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와 국민이 위기에 처해있을 때 기꺼이 벽이라고 느껴진 벽을 넘어가는 대한항공과 주한미군 노조가 담쟁이 역할을 자처하고 나섰다.

마치 도종환 시인이 쓴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천 개를 이끌고~~~결국 그 벽을 넘는다.’라는 담쟁이 시가 생각나게 하는 대목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인 ‘우한 폐렴’ 발생지인 중국 우한에 거주, 고립된 국민을 국내로 수송 작전을 펼치는데 대한항공 노조가 자원, 오늘 밤늦게 우한으로 간다.

감염 위험 노출 가능성 때문에 탑승을 피할 수도 있지만, 승무원으로 자청한 대한항공의 노조 간부를 포함한 노조원 33명이 자원했다고 한다.

내 목숨을 담보로 고립된 국민을 구출하기 위해 선뜻 나서기는 쉽지 않다. 마치 담쟁이 잎 하나가 담쟁이 잎 수천 개를 이끌고 절망의 벽을 넘는 모습과 다름없다.

그들을 국내로 모셔야 치료 여부를 판단해 안전하게 귀가시키려는 정부와 노조원이 있지만 경운기와 트랙터 등을 동원 이들을 막으려는 이들도 있다.

‘우한 폐렴’은 특정 지역에서 발생한 불가피하지만, 반드시 치료와 치유를 해야 할 전염병이다. 우리가 지난 메르스 사태 때 경험한 바와 같이 자가 격리든 보건당국이 지정한 병원이든 신속한 정보공유와 차단 그리고 치료를 통해 조기에 사태를 마무리하는 게 최선의 길이다.

그 길에 자원해서 나선 사람과 그 길을 방해하는 사람으로 엇갈려서는 안 된다. 쌀 있을 때만 친구고 쌀 떨어졌을 때는 남이어서는 안된다. 공포의 초조감으로 고립된 국민을 구출하는 건 정부와 국민이 함께 해야 한다.

지금도 병원을 포함한 보건당국 그리고 출입국 관리소에서 감염병의 위험을 안고 방역의 최전선에 나선 이들이 있다. 다 국민을 위한 길이기 때문이다.

그 가벼운 백지장도 맞들면 가볍다는 말은 남의 나라말이 아닌 우리의 오랜 상부상조에서 비롯된 말이다.


여기에 주한미군에서 근무하는 국민 1만2500여 명을 대표하는 전국주한미군 노동조합원들도 한미방위비 협상에 정부에게 당당히 임하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이들 중 9000여 명의 인건비는 주한 미군 분담금에서 부담하기 때문에 한미방위비 분담금이 타결되지 않으면 오는 4월 1일 자로 무급처리된다.

방위비 분담금에 해당하는 한국인 근로자가 9000명이 무급휴직을 하게 되면 주한미군은 임무 수행이 불가능해지므로 미국은 방위비 분담금을 터무니없는 요구로 압박하려는 의도로 보이지만 여기에 뜻밖의 대응이 나온 셈이다.

주한미군 국민 노조원들은 주한 미군 사령관에게 우리가 하는 일은 대한민국 국가안보와 직결되는 일이고 또 전체가 무급휴직으로 자리를 비운다면 우리 대한민국 국가안보는 분명히 공백이 생기는 것은 막을 수가 없다고 통보했다고 한다.

한발 더 나아가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월급을 주지 않더라도 맡은 일을 하겠다고 주한 미군 사령관에게 전했다고 한다.

근로 대신 받는 급여는 밥이고 쌀이다. 그것은 생명일 수도 있다. 우방이란 틀을 만들어 툭하면 생떼를 쓰는 듯한 과도한 요구는 양국의 동맹을 위해서도 바람직스럽지 않다.

주한미군이 4월1일부터 무급휴직 처리하겠다고 한 것은 지난해부터 터무니없이 요구한 주둔군 방위비 협상이 결렬되자 나왔다고 한다.

하지만 주한미군 국민 노조는 국가안보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고 생각하기에 무급휴직을 통보받더라도 계속해서 일하겠다고 나선 점은 국민과 국가를 위해 고통을 감수하겠다는 소중한 마음이라고 본다.

오히려 정부에 대해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 당당히 임하라는 당부까지 한 그들의 희망의 메시지는 갈등과 반목의 이 거친 시절에 국가란 무엇이고 국민은 어찌 보듬어야 하나를 말해준다.

담쟁이 잎 하나가 수천 개의 잎을 이끌고 절망의 벽을 기어코 넘어서려는 국민은 곳곳에서 우리와 함께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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