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법학회, 'AI와 법 그리고 인간' 심포지엄 열어
김중권 교수, "AI는 자문에 그칠 뿐…소셜봇 활용 투명성 필요"

▲ 김중권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18일 한국인공지능법학회와 사법정책연구원, AI정책포럼, 중앙대 인문콘텐츠연구소가 공동으로 서울 서초구 서울법원종합청사 1층 대강당 청심홀에서 'AI와 법, 그리고 인간'이라는 주제로 개최한 심포지엄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이욱신 기자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여·야간의 지리한 정쟁으로 국민 편의를 증진하기 위한 입법은 지지부진하고 최근 밝혀진 '사법농단'으로 국민들의 사법불신이 최고조에 이른 시점에서 인공지능(AI)이 법을 만들고 판결을 내린다면 국민들은 수긍할 것인가에 대한 토론이 진행됐다.

김중권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18일 한국인공지능법학회와 사법정책연구원, AI정책포럼, 중앙대 인문콘텐츠연구소가 공동으로 서울 서초구 서울법원종합청사 1층 대강당 청심홀에서 'AI와 법 그리고 인간'이라는 주제로 개최한 심포지엄에서 "우리 헌법의 기본 원리인 민주주의와 법치주의 원칙상 AI는 사람 전문가처럼 도움을 제공할 수 있지만 사람을 대체할 수는 없다"고 단언했다.

김 교수는 먼저 "입법 과정에서 AI가 주도적 역할을 하더라도 그것은 사람 전문가처럼 입법에 대한 자문을 하는 것이지 국민주권의 원리에 따라 선출돼 민주적 정당성을 가진 국회의원의 고유한 입법권을 훼손하거나 국민이 의원에게 맡긴 고유한 임무를 대체할 수는 없다"며 "법률안의 채택 여부는 AI에 맡겨질 수 없고 전적으로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이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전통적으로 정당은 국민의 정치적 의사를 형성해 국가의사로 연결시키는 매개체 역할을 했는데, 최근 정당의 인터넷 게시판이 소셜미디어를 기반으로 스스로 운용되도록 해 자당에 유리한 댓글을 양산함으로써 반대 의견을 침묵시켜 여론을 호도할 우려가 있다"며 "민주적 의사결정과정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보장하기 위해 인터넷 게시판에 봇 프로파일을 표시할 의무를 부과하는 식으로 정당의 소셜봇 사용의 투명성을 제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미국, 유럽, 중국 등에서 AI를 통해 재판 결과를 예측하고 판결의 근거로 활용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에서도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 'AI 컴퓨터 재판 도입을 청원한다'는 의견이 올라왔다"며 "하지만 현재로서는 어떤 전문가시스템도 감정이입능력과 감성적 지능을 통해 투입과 산출을 통제할 수 있는 인간을 뛰어 넘을 수 없다. 인간과 AI의 현재 한계를 인식하고 AI프로그램을 효과적으로 잘 활용할 수 있는 정보지식을 구비한 더 유능한 법조인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김 교수는 AI행정이 가능한 부분의 경계도 지적했다. 그는 "법률에 규정된대로 행하게 돼 있는 기속적 결정은 AI로 대체가능하지만 직무담당자의 판단과 형량이 필요한 재량결정영역이나 불확정법개념 부분은 AI화가 허용되지 않는다"며 "독일 행정절차법처럼 현재 제정이 진행 중인 가칭 '행정기본법'에도 행정에 AI를 도입할 근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김진우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인공지능에 제한적인 법인격을 부여하는 '전자인 제도'(E-Person)를 도입할 것을 제안했다. 김 교수는 "인공지능의 의사표시의 귀속이나 민사책임은 현행법에서는 적절한 해결책을 찾을 수 없는 회색지대에 속하고 그에 따라 현저한 법적 불안정성이 존재한다"며 "전자인 제도를 통해 인공지능의 의사표시와 행위를 대리, 이행보조자, 사용자책임 법리에 따라 그 운용자에게 귀속시킴으로써 인공지능과 운용자 또는 제3자 사이의 법적 책임관계가 분명해져 인공지능 분야 발전을 촉진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정채연 포스텍 교수는 "인공지능의 등장은 정신작용을 기준으로 인간과 비인간을 구분한 근대적 법 인격관의 해체를 불러왔다"며 "전통적인 기계-동물-인간의 구분 및 위계가 사라지고 이들 존재들이 서로 뒤섞이는 혼종적인 인격개념이 출현하게 됨으로써 '인간 종 중심주의'(Anthropocentrism)를 극복해 인간 개념을 확장적으로 재해석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한편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리지언 옥스퍼드 딥 테크 분쟁 해결 연구소 연구원이 증거 분석·자동 기록 등을 통해 판사의 업무를 지원하는 중국의 '206 프로그램', 교통사고 사건을 위한 싱가포르의 시뮬레이션 프로그램, 범죄자 위험을 평가하는 미국 '컴퍼스' 프로그램 등을 소개했다.

유병규 삼성SDS 전무(법무실장)는 자사의 AI 기반 계약 분석 프로그램 '브라이틱스 로'(Brightics Law)를 소개하며 "사내 변호사들이 기업의 계약서 검토 및 관리 과정에서 단순반복적인 업무를 줄여주고 법률 리스크 자문 등 본질적인 영역에 집중함으로써 효율적인 업무수행을 돕는다"고 설명했다.

마크 쾨클버그 오스트리아 빈대학교 철학부 교수와 정교화 한국마이크로소프트 대표변호사는 '책임성 있는'(Responsible) AI 구현을 위한 원칙과 정책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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