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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훈 칼럼] 더 힘 있는 손에 맡겨야 살아남는 정치인
  • 일간투데이
  • 승인 2019.12.23 13:23
  •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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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훈 박사(서경대학교 나노융합공학과 학과장)

록펠러가 어린 시절, 착한 일을 해서 동네 어른이 ‘두 손 가득 원하는 만큼 사탕을 집으라’고 했는데 아버지에게 달려가 사탕을 집어 달라고 부탁했다는 일화가 있다.

이를 궁금하게 여긴 어른이 물으니 ‘아빠 손이 훨씬 더 커서 저보다 더 많이 사탕을 집을 수 있잖아요.’ 했다고. 위인전에 흔히 나오는 위인의 어린 시절에 대한 가짜 예화임에 틀림없지만, 예화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옳다.

어린 록펠러는 자신의 손을 내려놓고 아버지의 손을 신뢰하는 선택을 한 것이다. 더 힘 있는 손에 맡겨야 더 많은 것을 이룰 수 있는 케이스들은 얼마든지 있다.

사업자가 매출만으로도 큰 기업을 일으킬 수 있겠지만, 적절한 시기에 투자를 받아들이는 이유도 사업자보다 더 자금력이 있는 투자자들에게 자금조달을 의지할 때 더 많은 것을 해낼 여력이 생기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우리의 기술과 지식의 평가방법에 대해 돌아볼 때가 되었다. 특허의 경우 특허를 심사하는 심사관과 특허를 출원하는 변리사, 또한 출원인 당사자로 이루어진 팽팽한 균형의 틀이 존재한다.

물론 이상한 특허를 등록한 후 그 특허와 상관관계가 없는 영구기관을 발명하였다고 사기를 치는 사람도 있지만, 어떤 특허든 특허로서의 가치가 있을 때에만 특허로 등록된다.

그런데, 기술과 지식의 한 축인 논문의 경우, 논문의 권리를 가진 사람과 논문의 아이디어를 낸 사람, 그리고 논문으로 나타내고자 하는 참신한 기술을 수행할 수 있는 사람이 다르다.

논문이 출간되고 나면 논문은 주저자와 공저자, 교신저자라는 이름에 의존하여 권리가 나뉘는데, 논문이 출간되기 이전에 논문의 아이디어와 기술에 기여한 정도가 아니라 직급이나 지위, 즉 이미 가지고 있는 사회적 권력에 따라 논문에 대한 권리에 대한 분배가 이루어진 상태에서 출간 작업에 들어간다.

비교적 짧은 수 년 간의 기간에 수십 편에서 백여 편 논문의 교신저자와 공저자로 이름을 올리신 큰 연구자금을 가진 과제의 총괄책임자이신 분들부터, 석박사 졸업을 위해 필요한 논문 실적 때문에 그 필요성의 경중에 따라 저자 자리가 바뀌는 대학원생들에 이르기까지.

논문이 평가되는 주요 지표인 저자의 종류가 논문이 나타내는 기술이나 지식의 습득 여부와 실행 능력과는 상관이 없는 경우가 많다.

연구자의 학연이나 가입학회를 공유하지 않는 다른 국가 연구자들의 인용지수로 논문의 수준을 평가할 수 있게 되었고, 해당 기술과 관련된 후속 논문의 출간 및 사업화 여부로 기술 수행능력을 평가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제는 [100%/ 저자수] 주저자, 공저자는 x2, 그 외 저자는 x1 등의 50, 60년대에나 쓰였던 논문 평가 방법을 내려놓고, 기술을 체득한 연구자들을 드러내고 지식의 주체가 아닌데 권리를 가진 분들에게는 명예만 인정해 드려서 마찰을 피하는 평가 방법에 대하여 고민할 때가 된 것 같다.

지금은 반도체 주요 공정이 소자의 패턴을 전사하는 포토에서부터 식각 – 확산 – 증착 – 화학물리연마의 5개 공정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2000년에는 CMP 공정이라 불리는 화학물리연마 공정이 선행연구소에서 일부 테스트되고 있었다.

퇴직 신청 후 퇴사처리가 되기까지 3개월 동안 새로 도입되는 구리도선을 소자에 사용하기 위해화학물리연마 공정이 꼭 도입되어야 하는 것인지, 식각공정 가운데 평활도 높은 공정을 사용하여 새로운 부서를 만들지 않고 식각공정에서 소화할 수 있는지 판단해서 보고서를 제출해야 했다.

지금 시점에서 바라보면 교과서에도 나오는 5대 공정 중 하나인 화학물리연마 공정이 도입된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하겠지만, 당시 예상으로 전 공정에 화학물리연마 공정이 도입되면 서울운동장(지금은 동대문 DDP로 바뀌었다.) 6개 면적의 공정 공간을 확보해야 했고, 어마어마한 투자도 필요했기에 꼭 타당성에 대한 검토가 필요한 일이었다.

식각 엔지니어의 입장에서 바라보면 평활도를 높이는 식각공정으로도 어느 정도 구리도선의 가공이 가능했고, 나아가 화학물리연마 공정이 새로운 공정의 한 축으로 자리 잡으면 식각 공정의 일부를 감당하게 되기 때문에 일부 ‘밥그릇’을 나누어야 한다는 부담도 있었다.

윗분들은 현재의 식각공정으로도 감당할 수 있을 만한 가능성이 보이기에 시킨 조사이고, 굳이 많은 공간과 비용을 필요로 하는 화학물리연마 공정을 도입하지 않아도 되는 합리적인 이유를 기대하셨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미래에 어떤 공정이 생길지, 없어질지 모르는 상태에서 2개월 정도의 기간을 들여 조사·작성한 보고서를 제출할 때 화학물리연마 공정을 적용할 것인가 그러지 않아도 되는가에 대한 정확한 결론을 포함하고 있어야 했기에 아직까지도 그 부담감이 기억될 만큼 힘든 보고서 작업이었다.

먼저 기존 공정으로 감당할 수 있는 부분의 효용성과 한계를 명확히 하여야 했고, 꼭 화학물리연마 공정을 도입해야만 하는지에 대한 판단을 내려야 했다. 결론은 당시의 식각공정으로도 감당할 수 있는 부분이 있지만 미래를 고려할 때 새로운 공정을 도입하여야 한다고 마무리하였다.

퇴사 후 1년여 동안, 과연 화학물리연마 공정이 제대로 자리 잡는 지 그렇지 못한 지 신경이 곤두서 있었다. 다행히도 보고서의 내용대로 새로운 공정실이 하나 더 생겨나게 되었다. 더 나은 감당을 해 줄 부서가 생긴 것이다.

감정을 배제하고 모든 지식과 이성을 총동원하여 가장 합리적인 내려놓을 객체, 맡길 주체를 찾는 것이 당면한 문제를 극복하는 괜찮은 방법이라는 것을 그 때 배웠다.

이제 얼마 남지 않은 내년 국회의원선거에서도 정치권에서는 가장 큰 권력의 주체인 국민의 손이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맡겨야 하고, 가장 합리적인 선택을 도울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

지금 국회에서는 여야를 막론하고 어떻게 하면 같은 수의 득표로 더 많은 의석을 차지할 수 있는지 여야를 막론하고 꾀를 내며 죽기를 각오 하고 싸우고 있다.

집단 이기주의와 자신들의 정권을 위해 언제나 더 나은 손인 국민을 정쟁의 도구로 불모잡고 이해 집단의 편에서 협박하는 정치인의 태도는 아니다.

이제 더 이상 국가와 국민의 미래는 안중에 없는 그들의 손에 미래를 맡겨야 하는 불행이 반복 되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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