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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 "영원한 한국노총 조합원으로 남을 것"
  • 허우영 기자
  • 승인 2020.01.09 17:31
  • 10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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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이 "훌륭한 후배들을 믿고마지막 임기 날까지 위원장 역할을 잘 마무리하고 '영원한 한국노총 노조원'으로 돌아가겠다"고 털어놓고 있다. 사진=김현수 기자

지난 2017년 1월 대한민국 제1 노조 단체인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의 지도자인 김주영 위원장의 임기가 이달 말 끝난다. 그는 전력노조 서부지부장을 시작으로 전력노조 위원장 4연임, 공공노련 위원장 3연임이라는 신기록을 세우며 한국 노동계를 대표하는 자리까지 오른 불세출의 노동운동가다. 합리적인 사고방식과 온화하고 겸손한 성격을 지닌 김 위원장은 신뢰와 소통으로 한국노총의 백만 노조원 시대를 이뤄냈다. 노동계 대표에서 자연인으로 돌아가는 준비를 하고 있는 김주영 위원장을 지난 8일 여의도 한국노총 위원장실에서 만났다.

[대담: 염희선 편집국장]

-30년 이상 노동운동을 했다. 지금 심정을 말씀해 달라.
▲인생을 합리적으로 살아왔다고 자평했는데 한국노총에서 마무리를 하면서 되돌아보니 인생을 헛살았다는 생각이 든다. 일단 임기는 잘 마무리하고 싶다. 그 이후에는 무엇을 해야 할지 막연하게 그려만 놨을 뿐 명확한 것은 없지만 영원한 한국노총 구성원으로 남을 것은 확실하다.

-인생을 헛살았다는 의미는 무엇인가.
▲세상이 뜻대로 안 풀렸다. 열심히는 살았는데 인생은 모래 같다고나 할까. 손에 쥐면 흘러내린다. 노동운동에 몸을 담고 청년 시절부터 30년 이상 일했는데 나이를 먹고 돌이켜보니 격렬한 삶 속에서 노동자들과 함께 잘 사는 삶을 이루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 애환 등이 자꾸 머릿속에 맴돌고 있다.

-신년사에서 기후변화, 고령사회화, 디지털 경제 전환 등 노동계의 당면과제를 언급했다. 그 해결법은.
▲기후변화, 고령사회화, 디지털 경제 전환은 노동자들의 안전과 고용, 노후를 불안하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이다. 그래서 노동조합의 역할이 중요하다. 노조가 적극적으로 개입해 사업장 내 에너지 사용, 탄소배출 절감을 위한 노력에 나서야 할 때다. 정년 연장을 통한 저출산, 고령화에 대응하는 것도 노조가 선제적으로 개입해야 한다. 디지털 전환과 관련 노조는 해당 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를 조직화하고 법·제도 개선 등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디지털 전환은 한국 경제와 산업 경쟁력 증진의 수단이 될 수 있다. 노조는 기술혁신과 신기술 도입을 통해 산업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노동자를 위한 고용 안정의 우선 과제임을 인식하고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디지털화로 Gig(긱)경제 노동에서 한국노총의 정책은.
▲노동시간 단축, 최저임금 인상, 대기업 노조 설립 등에 집중하다 보니 긱 경제에 대해 자칫 소홀한 면이 있었으나 내부적으로 플랫폼 노동자에 대한 조직화에 집중하고 있으므로 차기 집행부에서 노동자의 권리 신장을 위한 청사진을 내놓을 것이다.

-곧 '2020~2030 중장기 정책 방향과 과제'를 발표한다는데.
▲새로운 10년은 전면적인 사회 대개혁으로 1953년(분단), 1987년(불완전한 민주화), 1997년(신자유주의) 체제를 극복하고 민주와 평화, 공정과 정의, 포용과 상생의 사회로 확고한 전환을 이뤄야 한다. 또한 저임금, 장시간 노동체제와 수출주도형 성장전략에서 탈피해 노동 존중사회와 소득주도성장을 현실화해야 한다. 살짝 중장기 방향과 과제를 언급하면 첫째, 불평등과 불공정을 심화시킨 신자유주의 성장전략을 대체해 '소득주도성장 전략'과 '노동 존중사회'로 대표되는 새로운 성장전략과 경제시스템을 확고히 구축해야 한다는 것과 둘째 양극화․격차 사회 해소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기반으로 정의롭고 공정한 포용사회 실현을 위해 △공정경제질서 확립 △저임금일자리 개선 및 노동시장내 격차 해소 △사회보장제도 및 교육시스템의 전면적 정비 등을 더욱 신속하게 추진한다는 내용 등이 담길 예정이다.

