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간 사람 탓하며 억울함 호소…피해는 오롯이 투자자의 몫

▲ 전일 금융감독원은 6개 TRS 서비스 증권사를 불러 TRS자금 회수 자제를 당부했다.29일 증권사들은 추가적인 자금 회수가 없을 것을 약속했다.(제공=연합뉴스)

[일간투데이 장석진 기자] “의문의 1승은 삼일회계법인과 소송대리를 맡은 법무법인이죠.”
“로펌들은 ELW사태 이후 오랜만에 금융권에 큰 장 섰다고 신났습니다.”


29일 여의도에서 만난 금융맨들이 전해준 라임 사태 관련 자조 섞인 시장 반응이다. 여러 이해관계자가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번 이슈에 대해 현재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자산 상각 전단계 실사라는 심판 업무를 맡은 삼일회계법인이 주목받는 상황을 일컫는 말이다. 더불어 투자자들이 소송전에 나서면서 이들의 소송대리를 담당할 로펌들 입장에선 2011년 ELW 사태 때 줄줄이 법정에 불려간 증권사 대표들을 변호하면서 호황을 누렸던 기억을 소환하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라임사태는 정도의 차이일 뿐 투자자 입장에서 손해를 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운용사가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손해가 발생한 부분을 도려내고 자산 상각을 하게 되면 고객들이 투자한 원금인 설정액 대비 운용결과가 반영된 순자산은 상당부분 내려갈 수 밖에 없다. 법적으로 고의 또는 과실이 없었다는 가정하에 TRS 계약을 맺은 판매사들이 남은 자산에서 자신의 몫을 먼저 가져가면 투자자가 챙길 몫이 남을지 말지는 알 수 없다.

이런 가운데 어제 오후 3시경 금감원은 PBS서비스를 운용해 TRS계약을 맺고 있는 미래에셋대우·삼성증권·신한금융투자·한국투자증권·KB투자증권·NH투자증권 등 6개 증권사 담당인원을 소환해 긴급 회의를 열었다. 골자는 “불가피한 사유가 아니면 갑작스러운 증거금률 상향을 지양하고 계약 조기 종료 상황 발생시 운용사와 사전에 긴밀히 협의하는 등 TRS 자금 회수 요청을 자제하라”는 ‘당부’였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한 증권사 임원은 “말이 당부지 그 소리 듣고 계약 해지할 배짱 좋은 회사는 없다”며 “리스크관리의 책임은 각자 회사가 지는 건데, 사안이 위중한 건 알겠지만 이 부분까지 관여하는 것은 감독당국으로서도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조심스레 의견을 전했다. 그는 이어 “감독 당국 입장에서야 사전에 위험성을 고지해 계도했다면 면피가 되겠지만, 만에 하나 각사별 필요에 의해 TRS자금을 회수하여 펀드런 사태라도 난다면 그 비난을 감당할 증권사가 어딨겠냐”며 “증권사들이 자본효율성을 높이는데 주력하는데 그 선택을 제한받는 것은 큰 틀에서 주주이익에도 반하는 것이라 자본주의 논리에도 맞지 않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증권사 기획팀장은 “감독당국에서 의견을 전할 때는 절대 문서로 보내지 않고 소집 회의를 한다”며 “자신들이 나중에 책잡힐 근거를 남기지 않으려는 이유와 면전에 대놓고 말해서 강제아닌 강제를 하기 위해서”라고 귀띔했다.

한편 라임자산운용 대표와 가장 많은 라임펀드 판매자로 알려진 PB가 설 연휴를 전후해 약속이나 한 듯이 언론 인터뷰를 통해 자신들의 어려운 사정과 억울함을 토로하고 나서 눈길을 끌었다.

전일 모 언론사와 전화인터뷰를 가진 라임자산운용 원종준 대표는 청와대 연루설은 억울하고 현 정부와 이번 사태는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청와대 연루설의 배경에는 여의도 저승사자라 불리는 서울 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의 갑작스런 폐지가 현정부 실세가 연루된 사실이 밝혀질까 두려워 취해진 조치라는 추측이 자리한다.

원대표는 이와 관련해 “라인자산운용 설립이 2012년이라 이번 정부와 무관하고 자신은 로비를 하는 사람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태의 몸통이라고 추정되나 현재 행방이 묘연한 이종필 전 부사장에 대해 “30억대 자택 가압류를 진행했다”는 사실을 알렸다.

다만 원대표는 펀드 수익률 돌려막기나 무역금융펀드 관련해서는 이부사장이 모두 직접 접촉했고 사실관계에 대해 자신도 궁금하다는 발언을 해 누리꾼들로부터 무책임하다는 비난의 화살을 맞고 있다. 대표로서 사실관계를 몰랐다는 것도 말이 안되지만,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지금 시점에서 꺼낼 이야기는 아니라는 반응이다. 회사와 청와대가 관계없음도 설립시기와 무슨 상관이냐는 의견이 나온다.

이에 앞선 22일 라임펀드를 1조원 넘게 팔아 화제가 됐던 메리츠종금증권 도곡금융센터 장영준 지점장도 한 언론 매체를 통해 여러 추측이 난무하는 상황에 대해 억울함을 토로하며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다. 그가 주장한 요지는 “환금성이 떨어졌을 뿐 사기는 아니며, 단순 투자실패다”라는 점과 “이종필 전 부사장이 개인비리가 있다고 하더라도 라임운용 전체가 사기꾼은 아니다”라는 점이다.
라인펀드에 돈을 넣은 한 투자자는 “이제 사안이 확산돼 만성화됐다고 생각하는지 각자 억울함만 토로할 뿐 누구 하나 책임을 말하는 사람이 없다”며 “도망간 사람 탓만 하고 그 뒤에 숨어서 자신의 결백을 주장만 하지 투자 전문가로서의 윤리의식은 찾아볼 수 없어 개탄스럽다”고 말했다.

한편, 메리츠종금으로 전년 9월 적을 옮겼던 장영준 PB는 전일 사표가 수리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29일 증권사들은 앞으로 추가적인 TRS관련 자금회수 계획이 없음을 금감원에 보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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