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이하 대한상의) 회장이 경제계를 대표해서 29일 출입기자단과 내년 우리 경제 전망과 관련해 인터뷰 중 규제개혁과 함께 의식개혁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 철벽과도 같은 법의 구조적 장벽 때문에 기업이 성장을 계속할 것인가에 대해 상당히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말과 함께 모든 법·제도, 기득권 장벽을 다 들어내야 한다고 하소연했다.

박 회장은 (정부가 말로만 외치는 규제개혁) 규제개혁 전체로 보면 변화가 크지 않다는 게 기업인들의 생각이라고 덧붙이면서 이는 국회의 입법 미비, 공무원들의 소극적 행정과 민간 규제, 신(新)산업과 기존 기득권 집단 간 갈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누구나 다 느끼고 있지만 자기 관점에서는 남 탓만 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기득권 장벽을 굳건히 지키기 때문에 새로운 산업 변화를 일으키기가 불가능하고 전체적인 역동성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기업 전체로 보면 진입 장벽을 갖춘 기업과 한계 기업 두 집단이 변하지 않아 기업 입출(入出)이 선진국에 비해 자유롭지 못하다는 이야기다.

박 회장은 그 예로 미국 경제지 포천의 '글로벌 기업' 순위에서 미국은 10대 기업이 지난 10년간 7개가 바뀌었지만 우리나라는 겨우 2개만 바뀐 것을 들었다. 새로운 사업 기회가 눈에 띄지 않아 투자가 점점 적어지고 결국 짜인 대로만 가고 있다는 상황은 시대에 뒤떨어졌다는 시그널이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 구조개혁이 굉장히 더뎌 미래가 대단히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국내 5 경제단체 중 하나인 대한상의 회장으로 기업의 애로사항을 대변하는 처지에서 기업이 얼마나 미래 대한민국의 경영활동을 염려하는지가 인터뷰 내내 쏟아졌다는 후문이다.

나아가 박 회장은 이런 현상을 타개할 구조개혁을 위해서는 기업뿐만 아니라 국민 전체의 의식개혁도 필요하다는 견해를 내놨다고 한다.

나라의 미래를 위해 낡은 법·제도 틀과 모든 생각을 바꾼다는 국민 공감대를 끌어낼 정도의 의식개혁이 필요하다는 답답한 마음을 털어놨다.

지난 20대 국회 내내 각종 경제·규제개혁 입법 촉구를 위해 대한상의 회장 자격으로 16번 국회를 찾았다는 점을 소개하면서 선거 반년 전부터 모든 법안 논의가 전부 중단되는 일이 항상 반복됐는데 지금은 그 대립이 훨씬 심각하다고 토로했다고 한다. 동물국회, 식물국회, 아수라장 국회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경제 입법이 막혀 있어 참 답답하다고 했다. 20대 국회 같은 국회가 다시는 반복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규제개혁을 발목 잡은 철벽 국회에 대해 아쉬움을 드러냈다.

2시간 넘게 진행된 출입기자단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20대 국회를 찾아 입법을 호소하는 과정을 회고하는 동안 눈물을 보이기도 하면서도 박 회장은 기업들이 양극화, 불공정 관행 문제를 외면한 상태에서 글로벌 수준의 기업환경을 만들어 달라고 강변하는 것은 효과가 없다고 기업 들에도 자성을 촉구했다. 그러면서 기업이 우리 사회 성장 과정에서 혜택을 받은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는 점을 새기면서 기업들이 부채의식을 갖고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기업도 이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2년 연속 한·일 상공회의소 회장단 회의가 열리지 않는 이유를 묻는 기자들에게 “미무라 아키오(三村明夫) 일본 상의회장(신일철주금 명예회장)이 한일 상의회장단 회의에서 1965년 한일협정과 징용 관련 주제를 꺼내고 싶어 하는데 '경제는 경제고 정치는 정치다. 정치를 회의에 끌어들이지 말라'고 본인이 거부해서 회의가 열리지 못하고 있다”면서 “일본이 저지른 일은 역사이고, 징용이나 위안부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슬픔과 고통인데 역사가 거래로 지워지느냐?"는 한일 관계에 대한 입장 차를 굽히지 않아 한일상공회의소 회장단 회의가 미뤄지고 있다고 한일 관계에 대한 본인의 소신을 밝혔다.

주요 경제단체장들 역시 내년인 2020년을 맞는 신년사에서 일제히 현재 우리 경제가 위기라고 진단하고, 규제 완화를 통해 기업 활력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모든 것을 원점에서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새 틀을 만들어야 할 시기라고 지적하고 낡은 규제, 발목을 잡는 규제는 과감히 버리고 새로운 길을 터줄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기업들이 투자와 생산을 늘릴 수 있는 환경 조성이 국가 최우선 과제로 인식돼야 한다면서 '기업 활력 제고'로 경제정책이 전환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영주 한국무역협회 회장 역시 고령화·저성장·저소비가 '새로운 일반'(뉴노멀)으로 자리 잡은 가운데 세계 무역의 양적 성장이 한계에 봉착했다며 이제 우리 수출은 기존의 성장모델만으로는 성공 신화를 이어갈 수 없으며 성장의 패러다임을 물량에서 품질·부가가치로 전환해야 한다고 기업의 분발을 당부했다.

강호갑 한국중견기업연합회장은 기업인은 상생·협업이 더 큰 가치를 만들어 낸다는 것을 절대 잊지 말아야 한다고 기업가 정신을 강조했다.

재계를 대표하는 5단체 회장들이 대한민국의 먹거리를 위한 고언과 자체 고백인 만큼 대통령을 포함한 국회, 근로자 모두 함께 고민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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