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쏠림 현상 막기 위해 칼 빼들어
증권업, 내년도 사업계획 수정 불가피

▲ 연말을 앞두고 금융감독원의 리스크관리가 전방위로 강화돼 내년도 증권사들의 사업계획에도 적지않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여의도 금융감독원 현판(제공=연합뉴스)

[일간투데이 장석진 기자] 올 한해 성장동력을 잃어가는 국내 주식시장과는 달리 증권사들은 대형사를 중심으로 투자은행(IB)부문이 호조를 보이며 실적이 대폭 개선됐다. IB중에도 국내외 부동산과 인프라 등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수익이 큰 비중을 차지했다. 하지만 연말을 맞아 금감원이 과도한 쏠림을 지적하며 칼을 빼들자 내년도 사업계획을 수정하느라 증권사들이 바빠졌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증권사들이 올해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여기던 대체투자(AI) 부문에 대한 수익 조정을 하기에 여념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새로운 먹거리로 차액결제거래(CFD)시장을 키워보려는 키움증권에 대한 금감원 현장조사가 이뤄지고, DLF 등 파생연계상품 판매에 대한 불완전판매 비판 여론이 일자 불시에 영업 현장을 방문해 실태를 파악하는 ‘미스터리쇼핑’ 강화를 예고하고 나서는 등 증권사 입장에선 ‘산넘어 산’이다.

지난 10일 금감원은 금융투자회사 준법감시 담당자 대상 ‘내부통제 강화 워크숍’을 통해 리스크관리 강화를 당부했다. 명시된 목적은 내부통제 관련 이슈 공유와 애로사항 청취지만 실질적으로는 ‘현장지도를 내세운 압박’이라는게 참석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날 워크숍은 지난 5일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개최된 금융투자회사 CEO 간담회의 연장선상으로 풀이된다. 먼저 각사 수장들에게 선언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고 현장 실무자에게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주며 지도에 나선 것이다.

간담회에서 윤석헌 금감원장은 ‘부동산 그림자금융 종합관리시스템 구축’과 ‘칵테일형 위기’라는 키워드를 꺼내들었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부동산이라는 자산의 특성상 당장 눈에 보이진 않지만 위기가 발생하면 도미노현상을 일으키며 경제 전반에 회복하기 어려운 충격을 주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자는 취지다.

당일 행사에는 14개 증권사 및 12개 자산운용사 CEO를 대표해 최현만 미래에셋대우 부회장이 금융투자협회장 대행 자격으로 “과도한 규제보다는 각사의 자율적 리스크관리 강화를 통해 기업이 필요로 하는 자금을 중개하는 전달자 역할에 충실할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했지만 금감원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는게 당일 참석한 리스크관리 담당자들의 전언이다.

한 증권사 컴플라이언스팀장은 “금감원이 연말까지 부동산 관리체계 구축 로드맵을 마련하고 내년에는 시스템 개발을 착수할 예정이라고 했기 때문에 그에 맞는 데이터베이스(DB) 구축에 각사가 협력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며 “투자 하나하나에 대해 보고 및 신고 과정에서 담당자 부족, 신속성 결여 등으로 투자업무 진행에 지장을 초래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우려를 표했다.

또 다른 증권사 리스크관리본부장은 “사전적인 보고 뿐만 아니라 진행 경과와 사후적 보고서 작성 등 기존에 없던 관리체계 구축을 위해 문서 작성과 보고에도 적지 않은 노력과 시간을 더 할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10일 금감원은 파생상품판매 과정에 드러난 불완전판매 문제 재발을 막기 위해 증권사, 은행 등 금융상품 판매사에 대한 불시 검사인 ‘미스터리쇼핑’ 강화를 예고했다. 기존에 투입하던 예산을 두배로 늘리고 대상점포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통상 미스터리쇼핑에 참가하는 감독자는 과거 판매사에서 금융상품 판매 경력이 있는 사람들을 모집, 교육 후 현장에 내보내는데 이를 감독하는 시나리오를 정교하게 바꾸고 인력 수를 늘려 불시 검사를 빠져나갈 가능성을 낮춘다는 설명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기존 미스터리쇼핑 시행시 본사에서 메신저 등을 통해 미스터리쇼핑이 시작됐다는 공지가 나가거나 어떤 부분을 조심하라는 등의 정보가 새나가는 사례가 있었다”며 “관리감독을 더욱 철저히 해 불완전판매가 근절될 수 있도록 유도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한 대형증권사 기획본부장은 “올해 주요증권사들은 이미 내년도 사업계획에 대한 윤곽을 올해 실적을 토대로 잡아둔 상태인데 PF, 파생상품 판매 등 금감원의 전방위적인 압박으로 궤도수정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며 “각사 기획팀 협의회에서도 어떤 수준으로 응대해야 할 지에 대해 실무자들이 골치 아파하는 의견이 많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증권사 WM본부장은 “최근 새로운 먹거리로 부상하는 차액결제거래(CFD) 시장에 키움증권이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자 금감원에서 바로 현장조사를 나서는 모습을 보고 허탈했다”며 “관련 당국에서 벤처금융 활성화 같은 현실성이 결여된 주문만을 하고, 리스크가 조금이라도 보이면 옥죄는 모습부터 보이니 답답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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