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AI통해 2030년 디지털 경쟁력 3위, 삶의 질 10위 도약" 포부
삼성전자, 새로운 AI플랫폼 '네온' 공개…이통·포털업계, AI 기술·서비스 경쟁 치열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말 서울 강남 코엑스에서 네이버가 주최한 소프트웨어 개발자행사인 '데뷰 2019'에 참석해 'IT 강국을 넘어 AI 강국으로'란 주제로 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지난 2016년 '알파고' 충격으로 인공지능(AI) 시대가 더 이상 먼 미래가 아닌 '우리 곁에 와 있는 미래'임을 실감한 우리나라는 손정의(孫正義·일본 이름 손 마사요시) 일본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이 지난해 7월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한 "앞으로 한국이 집중해야 할 것은 첫째도 인공지능, 둘째도 인공지능, 셋째도 인공지능"이라는 발언을 통해 전사회적으로 AI에 대한 관심을 다시금 환기시키게 됐다.

◇문재인 대통령, 'AI 강국 선언' 통해 '새로운 문명' 견인차 활용 의지 천명

손 회장은 20여년 전 당시 국제통화기금(IMF) 경제 위기를 겪고 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을 예방해 "한국이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초고속 인터넷에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며 "한국이 초고속 인터넷, 모바일 인터넷 세계 1위 국가로 성장해 기쁘다"고 과거 자신의 조언에 따라 한국이 선진 IT국가로 변모한 경험을 되새겼다.

문 대통령도 곧바로 화답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말 서울 강남 코엑스에서 네이버가 주최한 소프트웨어 개발자행사인 '데뷰 2019'에 참석해 'IT 강국을 넘어 AI 강국으로'란 주제로 한 기조연설에서 "인공지능 정부가 되겠다"며 "정부 스스로 인공지능을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지원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어 "인공지능은 과학기술의 진보를 넘어 '새로운 문명'으로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며 "인공지능은 끊임없이 부족함을 보완해 더욱 완전해지려는 인류의 꿈이 만들어낸 결과"라고 강조했다. 인공지능을 단순히 경제 활성화를 위한 기술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를 근본적으로 혁신해 국가 재도약의 계기로 삼는다는 포부다.

미·중 무역전쟁의 여파로 글로벌 경기가 위축된 가운데 중국·인도 등 신흥국들의 기술추격으로 제품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는 국내 주요 기업들도 대규모 투자와 연구·개발(R&D)을 통해 AI를 정보기술(IT) 분야 뿐만 아니라 금융, 자동차, 교육, 의료 등 전 산업 분야에 폭넓게 활용함으로써 식어가는 경제 성장 엔진에 활력을 불어 넣으려고 하고 있다.

지난해 1월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북미 최대 전자제품전시회 'CES 2019'에서 삼성전자 전시관에 들른 관람객들이 삼성 인공지능(AI) 스피커 '갤럭시 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이동통신업계, AI 스피커 경쟁 치열…삼성, '갤럭시 홈 미니' 출시해 리모컨 사용 모든 가전 제어

AI를 기업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는 핵심 기술로 보고 가장 활발히 투자하고 있는 분야는 이동통신업계다. 이통업계는 5세대(5G) 이동통신과 연계해 사용자가 AI 스피커에 음성으로 지시를 하면 AI가 이를 알아듣고 수행하는 다양한 서비스를 내놓는 치열한 기술경쟁을 벌이고 있다.

SK텔레콤은 AI 스피커 '누구'(NUGU)를 티(T)맵 내비게이션과 NH농협은행의 모바일 뱅킹 앱 'NH올원뱅크'에 탑재했다. NH올원뱅크 서비스는 터치 없이 음성만으로 송금이나 계좌이체 등이 가능하다. 또 '누구'를 탑재한 교육용 코딩 로봇 '알버트 AI'를 출시했고 AI 기반 치매 예방 프로그램 '두뇌톡톡'을 개발했다.

