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주전 패배 여파…타 정비사업장으로 확대되나
진정성에 밀리고 법적분쟁에 참패 수모까지

▲ 현대건설 계동사옥. 사진=현대건설

[일간투데이 송호길 기자] 현대건설이 도시정비사업 수주전에서 잇달아 입찰에 참여했다 고배를 마시며 정초부터 삐걱대는 모습이다. 한남재개발의 전초전으로 여겨진 한남하이츠 재건축에서 GS건설에 패하면서 이 여파가 다른 정비사업장으로 확대될 여지도 관측된다.

박동욱 현대건설 사장은 지난해 도시정비사업 수주 1위를 달성하면서 올해에도 전국 재개발·재건축 현장에서 최고의 수주 경쟁력을 이어갈 방침이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지는 수주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20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한남하이츠 재건축 조합은 지난 18일 임시총회에서 GS건설을 시공사로 선택했다.

총 조합원 557명 중 투표에 참여한 조합원은 510명으로 GS건설은 281표(55.1%)를 얻어 조합원 과반의 지지를 받았다. 반면 현대건설은 228표(44.8%)에 그쳤다. 기권은 1표(0.2%).

한남하이츠는 올해 첫 마수걸이 재건축 사업장이자 강북 최대 재개발 사업장인 한남3구역과 함께 도시정비사업 대어로 평가받았다. 이 때문에 '한남 전초전'으로 세간의 관심이 쏠렸다.

GS건설이 현대건설을 제치고 한남하이츠 재건축 사업을 수주하면서 이 단지는 지하 6층∼지상 최고 20층의 아파트 10개동 총 790가구와 근린생활시설 1개동 규모 '한남자이 더 리버'로 탈바꿈한다.

지난해 10월 현대건설이 수주전에 불참하며 GS건설의 단독 참여로 수주전이 유찰된 것이 이번 수주전 결과로 반영됐다는 해석이 나왔다. 당시 정부의 특별점검을 이유로 입찰에 철수한 현대건설과는 달리 GS건설은 이 현장에 남으며 조합원들에게 '진정성'이 전달됐다는 분석이다.

박호성 한남하이츠 조합장은 "조합원들은 설계와 금융 조달 부분에서 두 건설사의 제안을 두고 고심한 가운데 우리 단지에 6개월 먼저 홍보에 나선 GS건설에 더 유리한 측면이 있었다"며 "현대건설은 한발 늦게 수주전에 뛰어들어 이런 분위기를 뒤집기에는 다소 역부족이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옥수동 한남하이츠 재건축 조합 사무실. 사진=송호길 기자

강북 정비사업 대어를 놓친 현대건설은 정비사업장에 자주 등장하는 만큼 구설에 휩싸이는 모양새다. 갈현1구역 조합과는 법적 다툼을 벌이기도 했다.

당시 조합은 현대건설이 담보인정비율 40%를 초과하는 이주비를 제안한 것이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입찰보증금 몰수와 함께 입찰 자격을 박탈했다.

서울서부지법은 지난해 12월 현대건설이 갈현1구역 조합을 상대로 제기한 입찰 무효 등 효력정지 가처분 소송을 기각했다.

이밖에 지난달 대전 유성구 장대B구역 수주에서도 현대건설 컨소시엄은 GS건설에 패배하며 물러났다. 현대건설은 대구 수성구 수성지구2차우방타운 재건축 시공권 입찰에서도 체면을 구겼다.

수성지구2차우방타운 재건축 시공자선정총회에서 HDC현대산업개발이 전체 550표 중 394표(72%)를 얻었지만, 현대건설은 148표(27%)에 그치며 참패했다. 조합원 10명 중 단 2명에게 선택받은 셈이다.

조만간 현장설명회를 여는 서초구 반포동 주공1단지 3주구와 오는 5월 시공사를 선정하는 한남3구역도 낙관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저작권자 © 일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