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아 전 부사장, 경영복귀 불발·측근 배제 반발해 조원태 회장 공격
조 회장, 모친 이명희 고문과의 갈등 속 경영권 유지 위해 갈등 봉합 관측돼

▲ 그룹 경영권을 둘러싼 남매간 갈등이 한진그룹 총수 일가 전체로 번지는 양상이다. 29일 재계에 따르면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성탄절인 지난 25일 어머니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을 찾아가 언쟁을 벌였고 이 과정에서 거실에 있던 화병 등이 깨지고 이 고문 등이 경미한 상처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왼쪽)과 동생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오른쪽). 사진=연합뉴스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선제공격으로 본격화된 한진그룹 경영권 다툼이 '남매의 난'을 넘어 '모자 전쟁'으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지난 4월 미국에서 별세한 고(故) 조양호 회장은 가족간의 화합과 단결을 유훈으로 당부했지만 자녀들은 되레 이 유훈을 명분으로 경영권 싸움을 벌이는 형국이다. 이러한 대립국면이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 세 대결로까지 이어질지, 조 전 부사장의 경영 복귀로 봉합될지 재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9일 재계에 따르면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최근 법률대리인을 통해 "조원태 대표이사가 공동 경영의 유훈과 달리 한진그룹을 운영해 왔고 지금도 가족 간의 협의에 무성의와 지연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한진그룹의 발전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기 위해 향후 다양한 주주의 의견을 듣고 협의를 진행해 나가고자 한다"고 밝혔다.

조 전 부사장이 지난달 말 단행된 한진그룹 정기 임원인사에서 자신의 경영 복귀는 물론 측근 인사들이 대부분 배제된 반면 우기홍 대한항공 대표이사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 임명되는 등 조원태 회장 '친정체제'가 강화된 데 대해 반발하면서 경영권 다툼의 불을 켠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한진그룹은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도 국민과 고객의 신뢰를 회복하는 한편 기업가치 제고를 통해 주주와 시장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며 "이것이 곧 고 조양호 회장의 간절한 소망이자 유훈이라고 믿고 있다"고 대응했다. 앞서 4월 12일 조원태 회장은 고 조양호 회장의 시신을 운구한 항공기에서 내리며 고인의 유언에 대해 "가족들과 잘 협력해서 사이좋게 이끌어 나가라고 하셨다"고 전했다.

하지만 최근 조 회장이 서울 평창동에 있는 어머니 이명희 고문의 자택을 찾아 조 전 부사장의 '반기'를 두고 이 고문과 언쟁을 벌이는 과정에서 이 고문이 상처를 입은 사실이 전해졌다. 선친의 바람과 달리 남매간의 갈등을 넘어 '모자 전쟁'으로 비화되면서 오히려 가족간의 극한대립구도가 모두 노출되고 있는 것이다.

재계 일각에서는 이 고문도 아들인 조 회장의 독자적인 경영에 불만을 품고 있으며 큰딸의 반기에 암묵적으로 동의한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이 소동을 계기로 남매간 갈등의 골이 깊어진 만큼 내년 3월 주총까지 갈등이 회복되기는 쉽지 않으리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진그룹은 "회사의 경영은 회사법 등 관련 법규와 주주총회, 이사회 등 절차에 따라 행사돼야 한다"며 조 회장의 그룹 총수로서의 '정당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런 '정당성' 주장에도 사내이사 재선임이 달린 내년 3월 주총을 고려하면 조 전 부사장의 이탈은 조 회장에게 치명타가 될 전망이다. 조 회장과 조 전 부사장의 한진칼 지분은 각각 6.52%와 6.49%로 0.03%포인트 차이에 불과한 데다 끊임없이 총수 일가의 경영권을 위협해 온 KCGI는 지분율을 17.29%로 끌어올린 상태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캐스팅보트'를 쥔 어머니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지분율 5.31%)과 조현민 한진칼 전무(6.47%)의 선택도 변수다. 그룹 우호지분으로 분류되는 델타항공(10.00%)과 반도건설(6.28%)이 남매 중 누구의 손을 들어줄 지도 관심거리다.

일각에서는 극단적인 경우 창업자 조중훈 전 회장 별세 이후 '형제의 난'으로 계열 분리가 이뤄진 것처럼 삼 남매가 계열 나눠 갖기에 나설 것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반면 조 회장이 경영권 확보를 위해 누나와의 대립각을 세우기보다는 결국 주총 전에 누나를 경영에 복귀시키고 가족간의 단합을 꾀하는 모양새를 취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다만 이미 남매의 갈등이 수면 위로 부상한 데다 모자간의 갈등까지 표출된 만큼 주총까지 불과 3개월가량 남은 상황에서 총수 일가 내부의 갈등이 봉합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조 전 부사장도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해 과감하게 견제구를 날리며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한편 대한항공 노동조합은 지난 24일 성명을 내고 "조 전 부사장은 경영 복귀의 야욕을 드러내지 말고 사회적으로 인정할 만한 자숙과 반성의 시간을 보내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며 "(조 전 부사장이) 지주회사인 한진칼 지분을 통해 조합원과 대한항공 노동자의 일자리를 위협한다면 모든 수단과 방법을 통해 경영 복귀 반대 투쟁을 강력히 전개하겠다"고 조 전 부사장의 경영복귀에 강한 반대의사를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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