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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총수 일가, 책임경영 더 강화해야
  • 최종걸 주필
  • 승인 2019.12.09 15:04
  • 19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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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오롱, CJ, 네이버 등 19곳의 주요 대기업 집단, 일명 그룹의 총수들이 계열사 이사직을 전혀 맡지 않고 있고, 또 그 추세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회사 경영을 총수 본인이 직접하지 않고 대표이사를 포함한 이사진에 맡겼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회사 주요 현안에 대한 원안 가결율은 99.6%로 거의 100%에 가까웠다.

얼핏 보기에는 본인들이 이사회에 참가하지 않아도 사외와 사내 이사로 구성된 이사회에 회사를 위임한 책임경영체제가 정착됐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안건으로 내건 현안에 대한 이사회 결의는 거의 100% 통과시킨 것으로 나타나 이사회가 사실상 거수기 역할을 하고 있다는 의혹을 살 수 있다.

안건으로 통과된 결의 사안이 문제가 발생하면 사내·외 이사들에게 책임이 돌아가는 반면 오너, 소위 총수들은 이사 등재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다. 소위 리모컨 이사회라는 의심을 받기에 충분하다.

이사회가 부당 내부거래나 신규 사업 등 의사결정이 필요한 사항들을 이견 없이 찬성해서 통과시킨 후 문제가 발생하면 총수는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9일 국내 대기업 집단(그룹)의 총수 일가 이사 등재, 이사회 운영, 소수주주권 등에 관한 조사 결과를 담은 '2019년 공시대상 기업집단 지배구조 현황'에 따르면 전체 조사대상 56개 기업집단 중 총수가 존재하는 49개 소속 1801개 계열사 가운데 총수 일가가 이사 명단에 올라있는 회사는 17.8%(321개)에 불과했다.

특히 한화, 현대중공업, 신세계, CJ, 대림, 미래에셋, 효성, 금호아시아나, 코오롱, 한국타이어, 태광, 이랜드, DB, 네이버, 동원, 삼천리, 동국제강, 유진, 하이트진로 등 19개 기업집단은 아예 총수가 어느 계열사에도 이사로 등재돼 있지 않았다. 이 가운데 10곳의 경우 총수 2·3세 조차 단 한 계열사의 이사도 맡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1년(2018년 5월∼2019년 5월)간 전체 이사회 안건(6722건) 가운데 사외이사 반대 등으로 원안 통과되지 않은 경우는 24건(0.36%)에 불과했다. 특히 이사회 안건 중 대규모 내부거래 관련 안건(755건·11.2%)은 모두 부결 없이 원안 가결됐다. 총수 일가 사익편취 규제대상인 27개 상장회사에서도 이사회 원안 가결률은 100%에 이르렀다.

250개 상장회사는 이사회 안에 524개의 위원회(추천·감사·보상·내부거래 위원회)를 두고 있었지만, 이들 위원회 역시 1년간(2018년 5월∼2019년 5월) 상정된 안건(2051건) 중 12건을 빼고는 모두 원안대로 승인했다.

또 이사회와 위원회를 통틀어 1년간 처리된 대규모 내부거래(상품·용역거래 한정) 관련 337개 안건 중 수의계약(331)의 사유를 기재하지 않은 경우가 80.9%(268건)나 됐다. 시장가격 검토, 대안 비교, 법적 쟁점 등 거래 관련 검토사항이 별도로 기재되지 않은 안건도 68.5%(231건)나 차지했다.

이는 대규모 내부거래에 대한 심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뜻이다. 공정위는 총수 일가가 지분을 보유하고, 실제로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면서도 이사회에서 빠진다는 것은 책임경영보다는 문제가 발생했을 시 책임을 지지 않는 행위일 수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상법상 이사와 이사회는 회사의 업무집행에 관한 사항을 결정하는 주식회사의 구성원이자 상설기관이다. 법령 또는 정관에 의해 주주총회의 권한으로 돼 있는 것을 제외하고는 회사의 업무집행에 관한 모든 의사결정을 할 권한을 쥐고 있다. 이사회는 회사의 업무집행, 지배인의 선임 또는 해임, 지점의 설치 및 이전 또는 폐지, 이사의 직무집행에 대한 감독, 주주총회의 소집, 대표이사 선정과 공동대표의 결정, 업무집행의 감독, 이사와 회사 간의 거래에 대한 승인, 주식발행의 결정, 사채발행의 결정과 같은 법정 권한이 있다.

얼핏 보기에는 이 같은 엄청난 권한을 이사와 이사회에 일임하는 책임경영을 맡긴 것 같지만 그에 따른 결과에 대한 책임을 전혀 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마냥 좋게 볼 수 없는 내용이다. 문제가 불거지면 총수를 대신해서 법적 책임을 떠안는 경우를 수시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총수 일가가 직접 경영 일선의 주요 직책을 맡아 책임경영에 나서야 한다. 본인 스스로가 경영에 나섰을 때 결제하지 못할 의사결정은 허울뿐인 이사회를 통해서도 하지 말아야 한다.

정부도 총수 일가가 책임을 지지 않는 이른바 '리모컨 경영'을 하지 못하도록 지금이라도 서둘러 관련 법을 정비하고 강화해야 한다. 자본시장의 투명성은 주주에게 요구되는 덕목이 아닌 총수 일가 및 경영진에게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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