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경고에 北총참모장이 맞대응…'연말시한' 따라 대치악화 가능성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사진=연합뉴스

[일간투데이 배상익 기자] 미국의 '군사력 사용 가능성'언급에 북한이 '신속한 상응행동'을 가할 것이라고 맞받아치며 연말 시한을 앞두고 북미 간 강경 대응으로 치닫고 있다.

박정천 북한 인민군 총참모장은 4일 담화를 내고 "만약 미국이 우리를 상대로 그 어떤 무력을 사용한다면 우리 역시 임의의 수준에서 신속한 상응행동을 가할 것이라는 점을 명백히 밝힌다"고 말했다.

그는 전날 있었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대북 군사력 사용 가능성 언급을 지목하면서 "우리 최고사령관도 이 소식을 매우 불쾌하게 접했다"고 전했다. 무력 사용이 미국에 매우 끔찍한 일이 될 것이라는 경고도 했다.

북한이 '말'에 그치지 않고 실제행동을 통해 대미압박 수준을 크게 높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미국에 '연말 시한'을 못 박으면서 입장 변화를 요구해온 북한은 최근 들어 대미 압박용 담화를 연달아 발표했지만 2018년 북미대화가 물꼬를 튼 이후 군 차원에서 대미 경고성 담화가 나온 건 처음이다.

특히 한국의 합참의장에 해당하는 총참모장 명의로 담화를 내면서 김 위원장이 매우 불쾌해했다고 명시한 대목이 눈에 띈다. 북미 정상의 신뢰를 부각해온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허세적'이라고 깎아내린 것도 이례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어느 정도로 엄중하게 여기고 있는지를 드러내면서도 강도 높은 경고 메시지를 전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담화 발표 시간 역시 미국 동부지역 아침 시간대, 유럽지역 낮 시간대를 택해 대미 메시지임을 분명히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차 영국 런던에 머물고 있다.

이렇게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군사력 사용 가능성을 언급한 다음날 북한이 곧바로 '신속한 상응행동'으로 받아치면서 북미가 긴장 수위를 한껏 끌어올리는 모양새다.

특히 김 위원장이 전날 집권 후 처음으로 군 수뇌부와 백두산 등정에 나서고 이달 하순 북한 정책 결정의 핵심인 노동당 전원회의가 소집되는 등 북한이 강경노선으로 돌아설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그러나 북한이나 미국이 아직은 협상 궤도에서 이탈하지 않는 것으로 판단되며, 주도권 싸움 와중에도 판을 아예 깨는 언행은 자제하고 있는 모양새다.

박정천 총참모장 담화에도 '북미 정상의 친분관계'를 강조하며 수위를 조절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대북 군사력 사용 가능성을 경고하면서도 김 위원장과의 좋은 관계를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실상 탄핵정국에 대응하며 북한 카드를 버리지 못하고 있다. 김 위원장 역시 내년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목표 종료를 앞두고 있어 성과가 절실하다.

대북협상을 외교적 치적으로 삼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기는 하지만 그 자체로 예측 불가능성이 큰 인물이어서 북미협상 전망의 불확실성을 더욱 키운다는 지적도 있다.

따라서 북미가 점점 더 강대강으로 수위를 높이며 위험한 줄타기를 이어갈 경우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급반전할 수 있는 불확실성 역시 배재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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