KT는 AI 스피커 '기가지니'를 아파트, 호텔 등에 적용하고 있다. KT는 서울 노보텔 앰배서더 호텔에서 객실 내 기가지니 단말기에 말을 걸면 로봇이 용품을 배달하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또 AI 스피커를 통해 음성으로 아파트 커뮤니티 시설을 예약하고 아파트 관리비 등 정보 검색을 할 수 있는 '기가지니 우리 아파트' 서비스도 출시했다.

LG유플러스는 스마트홈에 초점을 맞췄다. 'U+IoT'(사물인터넷)와 연동해 20여종의 가전제품을 말로 제어하고 스피커에 말을 걸어 날씨·뉴스·교통 등 콘텐츠를 들을 수 있다. 또 구글 AI 음성비서 '구글 어시스턴트'를 연동해 스마트폰을 통해 음성명령으로 U+IoT 서비스를 간편하게 이용할 수도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갤럭시 홈 미니'를 출시하며 AI 스피커 시장에 본격 진출한다. 기존 AI 스피커는 인터넷 연결 기능이 있는 최신형 가전을 제어할 수 있지만 갤럭시 홈 미니는 제조사에 상관없이 적외선 리모컨을 사용하는 제품이라면 모두 음성으로 제어할 수 있다.

또 삼성전자는 오는 7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북미 최대 전자제품전시회 'CES 2020'에서 AI 음성비서 '빅스비(Bixby)'의 뒤를 이을 새로운 AI 플랫폼 '네온(NEON)'을 선보인다. 업계에 따르면 네온은 AI 통역 시스템을 포함할 전망이다.

지난해 말 발표한 정부의 '인공지능 국가전략' 인포그래픽. 자료=과기정통부

◇네이버, 미·중 패권 뛰어넘는 '글로벌 AI 연구 벨트' 조성…카카오, AI전담법인 독립, 생태계 조성

AI 바람은 포털 업계에서도 뜨겁다.

국내 최대 포털인 네이버의 AI 기술은 이미 다국어 번역, 뉴스 기사 자동 배치, 야구 경기 자동 편집, 손글씨 제작 등으로 구현됐고 앞으로 AI 기술을 더욱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네이버는 새해에는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글로벌 AI연구 벨트' 조성에 나선다. 한국·일본을 시작으로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를 거쳐 AI 연구소 '네이버랩스 유럽'이 있는 프랑스까지 하나로 묶어 미국과 중국의 양대 기술 패권에 맞설 새로운 흐름을 만들겠다는 포부다.

카카오도 지난 연말 AI 담당 사내 독립기업(CIC)을 '카카오엔터프라이즈'란 이름의 별도 회사로 떼어 내는 등 AI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AI 플랫폼 '카카오 아이(i)'의 적용 범위를 기존 현대·기아차에서 헬스케어, 금융, 유통, 물류, 제조 등 다양한 산업군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또 카카오톡을 활용해 중소상공인도 쉽게 쓸 수 있는 AI 챗봇(대화 로봇)을 내놓는 등 AI 생태계 조성에 주력하고 있다.

◇서울대·세브란스 병원 등, AI 영상진단으로 폐렴·암 판정

AI 기술은 환자 정보를 기록하는 의료 서비스부터 영상 판독, 암 진단에 이르기까지 의료 분야 곳곳에 활용되고 있다.

환자의 흉부 엑스(X)선 영상을 판독해 폐렴을 진단하거나 혈액검사를 분석해 패혈증을 예측하는 AI 기술은 이미 임상에서 쓰이거나 연구단계에 있다. 서울대병원은 지난해 흉부 엑스선 검사 영상을 보고 폐암이 의심되는지를 알려주는 AI를 도입했다. 대장암 환자의 조직 슬라이드를 분석해 정확한 병기를 진단하고 예후(병의 진행상태)를 예측하는 AI 개발에도 성공했다. 강남세브란스병원은 초기 암으로 국소부위에 생기는 조기 위암을 발견하는 AI를 개발했다. 분당서울대병원이 개발한 AI는 뇌 자기공명영상(MRI) 영상의 '질감'(texture)으로 알츠하이머병 발생 가능성을 판단한다.