-많은 업적이 있으나 삼성전자 노조 설립이 눈에 띈다.
▲위원장에 취임하면서 10대 대기업에 노조가 없다는 것에 문제의식을 가졌다. 임기 중에 삼성전자와 포스코에 노조 깃발을 꽂겠다고 약속했고 마침내 한국노총에 편입시켰다. 삼성 노조는 아직 사용자 측과 단체협약을 하지 못해 노조위원장이 회사 일을 하면서 근무 시간 이후에 노조 활동을 하고 있다. 현재 삼성의 노조 가입 인원은 400여 명이나 가입하겠다는 사람이 계속 늘고 있어 내부 조직화가 순조로울 전망이다. 재작년 포스코 노동조합원 7000여 명, LG전자 노조원 3500여 명도 한국노총에 들어왔다. 이밖에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노동시간 단축, 광주형 일자리,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참여, 최저임금 인상, 조합원 수 백만 명 돌파 등을 해냈다.

-처음으로 백만 노조원 시대를 열었다.
▲우리가 집계한 조합원 숫자는 103만 명이다. 한국노총은 투쟁할 때 투쟁하고 대화할 때는 대화를 하는 합리적인 노동운동을 지향한다. 노사 문제를 비롯한 사회 문제를 해결할 때 한국노총의 운동 노선은 더욱 합리적이고 지속가능한 운동 방식을 택한다. 앞으로도 국민과 함께하는 합리적 노동운동의 노선을 유지하고 강화할 것이다. 100만 조합원을 넘어 200만 한국노총으로 가기 위한 초석을 다졌다고 평가하고 싶다.

-임기 후의 계획을 말씀해 달라.
▲지난 3년 간 한국노총 위원장으로서 해결해야 할 엄중한 현안 문제와 함께 조직 확대와 숙원을 풀기 위해 잠시의 여유도 없이 앞만 보고 달려왔다. 어렵고 힘든 순간들도 있었지만 돌이켜 보면 무한한 영광이자 행복한 시간이었다. 88명 조합원이 있던 전력노조의 가장 작은 지부장을 시작으로 전력노조 위원장, 공공노련 위원장을 거쳐 100만 한국노총 위원장에 이르기까지 30여 년 동안 노동조합 운동을 했다. 노동조합에 발을 들이고 치른 첫 번째 선거 뒤 "김주영은 적어도 우리 뒤통수를 치지 않을 것 같아서 뽑았다"는 한 조합원의 말을 지금까지 노동운동을 하면서 항상 가슴에 새겨왔다. 그 말처럼 신뢰받는 노조 활동을 하고, 그런 노조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이제 조합원으로 돌아가지만 언제나 '영원한 한국노총 조합원'이 될 것이다. 한 명의 한국노총 조합원으로서 한국노총을 응원하고 함께 할 것이다.

-전임 이용득 위원장의 국회의원 평가를 한다면.
▲이용득 의원이 의정활동 기간 내내 노동자의 입장에서 노동의 문제를 끊임없이 제기하고 노동자를 위한 입법 활동에 최선을 다한 것만으로도 충분한 성과를 냈다고 생각한다. 지면을 빌어 이용득 선배 위원장의 노고에 감사하단 말씀을 전하고 싶다. 국회의원 개개인의 소신과 역량으로 국정 기조를 바꾸거나 노동법을 개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오죽하면 '노동법 개정이 헌법 개정보다 어렵다'는 말이 있겠나? 노동의 문제를 국회에서 해결하기 위해서는 여야를 막론하고 국회 내 친노동 지형을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노동자 정치세력화가 우선되어야 한다고 본다.

-한국노총과 노동계, 개인 김주영의 가보지 않은 길을 말씀한다면.
▲세상은 감당할 수조차 없는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디지털 전환과 긱 노동의 출현 등으로 노동자들의 고용 형태와 고용 안정성은 크게 출렁이고 있다. 또 기후변화와 고령사회화 역시 급속하게 노동자들의 삶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 변화 속에서 노동기본권과 고용, 안전을 지켜내야 하는 조직이 바로 노동조합이다. 하지만 기업별 노조 체계의 한계 속에서 이러한 경제·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담장을 넘은 연대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새로운 연대를 만들어 내고 이를 통한 사회적 대화와 합의로 우리 사회가 직면한 경제·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바로 '우리가 가보지 않은 길'일 것이다. 한국노총은 이 가보지 않은 길에서 환한 등대가 되고 싶다. 저 자신의 30년간 노동 노하우도 쓰일 수 있는 곳이 있거나 역할이 주어진다면 지금까지 주변의 도움을 받은 것처럼 도움을 주고 싶다.

정리=허우영기자 touch@d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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