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15억 초과 주택담보대출 금지 집값 안정에 주효
잠실주공5단지 112㎡형 시세대비 2억원 낮게 손바뀜
현지 중개업소 "학습효과 퍼져 규제 효과 발휘 여부 미지수"

▲ 지난 8일 찾은 서울 송파구 잠실동의 한 공인중개사사무소 모습. 사진=송호길 기자

[일간투데이 송호길 기자] 문재인 정부가 임기를 절반 넘긴 가운데 그동안 발표한 부동산 대책은 18번에 달하고 있다. 정부는 집값 안정을 위해 8·2 종합대책과 9·13 종합대책을 내놨지만, 집값은 좀처럼 잡히지 않고 있어 지난 12·16 종합대책이 대출, 세금, 청약 규제를 총망라한 초강력 대책으로 평가돼 강남 집값을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문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언급하며 초고강도 규제를 예고했다. 그러면서 "부동산 시장의 안정, 실수요자 보호, 투기 억제에 대한 정부의 의지는 확고하다"면서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에서 절대 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도 "부동산 시장 안정은 정부 경제정책의 최우선 순위"라며 "필요하면 모든 수단을 가동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투기의 진앙지로 지목되는 강남은 전방위 세무조사와 대출 규제 등 고강도 규제에도 분위기는 순간 움츠러들 뿐 되레 강남 불패의 역설을 만들었다. 강남 재건축 시장은 12·16대책을 어떻게 대처하고 있을지 지난 8일 서울 송파구 잠실동 부동산 시장을 긴급 점검했다.

이날 만난 다수의 공인중개사는 정부의 발표가 나온 지 20여일이 지난 현재 규제에 따른 변화를 느낀다고 답했다. 시가 15억원 초과 아파트에 대한 주택담보대출을 금지한 것이 집값 하락에 크게 영향을 끼친 것 같다는 평가가 주로 나왔다.

최근 급매물이 나오고 있는 것도 규제에 따른 영향이라고 보는 시각이 우세했다. 잠실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어제(7일) 잠실 주공5단지 112㎡(34평)형 매물이 시세보다 2억원가량 저렴하게 거래됐다"며 "당분간 호가가 수억원 내려간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귀띔했다.

잠실주공5단지는 재난해 말부터 급매물이 늘기 시작했다. 현지 공인중개사사무소 말을 종합하면 지난해 최고점을 찍었을 당시와 비교하면 최소 3억에서 최대 4억 원가량 내려앉았다.

전반적으로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규제 발표 이후로 상승 폭이 둔화되고 있다. 9일 한국감정원 발표에 따르면 지난 6일 조사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지난주보다 0.07% 올랐다. 지난달 16일 0.20%를 기록한 이후 3주 연속 오름폭이 줄어든 것이다.

특히 시세 15억원 이상 고가아파트가 밀집한 강남4구의 오름폭은 지난주 0.07%에서 0.04%로 줄었다. 서초구가 지난주 0.04%에서 이번주 0.02%로 감소했고 강남구는 0.09%에서 0.05%로, 송파구는 0.07%에서 0.04%로 각각 상승 폭이 둔화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갈피를 못 잡는 유동자금이 여전히 강남 아파트로 몰리고 있고 그동안 여러 차례 규제를 극복하면서 생긴 학습효과가 팽패해 이번 집값 하락 현상은 '반짝 효과'에 그칠 것"이라며 "한 매물을 다수의 공인중개업소에 내놔 매물이 많아 보이는 착시현상일 뿐, 이런 매물 품귀 현상이 지속되면 집값이 다시 상승세로 전환될 여지가 있다"고 자신했다.

맞은편에 위치한 Y공인 관계자는 "최근 대책의 영향과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합헌 결정 등 악재가 겹치면서 급매물이 나온 것 같다"며 "규제 여파로 관망세가 이어지며 거래가 중단된 상태가 이어지면 재건축아파트 위주로 큰 타격을 입을 전망"이라고 진단했다.

급매물이 나오는 것은 대책과 무관하다는 시각도 있었다. 송파구 백제고분로의 한 공인 관계자는 "급매물은 일반적인 거래가 아니어서 큰 의미가 없다"며 "시세차익 욕심을 부려 대출을 무리하게 받아 보유세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급매로 내놓은 사례를 여러번 봤다"고 전했다.

급매물이 속출하고 있지만, 집값이 더 내려가길 기대하는 대기수요도 존재했다. 송파구 C공인 관계자는 "시세가 갑자기 내려갈 경우를 대비해 매수하려는 대기자들이 여럿 있다"며 "최저점을 예측하는 것은 어렵겠지만 향후 매수 타이밍이 관건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한편 현장에선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함께 나왔다. 집값 정상화라는 정부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강남 때리기를 할 게 아니라 공급 부족 문제를 바로잡는 것이 우선이라고 현지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말한다.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한 공인 관계자는 "공급을 제한하면 수급 불균형으로 집값이 올라간다는 것은 시장의 기본적인 원리"라며 "투기 세력을 잡는 데 방점을 찍기보다는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 규제를 완화해 양질의 주택을 공급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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