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간 협의에 무성의·지연 일관" 지적…경영 복귀 잰걸음 전망

조현아(왼쪽)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조원태(오른쪽)대한항공 회장.사진=연합뉴스

[일간투데이 송호길 기자]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동생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에 대해 선친인 고(故) 조양호 회장의 뜻과 다르게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다고 반발하고 나섰다.

내년 3월 주총을 앞둔 가운데 조 전 부사장이 조 회장을 문제 삼으면서 향후 한진그룹의 남매간 경영권 분쟁이 현실화될지 주목된다.

조 전 부사장의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원은 23일 '한진그룹의 현 상황에 대한 조현아의 입장'이라는 자료를 통해 "조원태 대표이사가 공동 경영의 유훈과 달리 한진그룹을 운영해 왔고, 지금도 가족 간의 협의에 무성의와 지연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고(故) 조양호 회장이 생전에 가족이 협력해 공동으로 한진그룹을 운영해 나가라는 유지를 남겼지만 동생인 조원태 회장이 이를 지키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국적기를 이용해 해외에서 산 명품 등을 밀수입한 혐의로 기소된 조 전 부사장이 항소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지 3일만에 낸 입장이다.

법무법인 원은 "한진그룹은 선대 회장의 유훈과 다른 방향으로 향하고 있다"며 "상속인 간의 실질적인 합의나 충분한 논의 없이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대규모 기업집단의 동일인(총수)이 지정됐고 조 전 부사장의 복귀 등에 대해 조 전 부사장과의 사이에 어떠한 합의도 없었음에도 대외적으로는 합의가 있었던 것처럼 공표됐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조 전 부사장의 경영 복귀에 대해 조 회장이 만류하고 있어 이에 대한 잡음이 벌어지는 것으로 보는 시각이 재계에선 우세하다.

당초 조 전 부사장의 복귀 시점을 놓고 조 회장이 취임 후 처음 단행하는 이번 연말 정기 임원 인사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조 전 부사장은 2014년 이른바 '땅콩 회항' 사건으로 일선에서 물러나기 전까지는 3남매 중 가장 활발하게 경영 활동을 해왔다. 당시 대한항공 부사장을 비롯해 칼호텔네트워크 등 그룹 내 모든 직책을 내려놨던 조 전 부사장은 3년4개월 뒤인 지난해 3월 그룹 계열사 칼호텔네트워크 사장으로 복귀했다.

하지만 복귀한 지 보름여만인 지난해 4월 동생 조현민 한진칼 전무의 '물컵 갑질' 사건이 세간에 알려지고 오너 일가의 폭언 등 갑질 파문이 확산하며 여론의 질타가 잇따르자 또다시 모든 직책을 내려놨다.

재계 안팎에서는 '물컵 갑질'로 비난받은 동생 조 전무가 사건 14개월 만에 한진칼 전무로 경영에 복귀한 점을 고려해 조 전 부사장의 복귀도 사실상 임박한 것으로 예상했다.

최근 명품 밀수 혐의(관세법 위반 등)와 외국인 가사도우미 불법 고용 혐의(출입국관리법 위반)로 진행된 재판에서 각각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점도 경영 복귀를 가속화했다. 조 전 부사장이 비록 재판에서 실형을 선고받긴 했지만 이에 따른 경영 참여를 제한하는 규정이 그룹에 없기 때문에 경영 복귀의 걸림돌이 되지는 않았다.

이미 같은 혐의로 기소됐던 어머니인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도 올해 6월 그룹 부동산을 관리하는 비상장 계열사인 정석기업의 고문으로 앉아 경영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점도 조 전 부사장의 복귀에 힘을 실었다.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이번 인사 명단에 조 전 부사장의 이름은 배제됐다.

갈등이 봉합된 것처럼 비춰졌던 한진그룹 삼 남매간의 경영권 분쟁이 불거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진그룹 총수 일가는 최근 고 조양호 전 회장의 계열사 지분을 법정 비율(배우자 1.5 대 자녀 1인당 1)대로 나누고 상속을 마무리했다.

이에 따라 지주회사인 한진칼의 지분은 조원태 회장 6.46%, 조현아 전 부사장 6.43%, 조현민 한진칼 전무 6.42%, 이명희 고문 5.27%로 각각 바뀌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조양호 전 회장의 한진칼 지분이 거의 균등하게 상속되면서 유족 네 사람의 지분율이 크게 차이가 나지 않게 돼 향후 경영권을 둘러싼 분쟁의 씨앗이 될 수 있다는 시각이 나왔다.

5월 한진그룹은 공정거래위원회에 대기업집단 및 동일인(총수) 지정과 관련한 서류 제출을 늦추다가 공정위 직권으로 지정한 날 이틀 전에야 공정위에 스캔본으로 제출한 것을 두고 남매 갈등설이 불거지기도 했다.

이에 대해 조원태 회장은 지난달 뉴욕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가족 간 협력을 안 할 수 없는 구조를 만든 것"이라면서 "제가 독식하고자 하는 욕심도 없고 형제들끼리 잘 지내자는 뜻으로 보면 된다"고 논란을 일축한 바 있다.

조 회장은 "선친이 지난해 크리스마스 무렵 '앞으로 나한테 결재 올리지 말고 네가 알아서 하되 누나·동생·어머니와 협조해서 대화해서 결정해 나가라'고 했다"며 "자기 맡은 분야에 충실하기로 세 명(세 자녀)이 함께 합의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조 전 부사장이 이날 법률대리인을 통해 동생의 경영 방식에 제동을 걸고 나서면서 봉합된 갈등이 외부로 알려진 셈이 됐다.

조 전 부사장은 이날 "한진그룹의 주주 및 선대 회장의 상속인으로서 선대 회장의 유훈에 따라 한진그룹의 발전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기 위해 향후 다양한 주주의 의견을 듣고 협의를 진행해 나가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조 전 부사장이 경영 복귀 시점을 앞당기기 위해 잰걸음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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