뷰노의 '뷰노메드 본에이지'는 지난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AI 기술을 적용한 첫 의료기기로 허가 받으면서 AI 의료기기 개발이 본격화하고 있다. 컨설팅기업인 액센추어에 따르면 세계 AI 의료기기 시장은 2014년 6억달러(6741억원)에서 2021년 66억달러(7조3900억원) 규모로 10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밖에도 AI는 의사나 간호사의 음성을 듣고 환자 정보를 기록하는 데 활용되거나 병원에 방문한 환자를 안내하는 로봇에도 쓰이고 있다.

◇경쟁국 대비 AI 기술력 부진·인재 부족 심각

이처럼 우리나라의 전 산업분야에 AI가 활발하게 활용되고 있지만 여전히 우리가 가야 할 길은 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기술적으로도 선진국에 못 미치고 기술 개발의 주력이 될 AI 인재도 많이 부족하다.

지난 연말 이세돌 9단이 국산 바둑 AI '한돌'과 맞붙은 은퇴 대국은 국산 AI 기술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줬다는 평가다. NHN이 개발한 한돌은 맞대결에서는 사람이 대적하기 어려운 막강한 기력을 과시했지만 '2점 접바둑'에서는 1패를 기록하며 약점을 노출했다. AI 기술 개발의 핵심인 데이터가 부족했다는 점이 주요 패인으로 꼽힌다.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의 'ICT 기술수준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미국 AI 기술 수준을 100%로 봤을 때 우리나라 기술은 81.6%로 기술 격차 기간도 2년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쟁국인 유럽(90%), 중국(88%), 일본(86%) 역시 모두 우리나라를 앞서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이 AI 전문가 3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AI 산업을 선도하는 미국의 AI 인재 경쟁력을 10으로 볼 때 우리나라는 5.2에 불과했다. 역시 중국(8.1), 일본(6.0)에 뒤쳐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AI 국가전략' 통해 기술개발·인재양성 매진

이에 정부도 AI에 국가적인 역량을 집중하기로 했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발표한 '인공지능(AI) 국가전략'을 통해 "AI 반도체 핵심 기술인 차세대 지능형 반도체에 2029년까지 1조96억원을 투자하는 등 지원을 집중해 2030년까지 디지털 경쟁력 세계 3위, 지능화 경제 효과 최대 455조원 창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삶의 질 수준을 10위로 끌어올린다"는 야심찬 비전을 제시했다.

AI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해 11월 제2차관 산하에 인공지능기반정책관과 네트워크정책실을 신설했다. 인공지능기반정책관을 통해 분산돼 있던 인공지능·데이터·클라우드 정책을 한 곳에 결집시켜 시너지를 높이고 범국가적인 인공지능 정책을 보다 효과적으로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네트워크정책실은 인공지능의 핵심 인프라인 데이터, 고성능 컴퓨팅 자원, 네트워크 중 한국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고 있는 네트워크 부문에 보다 집중적으로 정책 역량을 쏟을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하기 위함이다.

인재양성에도 정책적인 관심을 기울인다. 교육부는 지난해 고려대·한국과학기술원(KAIST)·성균관대 등 5개 대학교가 AI대학원을 정식 개원한 데 이어 올해에는 광주과학기술원(GIST)과 포스텍(POSTECH) 등 3곳에 AI대학원을 추가 신설해 8개로 늘려 오는 2023년까지 4년간 혁신인재 20만명을 육성하기로 했다. AI 관련 업체와 전문대가 협약을 체결해 실업계고 학생을 전문대 입학 단계부터 조기 취업 형태로 선발하는 'AI 계약학과'도 도입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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