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띠 해 태어나면 재물복·영특함·부지런함 타고난다는 속설처럼 2020년도 우리 독자 여러분 모두에게 그 좋은 것만을 취하기를 바란다.
우리나라 전역에 쥐와 관련된 갖가지 상징물들과 지명이 숨어 있는 것만 봐도 쥐해인 경자년은 우리나라에도 경사스러운 일들이 있었으면 한다.
우선 충남 서산 운산면 용장천 물줄기를 거슬러 올라가면 강당골이라 불리는 곳에 쥐 바위가 있다. 강당골은 쥐를 닮은 형국으로 100여개의 사찰이 모였을 만큼 불교의 성지로 불렸다. 서산 마애삼존불부터 강당골 옆 하천을 사이에 두고 한쪽에는 쥐 바위가 있고 다른 한쪽에는 고양이 바위가 있었다고 한다. 하천 다리가 없던 시절 쥐 모양을 닮았던 강당골 사찰들은 번성했지만, 고양이 바위가 있는 절에는 스님들을 만나기 어려울 정도로 쇠퇴해 갔다고 한다. 하지만 하천에 다리가 생기자 쥐 바위가 있던 강당골 사찰들은 폐허가 됐고 고양이 바위가 있는 사찰에 신도들이 모여들었다고 한다. 이는 다리로 인해 고양이가 다리를 건너 쥐를 모두 잡아먹으면서 강당골 사찰들이 망했다는 쥐와 고양이의 관계를 빗대서 내려온 전설이라는 것이다.
이 같은 설화는 또 있다. 강원도 강릉시 서지(鼠地)는 쥐가 흙을 파는 형국이라 쥐의 땅(서지)으로 불린다. 동해시 두타산 삼화사에서 서쪽 1.4km 학소대 골 상류에 두타산성과 마주한 관음사는 산쥐들이 길을 인도해 암자를 창건했다고 해 쥐조암도 있다.
전북 익산시 삼기면 원서두 마을은 한자의 해석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원서두(原西豆)라는 말도 있고, 원서두(原鼠頭)라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후자는 '쥐의 머리'라는 뜻인데 먹이를 물어다가 한곳에 모아놓는 쥐의 습성을 본따 지었다고 한다. 주민들이 재물을 차곡차곡 모아 부자가 되길 바라는 뜻에서 마을 이름을 지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우리 지명 속 속설과 전설처럼 새해엔 국민이 모두 행복한 한 해였다고 기억하는 해였으면 한다.
주변 열강 틈 속에 우리 대한민국이 처한 현실 또한 쥐의 형편과 다르지 않다. 그만큼 우리가 처한 현실이 녹녹지 않다. 미·중, 북미, 한중, 한일의 관계가 그렇다.
우리는 무엇보다 남북은 타국에 의해 남남이 됐다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된다. 그 타국을 위해 지난 75년 사이 동족상잔의 아픔을 겪어야 했다.
이제는 지난 75년사에 왜 우리가 그래야만 했는지 되돌아봐야 할 해이다.
재물복·영특함·부지런함을 상징하는 경자년인 만큼 국민과 남북이 새로운 미래를 여는 원년이기를 독자들과 함께 기원해본다.
최종걸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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