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한 시험' 밝힌 北 vs 무력사용 언급한 美
文대통령, 촉진자로 北美 대화 돌파구 숙제
트럼프 요청 한미정상 통화서 '대화 모멘텀 유지' 공감

▲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오전 청와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를 하고 있다. 양국 정상은 이날 통화에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진전시켜 나가기 위한 방안을 심도있게 협의했다. 사진=청와대

[일간투데이 송호길 기자] 북한과 미국이 '연말시한'을 앞두고 치열한 수 싸움을 벌이고 있다.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카드를 앞세워 미국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반면 미국은 '무력사용'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북한을 밀어 붙이고 있다.

이에 따라 '촉진자' 역할을 맡은 문재인 대통령이 북미 대화의 돌파구를 어떻게 마련할 수 있을 지에 따라 한반도 평화가 또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북한이 연말까지 미국에 '새 계산법' 제시를 요구한 가운데 지난 7일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중대한 시험'을 했다고 발표해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중대한 시험은 북미 비핵화 협상 시한인 연말을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내는 무언의 압박 메시지로 풀이된다.

일각에선 북한이 중대한 시험에 대해 자세히 밝히지 않았지만 미국의 태도에 변화가 없다고 판단되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에 나설 수 있다고 우려한다. 북한이 언급한 '크리스마스 선물'이 '미사일'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앞서 북한은 국제사회의 비난을 피하고자 위성 발사를 내세워 장거리 미사일 발사 시험을 단행해왔다.

북한이 8일 '중대 시험'을 했다고 발표한 서해위성발사장은 장거리로켓과 ICBM 기술 개발의 중심지로 평가받는 곳이다.

북한은 지난 2012년 미국과의 '2·29 합의'를 통해 핵실험 및 미사일 발사시험을 중단하는 조건으로 식량 지원을 약속받았지만 40여일 만에 '은하 3호' 위성을 장거리 로켓으로 쏘아 약속을 어긴 전력이 있다.

이에 대해 미국은 "북한이 약속을 어겼다"며 '2·29 합의' 파기를 선언했지만, 북한은 "미사일을 쏘지 않았으니 약속을 어기지 않았다"는 억지 주장을 폈다.

이번에도 연말까지 미국이 태도 변화를 보이지 않는다면 북한이 비슷한 상황을 연출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핵실험 및 ICBM 발사 중단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약속했지만, 이번에도 위성을 발사한다는 명분으로 ICBM을 발사하고 약속을 어기지 않았다고 주장할 수 있다는 말이다.

관건은 트럼프 대통령이 어떻게 대응하느냐 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 대선을 의식해 북한의 핵실험·ICBM 발사 중단을 자신의 외교 업적으로 자랑하고 있는 가운데 "북한이 인공위성을 발사한 것일 뿐 ICBM을 쏜 것은 아니다"라고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편에선 북한이 위성 발사로 가장하지 않고 ICBM을 발사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중대 시험'의 발표 주체가 인공위성을 개발하는 국가우주개발국이 아닌 탄도미사일 등 무기를 개발하는 국방과학원이기 때문이다.

조만간 방한하는 미국의 대북 특별대표인 스티븐 비건 국무부 부장관 지명자의 행보에도 관심이 쏠린다.

비건 지명자는 일주일 뒤쯤 방한할 예정으로 카운터파트인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등과 만나 북한의 도발 가능성 등에 대해 논의할 방침이다. 다만 그는 방한 기간 북측과 따로 접촉할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이 연말을 앞두고 '비핵화 촉진자'라는 숙제를 다시 안게 됐다.

지난 7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요청으로 이뤄진 한미정상 통화에서 두 정상은 비핵화 대화를 위한 모멘텀을 유지해야 한다는 데에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청와대가 전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에게 대화동력 유지를 위해 역할을 해 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또 앞으로 비핵화 촉진역으로서 문 대통령의 보폭이 넓어질 수 있음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문 대통령은 비핵화 대화 진전을 위해 북한을 대화의 장에 나서도록 설득해야 하는 것이 가장 핵심과제로 꼽히고 있다.

하지만 정작 북한은 최근 미국을 향해 연일 경고성 메시지를 내놓는 등 '강공' 태세를 취하고 있어 현실적으로 쉽지만은 않으리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다만 북한의 압박 강도가 거세지고는 있지만 대화의 문 자체를 닫은 것은 아니라고 청와대 내에서는 판단하고 있다.

결국 문 대통령으로서는 북한과 물밑 접촉을 더 적극적으로 추진하면서 대화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청와대 측에서는 섣부른 접근은 오히려 역효과만 날 수 있다는 점까지 고려해 최대한 신중하게 접근하겠다는 방침을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북한과 접점을 찾는 동시에 문 대통령은 미국과 긴밀한 협의를 이어가면서 북한을 대화로 이끌기 위해서는 미국이 함께 노력해야 한다는 점을 미국 측에 설득할 것으로 보인다.

일부에서는 나아가 문 대통령이 전격적으로 방미를 결단,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만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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