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정찰기 4대 동시 출격 감시·경계 강화
韓 군당국도 지상·해상 경계태세 높여

사진=연합뉴스

[일간투데이 배상익 기자] 북한이 '성탄절 선물'을 언급하며 도발을 예고했지만 뚜렷한 이상 징후는 포착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한미 군 당국은 북한이 '연말시한'을 앞두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 도발 가능성에 대비하며 감시·경계 태세를 강화했다.

특히 미국은 이례적으로 리벳 조인트(RC-135W)와 RQ-4 글로벌호크 등 정찰기 4대를 동시에 한반도 상공 및 동해 상공으로 출동시켜 북한의 지상과 해상을 정밀 감시하는 등 긴장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한미 군 당국은 25일 북한이 성탄절을 계기로 ICBM이나 SLBM 발사 등 모든 도발 가능성에 대비해 대북 감시·경계태세를 강화했다.

군 당국은 지상의 탄도탄조기경보레이더(그린파인)를 가동하고, 해상에서는 탄도미사일을 탐지할 수 있는 SPY-1D 레이더를 탑재한 이지스 구축함을 출동시켰다. 공중에서는 항공통제기(피스아이)도 임무를 수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도 북한을 자극하는 언행은 피하면서도 정찰기 4대를 동시에 한반도로 출격 시켜 북한의 지상과 해상을 정밀 감시했다.

민간항공추적 사이트 '에어크래프트 스폿'에 따르면 미국 정찰기 4대는 크리스마스이브인 24일 저녁과 성탄절인 이날 새벽 사이에 한반도 상공으로 출동했다.

미군의 정찰기 4대가 동시에 출격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미국 공군의 리벳 조인트(RC-135W), E-8C 조인트 스타즈(J-STARS), RQ-4 글로벌호크, 코브라볼(RC-135S) 등 4대의 정찰기가 동시에 한반도 상공 및 동해 상공으로 출동했다.

RC-135W와 E-8C는 각각 한반도 3만1000피트(9.4㎞) 상공에서, 글로벌호크는 5만3000피트(16.4㎞) 상공에서 작전 비행을 했다. RC-135S는 일본 오키나와 가데나 주일미군 공군기지에서 이륙해 동해 상공으로 비행했다.

미 공군의 주력 통신감청 정찰기 RC-135W는 미사일 발사 전 지상 원격 계측 장비인 텔레메트리에서 발신되는 신호를 포착하고, 탄두 궤적 등을 분석하는 장비를 탑재하고 있다.

통합 감시 및 목표공격 레이더 시스템 등을 탑재한 E-8C는 고도 9∼12㎞ 상공에서 북한의 미사일 기지, 야전군의 기동, 해안포 및 장사정포 기지 등 지상 병력과 장비 움직임을 정밀 감시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번 비행하면 9∼11시간가량 체공할 수 있고, 항속거리는 9270㎞에 이른다.

글로벌호크는 20㎞ 상공에서 특수 고성능레이더와 적외선 탐지 장비 등을 통해 지상 0.3m 크기의 물체까지 식별할 수 있는 첩보 위성급의 무인정찰기이다. 한번 떠서 38∼42시간 작전 비행을 할 수 있다.

RC-135S는 최첨단 전자광학 장비로 원거리에서 탄도미사일의 궤적을 추적할 수 있는 정찰기인데 이번 출격은 SLBM 도발 가능성에 대비해 북한 잠수함 기지를 정찰한 것으로 보인다.

주일미군의 KC-135R 공중급유기도 이날 주일미군 기지서 연료를 다시 채워 이들 정찰기 지원을 위해 동해 상공으로 출동했다.

과거 한반도에서 작전 비행을 한 미국 정찰기는 위치식별 장치를 끄고 활동했으나, 북한이 도발 가능성을 시사한 최근에는 켠 채로 공개적인 비행을 하고 있다. 이는 북한 전역을 정밀 감시하고 있다는 것을 대외적으로 알리면서 압박을 가하려는 목적으로 관측된다.

이와 관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성탄절 맞이 미군 장병과 화상 통화를 한 뒤 취재진이 북한의 '성탄선물'에 대해 질문하자 "아마도 좋은 선물일 수도 있다"며 미사일 시험 발사가 아니라 예쁜 꽃병 같은 선물일 수도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화적인 화법을 구사하면서도 다만, 실제 도발이 이뤄진다면 "아주 성공적으로 처리할 것"이라며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지켜보자"라고 경고 메시지도 보냈다.

앞서 북한 리태성 외무성 미국담당 부상은 지난 3일 담화에서 "우리가 미국에 제시한 연말 시한부가 하루하루 다가오고 있다"며 "이제 남은 것은 미국의 선택이며 다가오는 크리스마스 선물을 무엇으로 선정하는가는 전적으로 미국의 결심에 달려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7일과 13일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서 북한의 '전략적 지위'에 영향을 미칠 '중대한 시험'을 진행했다. 전문가들은 이들 시험이 ICBM과 정찰위성 발사용 대형로켓 엔진 성능 실험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하지만 북한은 이날 오전까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이나 노동신문 등 북한 주요 매체는 이날 직접적인 '연말 도발'과 관련 언급이 없었다. 또다른 '크리스마스 선물' 가능성이 거론됐던 노동당 전원회의 관련 보도도 없었다.

전원회의는 당 중앙위원과 후보위원이 모두 참석해 당의 핵심 정책노선을 결정하는 자리로, '연말 시한'에 임박한 이번 전원회의를 통해 김정은 위원장이 경고해온 '새로운 길'의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전망을 낳고 있다.

대신 북한은 이날 대외 선전매체들을 통해 한미 군사공조와 남측 당국 등에 대한 비난을 이어갔지만, 그 역시 내용이나 수위가 기존의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다.

'우리민족끼리'는 이날 '더욱 명백해진 평화파괴의 장본인' 제목의 논평에서 지난 17일 청주 공군기지에서 비공개로 열린 F35A 전력화 행사 및 내년도 추가 도입 계획 등을 비난하며 "이는 '평화'의 간판밑에 동족을 해치기 위한 또 하나의 엄중한 군사적 도발"이라고 주장했다.

'메아리'는 홈페이지 가입자 2000명을 대상으로 자체설문한 결과라면서 "응답자 대부분이 북남관계악화의 주범은 미국과 남조선 당국이라고 비난했다"고 여론전을 폈다.

하지만 북한의 도발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아직 '크리스마스 선물'의 직접 수취인인 미국 현지시간으로는 크리스마스까지 하루 더 남아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스티브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의 방한을 기점으로 북한의 도발적 언행의 수위가 급격히 줄어드는 등 사실상 '침묵 모드'로 들어간 모양새여서, 미국을 긴장시켰던 북한의 '크리스마스 선물'은 '빈손'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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