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기부, 독과점 논란에도 방통융합 경쟁력 강화 손들어줘
알뜰폰 활성화 위해 도매대가 인하…SK브로드·티브로드 합병 관심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로고.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정부가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를 승인했다. 독과점 논란이 있지만 구글·넷플릭스 등 글로벌 온라인동영상(OTT)의 활성화로 급속히 재편되는 방송·통신 융합 환경에서 경쟁력 강화에 손을 들어 준 것이다. 인수 과정에서 막판 쟁점으로 부상한 CJ헬로 '알뜰폰 부문 분리매각'은 없는 대신 도매대가 할인을 조건으로 달았다. 앞으로 SK브로드밴드의 티브로드 합병 등 유료방송시장 재편은 계속될 전망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13일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를 조건부 승인했다고 15일 밝혔다.

LG유플러스·CJ헬로의 유료시장 합산 점유율은 상반기 기준 24.72%를 기록, KT(IPTV)와 KT스카이라이프(31.31%)에 이어 2위가 된다. 현재 심사가 진행 중인 SK브로드밴드(14.7%)와 티브로드(9.33%) 합병이 완료되면 양사 합산 점유율은 24.03%가 돼 유료방송 시장이 통신업계 3강 위주로 재편된다.

이날 정부는 인가조건으로 그동안 SK텔레콤과 KT가 요구한 CJ헬로 알뜰폰 사업 분리 매각 대신 LG유플러스에 5세대(5G) 이동통신 도매대가를 기존 66% 수준으로 인하하도록 했다. 알뜰폰의 중저가 5G요금제 출시를 유도하기 위함이다. 이에 따르면 9GB를 기본으로 주는 LG유플러스 5G 요금제는 3만6300원에 도매 제공된다.

또 알뜰폰 사업자가 LG유플러스의 데이터를 대용량으로 사전 구매하면 용량별 3.2∼13%(5∼100TB)까지 선구매에 할인율을 도입하도록 했다. 자사망을 사용하는 알뜰폰 사업자에 LG유플러스와 동등한 조건으로 이동전화 다회선 할인, 유무선 상품 결합상품 동등 제공 등 조건을 달았다. LG유플러스망을 사용하는 알뜰폰 사업자가 5G 단말기 또는 유심 구매 요청시 LG유플러스와 동등한 조건으로 구매 대행을 해주는 것도 포함됐다.

이는 그동안 LG유플러스가 발표한 알뜰폰 상생방안의 연장선에 있는 정책이어서 LG유플러스로서는 큰 부담이 안 될 전망이다. LG유플러스는 지난 9월 자사망을 사용하는 알뜰폰 12개사를 대상으로 공동 브랜드·파트너십 프로그램을 출범하고 중소 알뜰폰 사업자의 단말 구매를 지원하고 5G 요금제 출시를 지원한다고 밝힌 바 있다.

LG유플러스는 "과도한 규제보다는 자발적 구조개편으로 시장이 활성화될 수 있다는 정부 정책 철학이 확인됐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KT는 "알뜰폰 시장의 경쟁 활성화를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마련되지 않은 점이 아쉽다"고 언급했다.

과기부는 이번 인수 심사에서 방송 분야에 대해서는 유료방송 시장의 경쟁양상, OTT의 급성장 등을 고려할 때 경쟁 제한이나 가격 인상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판단하고 최소한의 규제를 적용했다.

8VSB(저가형상품)의 신규 가입·가입 전환 또는 계약연장을 지연·거부·제한하거나 인터넷(IP)TV로 가입 전환을 유도하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LG유플러스와 CJ헬로의 협상력이 커짐에 따라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 협상시 별도로 협상하도록 하고 홈쇼핑 송출 수수료가 급격히 인상되지 않도록 매년 수입 규모와 증가율을 공개해야 한다는 것도 포함됐다.

남은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 합병에도 이를 기준으로 세부 조건이 붙을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지분 인수 절차와 달리 합병에는 방송통신위원회 사전동의 절차도 필요해 합병에는 시일이 좀 더 소요될 것으로 점쳐진다.

SK텔레콤은 과기부와 방통위 심사가 예상보다 늦어져 SK브로드밴드의 티브로드 합병 기일을 당초 내년 1월에서 3월로 미룬 데 이어 한달 더 미룬 4월 1일로 연기한다고 지난 13일 공시했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 OTT 진출 가속화, 국내 IPTV 영향력 확대 등 방송환경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며 "LG유플러스·CJ헬로, SK브로드밴드·티브로드 인수·합병(M&A) 심사가 역대 최장기급으로 오래 걸려 빠른 시장 재편이 어려워졌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CJ헬로·하나방송 인수 인가가 1년여 걸린 것을 제외하면, 그동안 2008년 SK텔레콤·하나로텔레콤 인수, 2009년 KT·KTF 합병, 2009년 LG텔레콤·LG데이콤·LG파워콤 3사 합병 등은 모두 60일 내외에 인가를 마무리지었다.

과기부 관계자는 "연내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 합병 심사를 위한) 위원회 합숙 시작은 불가능하다"며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에 대해서도 이른 시일 내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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