의 도래를 기원하면서, 현실적으로는 개인과 지역사회의 평안, 나아가 국왕과 국가, 백성의 안녕과 발전을 상호 발원하는 일종의 종교적 의식이었다.

이 미래 부처님이 오실 때 미륵불을 향해 올리는 향(香)인 침향을 만들기 위해 묻었다는 기록인 매향비는 더러 있었지만 수천년 된 침향이 해안가에서 발견돼 미륵불상으로 환생한 절이 전남 완도군 고금면 수효사이다.

지난 2011년 8월 2일 전남 진도군 군내면 녹진리 해변에서 양식장 수로확보를 위한 갯벌 굴착 공사과정에서 갯벌 속에 발견된 침향나무는 그 크기가 길이 960센티 둘레 540센티로, 수령 200년 이상 된 녹나무로 1700년 전 백제 시대에 매향된 것으로 밝혀졌다. 그 침향나무가 완도군 고금면에 있는 수효사 극락보전 아미타불, 미륵불, 약사불 등 삼존불로 환생한 것이다.

당시 침향나무를 발굴한 정용운씨는 그 나무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고민하던 중에 발굴된 나무로부터 매우 강하면서도 신비스러운 향이 발산되고 있어 가족을 위해 불공을 드렸던 어머니가 그리워 수효사 측에 침향나무를 기증했다.

침향나무를 기증받은 수효사 성일 스님은 원형을 그대로 살려 불탑으로 만들 것인지, 아니면 불상으로 조성할 것인지 자문해 매향에 깃든 염원대로 수효사 극락보전에 미륵불을 조성하자는 데 뜻을 모았다. 이후 목불 제작을 위해 6년여간 자연건조, 이를 목아 박찬수 선생에게 의뢰해 2년간의 불상 조성에 나선 지 8년여만인 지난 4월 13일에 극락보전에 침향으로 삼존불을 조성하고 점안식을 했다고 한다.

1700년 전 진도 바닷가에 매향한 침향이 아미타불, 미륵불, 약사불 등 삼존불로 환생한 것이다. 수령까지 고려하면 2000여년 된 나무가 맑고 신비한 향을 발산하는 부처상으로 세상에 나온 셈이다.

수효사 측이 의뢰한 바에 따르면 침향나무의 수종은 녹나무로 탄소동위원소 측정에 의하면 1770여년 전에 매향된 나무라고 한다.

수효사 침향 삼존불은 한국의 매향의식이 실제 존재했음을 알리는 계기이자 이를 실제 부처상으로 조성했다는 점에서 불교계의 지대한 관심을 끌고 있다.

기존의 자료는 통일 신라 때부터 매향의식이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번에 조성된 침향 삼존불은 백제시대 매향된 나무로 연대 측정결과가 나와 매향의식이 통일신라 훨씬 이전인 것으로 밝혀진 점도 흥미롭다.

백제시대 불교가 처음으로 지금의 파키스탄 출신의 마라난타 스님이 전남 영광 법성포로 전래한 이후 전남 해안가에서 침향이 발견됐다는 점이다. 매향으로 묻은 나무가 수백년이 지나면 침향이 되고 침향이 된 뒤에는 바다에서 용이 솟아오르듯 스스로 물 위로 떠 오르게 된다는 전설처럼 침향나무가 실재한 것이다.

매향 활동이 끝난 이후에는 매향의 시기와 장소, 관련 인물 등을 기록해 매향비(埋香碑)를 세우거나 암각(巖刻)의 형태로 남겼고 해안 지역을 중심으로 여러 매향비가 발견되고 있지만, 실제 침향이 발견돼 이를 불상과 침향으로 쓰이게 된 첫 사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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