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 지난해 이어 올해에도 비관적 전망 이어져
자금유통 어려운 협력사 돕기 위한 "연례적 행사"

▲ 설 연휴를 앞두고 시장에 선물용 과일이 쌓여있다. 사진=연합

[일간투데이 신용수 기자] 지난해 실적 악화를 겪은 유통업계가 올해에도 어려운 상황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업계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명절 분위기를 내기 위해 협력사에 납품대금을 조기 지급하며 동반성장에 나서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명절을 앞두고 급여나 상여금 등 각종 비용 지출이 늘어나는 중소 협력사의 사정을 감안해 대형 유통사가 결제대금을 조기 지급하고 있다.

유통업계 '맏형'격인 롯데그룹은 지난 8일 협력사(파트너사)의 자금 운용에 도움을 주기 위해 납품대금 약 8200억원을 앞당겨 지급한다고 밝혔다.

명절에는 급여 및 상여금 등 일시적으로 자금이 많이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해 연휴 3일 전인 오는 21일까지 모든 대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대금 조기 지급에는 롯데백화점, 롯데정보통신, 롯데글로벌로지스, 롯데칠성음료 등 33개사가 참여하며 약 1만9000개의 중소 파트너사들이 혜택을 받게 된다.

홈플러스도 약 930억원 규모의 대금을 조기지급하기로 했다.

조기 지급 대상 회사는 대기업을 제외한 중소 협력회사 중심의 약 2900개사로 약 930억원 규모의 대금이 조기 지급된다. 홈플러스는 중소 협력회사 대금을 정상지급일보다 평균 8일 앞당겨 설 연휴 전인 오는 22일 일괄 지급하기로 했다.

임일순 홈플러스 사장은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상황이지만 협력사와 동반성장 차원에서 자체적으로 금융비용을 투자해 상품 대금을 명절 전에 미리 지급하기로 했다"며 "자금 부담을 덜고 설 영업을 준비하는데 작은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대형 유통업체의 지난해 실적은 '역대 최악'으로 평가되나 명절에 맞춰 상생 정신을 발휘했다는 평가다.

실제로 롯데마트는 지난해 2분기에 340억원 규모의 영업손실을 봤다. 이마트도 지난해 2분기에 299억원의 영업손실을 보면서 1993년 창립한 뒤 26년 만에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홈플러스는 비상장사인 탓에 실적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롯데마트, 이마트와 비슷한 수준의 실적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대기업들이 협력사에 납품대금을 미리 지급하는 것은 상생 개념이기도 하나 정부가 내세운 기조 탓도 크다.

공정위에 따르면 설, 추석 등 명절에는 자금수요가 크게 증가하기 때문에 중소기업들이 하도급대금을 제때 지급받지 못하면 명절 상여금이나 임금을 지급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공정위와 정부는 대기업이 협력사에게 먼저 집행할 수 있도록 요청하고 있다. 동시에 2012년부터 '불공정하도급 신고센터'를 운영하며 실제적인 압박도 펼치고 있다.

하도급 대금을 예정된 수령일로부터 60일 이내에 지급받지 못했거나 대금을 부당하게 감액하는 행위 등이 발생할 경우 신고센터를 이용할 수 있다. 신고센터에 접수된 건은 하도급 대금 조기 지급에 중점을 두고 최대한 신속하게 처리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명절 즈음에 납품대금 조기지급은 연례행사처럼 펼치고 있다"면서 "유통업계가 어렵지만 소비진작과 협력사 상생을 위해 이러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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