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몸에 머리가 두 개인 상상 속의 새 공명조(共命鳥)는 공동운명체를 뜻하는 공명지조(共命之鳥)를 낳은 사자성어다. 올해 대학교수들이 한국 사회 현실을 반영하는데 가장 어울리는 표현으로 고른 것이다.

전국의 1046명의 교수를 대상으로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9일까지 '올해의 사자성어'로 이메일과 온라인 설문 조사를 한 결과 가장 많은 347명(33%·복수 응답 허용)이 ’공명지조’를 선택했다고 한다.

공명지조는 하나의 몸에 두 개의 머리를 가진 새로 한 머리는 낮에, 다른 머리는 밤에 각각 일어나는 상상 속의 새이다. 한 머리는 몸을 위해 항상 좋은 열매를 챙겨 먹었는데, 다른 머리가 이를 질투한 나머지 어느 날 독이든 열매를 몰래 먹어버렸고, 결국 두 마리가 모두 죽는 공동운명체의 상징적인 표현이라는 점을 들었다.

서로가 어느 한쪽이 없어지면 자기만 살 그것으로 생각하지만 결국 공멸하게 되는 '운명공동체'라는 뜻이다.

매해 연말이면 대학가 교수들이 한해를 되돌아보는데 공감하는 사자성어를 발표해온 바 그대로다.

공명지조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300명(29%)이 뽑은 사자성어는 '어목혼주'(魚目混珠)로 물고기 눈(어목)이 진주와 섞였다는 뜻으로 가짜와 진짜가 마구 뒤섞여 있어 분간하기 힘든 상황을 골랐다.

가장 객관적인 입장에서 한국 사회의 주춧돌 역할을 하는 대학가 교수들이 뽑은 올해의 대한민국 자화상이라는 점에서 울림이 있다.

여야도 한 몸 두 개의 머리고, 남북도 한 몸 두 개의 머리지만 한 치의 양보도 없는 형국으로 일 년 내내 긴장과 갈등을 반복하고 있다.

더 넓혀 한일, 한미는 한 몸 두 머리를 상징하는 우방이면서도 올해 유난히 수출규제와 방위비를 포함한 남북문제로 한 몸 두 머리를 잊은 체 줄다리기 중이다.

개혁법안부터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우리 군의 해외파병 문제 그리고 일본에 대한 수출규제에 따른 우리 기업들의 피해를 막기 위한 신속한 지원책 등에는 국회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여기서 여야는 공동운명체인 공명조나 다름없다. 나는 있고 너는 없다는 식의 이분법적인 발상은 있을 수 없다.

상대가 있는 만큼 협상 테이블의 규칙은 공정하게 양보의 접점에서 타협을 찾아야 한다.

이 와중에 대한민국을 대한민국답게 대들보 역할을 해야는 입법부 국회에서 어제 광란의 굿판이 벌어졌다. 국회는 국내와 국외에서 벌어지는 모든 사안을 입법을 통해 대한민국을 대한민국답게 중심역할을 하는 곳이라는 점에서 어제 벌어진 굿판은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

아무리 여야가 이견이 있는 법안으로 첨예하게 대치한다고 해도 제1 야당 대표가 오합지졸을 이끌고 난을 일으키겠다는 모습으로 비치는 사태가 어제 국회에서 벌어졌다.

우리는 어제 국회에서 벌어진 대낮의 광란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대한민국 입법부를 태극기, 성조기, 이스라엘국기로 무장한 광란 세력들이 국회를 포위하고 점거하려는 데 이를 승리로 표현한 자유한국당 대표가 메가폰을 들고 내뱉은 목소리는 독과를 집어삼켜서라도 대한민국을 파국으로 치닫게 하자는 언동으로밖에 볼 수 없다.

지난 10년간 집권당이었던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직접 메가폰을 쥐고 국회 본청으로 난입하려는 참가자들에게 "애국 시민 여러분, 우리가 이겼다"라고 선동한 점은 공명조의 다른 한 머리가 독과를 먹고 같이 죽자는 것과 다름없는 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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