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3일 중국 쓰촨(四川)성 청두(成都)에서 열린 8차 한·중·일 정상회의에 1박 2일 일정으로 중국을 방문했다. 문 대통령은 청두로 가기 전 베이징을 들러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하고 오찬을 함께 했다. 시 주석과의 회담은 지난 6월 일본 오사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계기로 만난 지 6개월 만이다.

문 대통령은 24일 오후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를 만나 수출규제 철회와 지소미아(GSOMIA·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종료 문제 등 양국 현안도 논의했다.

한국, 중국, 일본은 세계 인구의 5분의 1, 국내총생산(GDP)의 4분의 1, 교역액의 5분의 1로, 경제 규모 면에서 중국은 세계 2위, 일본은 3위 그리고 우리 대한민국은 11위를 담당하고 있다.

군사력을 제외하면 3국은 여러모로 세계의 중심국 역할을 하는 셈이다. 갈수록 그 역할과 무게감은 높고 깊어지리라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국제정치 환경이다.

그 때문에 한국, 중국 그리고 일본이 그 역할을 다해야 하는 부담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한·중·일 삼국은 각자 상대국에 대해 손톱 속 가시를 안고 미묘한 긴장과 갈등도 품고 있다.

한중은 현재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 한국 배치로 중국이 여전히 감정을 숨기고 있고, 한일 간은 4차산업혁명을 치고 나가려는 한국에 고춧가루를 뿌리려는 일본의 첨단소재 수출규제로 갈등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주최하는 회의지만 중국이 한국과 일본을 대하는 의제와 방향이 이번 회담에서 미묘한 차이를 보인다는 점에서 우리의 갈 길이 녹녹지 않다는 것을 보였다.

문 대통령은 남북문제에 중국의 역할을 기대한 반면 중국은 일본과 미래를 위한 양국의 협력을 기대하는 분위기로 볼 때 막내 취급하는 인상을 풍겼다는 분석들이 나온다.

막내는 그야말로 귀여움의 대상이지 미래를 논하는 자리에 낄 군번이 아니라는 뉘앙스를 풍긴다.

우리로서는 현재 남북문제가 중요한 외교 현안이기 때문에 문 대통령으로서는 남북문제에 중국의 협력을 끌어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일 수 있다.

우리의 대외 관계에서 한미 간에는 군사, 한중관계에서는 경제, 한일관계에서는 기술이라는 손톱 속 가시를 안고 상대해야 하는 만큼 이번 한·중·일 정상회의에서도 이 같은 가시를 빼는데 외교적 방향을 엿볼 수 있었지만 중일은 초점이 다르다는 점을 보여줬다.

중국이 개혁개방 초기 제철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덩샤오핑 주석이 박태준 포항제철 회장에게 자문하고, 중국 조선소들이 민희식 전 현대중공업 회장을 삼고초려를 해서 모시려 했던 그 옛날 중국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 한·중·일 정상회의였다.

군사, 기술, 자본 모든 것을 갖췄으니 미국의 패권에 맞서 3국이 협력하는데 한국도 동참하라는 무언의 메시지를 남겼기 때문이다.

우리는 한한령, 관광비자 문제 등을 중국에 현안으로 제시했지만, 중국은 이에 대한 명시적인 언급이 없었다. 반면 일본에 대해서는 중국의 관영매체인 신화통신을 통해 문화, 관광 분야의 협력을 명시적으로 언급했다. 중국은 한발 더 나아가 일본과 인공지능(AI), 빅데이터(Big Data), 사물인터넷(IOT) 협력을 제의했다.

중국 속담에 ‘한번 원수 지면 삼대가 흘러 복수해도 늦지 않다’라는 말처럼 사드로 한국에 뒤통수 맞았던 불편한 심기를 여전히 숨기고 있다는 듯 중국은 쉽게 답을 하지 않은 채 미뤘다는 평가다.

시진핑 주석은 한중 및 중일의 정상회담에서 (지금 세계는) 100년간 보지 못했던 위기라는 점을 상기시키면서 미국의 100년 만의 중국봉쇄에 우회로인 일대일로(一帶一路)에 한국과 일본이 동참해 달라고 요청했다.

중국은 미국과의 무역전쟁 중에 미국의 우방인 한국에 떡 하나 더 주는 것이 바람직한지, 더 애태우는 것이 바람직한지 여전히 저울질하고 있다.

중국경제금융연구소(소장 전병서)가 이를 두고 대국의 싸움에 약한 쪽의 편 가르기가 가장 고약한 일인데, 중국이 더 강해지면 미·중 간의 양자택일 선택을 강요하는 일도 벌어질 것이라는 분석에 공감하는 바가 크다.

군사력, 기술, 경제면 모두를 긴밀히 날줄과 씨줄로 고리를 맺고 있는 미·중·일과의 외교전에 킬러 콘텐츠를 육성하는 길만이 살길이라는 것을 다시 보여준 한·중·일 정상회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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