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형 전 대법관 포함 각계 인사 7명 위원 선정…구체 내용은 미정
박용진 의원, "이재용 집행유예 위한 '병풍'용"…노동계, "이재용 형량낮추기 '보여주기'용"

▲ 삼성그룹 준법감시위원장으로 내정된 김지형 전 대법관(법무법인 지평 대표변호사)이 9일 서울 서대문구 사무실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이재용 삼성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요구한 준법감시위원회 설치를 앞두고 위원장을 맡은 김지형 전 대법관이 기자간담회를 자청한 가운데 일부에서는 위원회가 '준법파수꾼'보다 이 부회장의 형량을 낮추는데 활용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삼성 준법감시위원장을 맡은 김지형 전 대법관은 9일 법무법인 지평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위원회 구성 등에 대해 밝혔다.

김 위원장은 지난 2005~2011년 대법관 재임시절에 진보 성향 판결을 많이 낸 것으로 유명하다. 공직에서 물러난 김 위원장은 삼성전자 반도체질환 조정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삼성과 반도체 피해자들간 화해·조정활동을 했다.

위원회는 외부 위원으로 김 위원장을 비롯해 고계현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사무총장, 권태선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공동대표(전 한겨레신문 편집국장), 김우진 서울대 경영대 교수, 심인숙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봉욱 변호사(전 대검찰청 차장) 등 6명이 참여한다.

삼성 내부에서는 이인용 사회공헌업무총괄 고문이 위원에 포함됐다. 이 고문은 앞서 반도체조정위에서도 김 위원장과 같이 활동했다.

위원회는 설치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이달 말 경 주요 계열사 7개사와 협약을 체결하고 계열사의 이사회 결의를 거쳐 활동을 시작한다. 주요 계열사는 삼성전자와 삼성물산, 삼성생명, 삼성SDI, 삼성전기, 삼성SDS, 삼성화재 등이며 추후 확대할 예정이다.

김지형 위원장은 "위원회는 회사 외부에 독립해서 설치되는 기구"라며 "독립성과 자율성이 생명으로 삼성의 개입을 완전히 배제하고 독자 운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계열사들의 이사회 주요 의결사안에 법 위반 리스크가 없는지 사전 모니터링하고 사후에도 검토하는 내부 '준법 통제자'이자 외부 '파수꾼'이 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위원회는 준법감시 프로그램과 시스템이 작동하도록 구체적 실행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김 위원장은 "때에 따라서는 법 위반 사항을 직접 조사하겠다"며 "최고경영진의 법위반 행위에 대해 위원회가 홈페이지 등을 통해 곧바로 직접 신고받는 체계도 만들고 위반 사항에 대해 회사에 권고, 재권고해도 시정되지 않을 경우 홈페이지 게시 등을 하는 방안도 강구하겠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준법감시 분야의 성역을 두지 않겠다"며 "대외 후원금이나 공정거래 분야, 부정청탁 등의 분야에만 그치지 않고 노조 문제와 경영권 승계 문제 등에 있어서 법 위반 여부도 준법감시의 예외가 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준법감시위원회 활동의 시간적 적용 범위·대상 등 구체적인 운영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이러자 정치권과 노동·시민사회는 준법감시위원회가 이재용 부회장 형량 낮추기로 활용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상법상 법적 기구가 아니어서 권한과 책임조차 명확하지 않은 준법감시위가 과연 삼성의 경영 관련 정보에 얼마나 접근할 수 있을까, 남몰래 행해지는 탈법과 불법을 무슨 근거로 막을 수 있을까"라며 "준법감시위가 이재용의 집행유예를 위한 병풍이나 장식품으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감출 수 없다"고 꼬집었다.

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삼성전자서비스지회 등 노동단체와 민중공동행동 등 시민단체도 이날 지평 사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준법감시위원장에 내정된 김 변호사는 판사 시절 삼성의 3대 세습을 위한 '에버랜드 전환사채' 사건에서 이건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며 "삼성그룹의 준법감시위원회 설립이 이 부회장의 형량을 낮추려는 '보여주기'식 행동"이라고 성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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