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 경제는 수출입 국의 무역전쟁과 규제로 타격이 컸지만 3년 연속 무역 규모 1조 달러를 유지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수출이 5424억1000만 달러, 수입은 532억3000만 달러로
수출과 수입 규모가 1조456억 달러를 기록해 3년 연속 1조 달러를 달성했다.

세계에서 무역 규모 1조 달러를 달성한 나라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중국, 미국, 독일, 일본, 네덜란드, 프랑스, 영국, 홍콩, 이탈리아 등 10개국으로, 이 중 3년 연속 1조 달러를 달성한 국가는 이탈리아를 제외한 9개국뿐이다.

홍콩을 제외한 국가는 모두 한때 그들만의 세계 경쟁력을 갖춘 기업과 군사력으로 제국을 꿈꿨거나 제국을 도모했던 나라들이라는 점에서 우리나라가 무역 규모 1조 달러 달성 업적을 3년 연속 달성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는 우리 대한민국도 무역 규모를 1조 달러로 끌어올릴 만큼 세계에 우리의 기술과 품질을 평가받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하지만 수출이 12개월 연속 감소하고, 글로벌 금융위기가 있었던 2009년 -13.9% 이후 10년 만에 –10.3%라는 두 자릿수나 후퇴했다.

이 같은 후퇴는 미·중 무역분쟁으로 107억 달러, 반도체 하강기(다운사이클)로 328억 달러, 유가 하락으로 134억 달러의 수출 감소분이 발생, 전체 감소분(625억 달러)의 91.0%나 차지했다.

수출 감소의 배경으로는, 우리의 주력 수출 품목인 반도체와 석유화학제품 분야가 부진하면서 수출 감소에 직격탄을 맞은 것으로 분석된다.

수출 품목의 쏠림현상에 따른 취약성을 드러낸 반면, 새로운 전환점도 시사하고 있다.

전기차·수소차, 바이오·헬스, 이차전지 등 비주력 신산업이 주력품목을 대체할 새로운 수출 성장동력으로 부상했다는 점에서 그렇다.

이외에도 미국과 중국 등 주력 시장을 대체할 새로운 수출 시장으로 신 남방·신 북방 지역이 급신장한 점은 고무적인 현상이다.

베트남 등 신 남방 지역으로의 수출은 사상 최초로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를 돌파했고, 신 북방은 3년 연속 두 자릿수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여기에는 수출 전선 다변화에 부단히 대응한 기업들의 노고가 컸다고 본다.

무역 규모 1조 달러 시대에서 진일보하기는 낙타가 바늘구멍을 뚫고 가는 것보다 힘겨울 수 있다.

한국을 포함한 주요 9개국은 산업별로 초격차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경쟁상대국이라는 점에서 특히 그렇다.

당장 주력 수출 품목인 반도체의 경우 중국과 대만 그리고 미국 등도 추격 중이고 여타 산업 분야 역시 우리가 추격자로 나서는 등 한 치 앞의 우열을 가리기 힘든 경쟁국들과의 가격경쟁을 벌이고 있다.

가격경쟁에서 밀린다 싶으면 국가가 나서 상대 기업들에 관세와 규제로 진입장벽을 높이는 시대인 만큼, 우리의 대외 여건이 녹록하지 않다.

국가는 국민의 먹거리 최전선에서 뛰고 있는 우리 기업들을 위해, 국가의 역할을 고민하고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정책의 역량을 집중해야 할 때다.

주요 그룹 및 기업 최고 책임자들의 신년사 중 구광모 엘지(LG)그룹 회장의 신년사는 기업이 원하는 국가 모델을 제시했다.

구 회장은 앉아서 검토만 하기보다는 방향이 보이면 일단 도전하고 시도해야 한다는 점과 안 되는 이유를 100가지 찾는 데 시간을 보내기보다는 해야 하는 이유 한 가지를 위해 바로 나설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언급했다.

정부도 기업들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100가지 이유를 들기 전에, 기업이 기를 펼 수 있는 이유 한가지를 찾아 내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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