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기업들이 주주인 기관투자자들의 의견에 더 귀를 기울여야할 것 같다.

올해부터 주총시에 스튜어드쉽 코드에 참여한 기관투자자들이 투자기업의 의사결정에 적극적으로 나서려는 관련 규정을 정비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스튜어드쉽 코드는 주주와 기업의 이익 추구·성장·투명한 경영 등을 끌어내기 위해 국내에서는 지난 2016년 처음 도입돼 시행되었다. 이후 최대 투자기관인 국민연금도 2018년 스튜어드십 코드에 참여해 투자기업의 주주가치 제고, 대주주의 전횡 저지 등을 위해 주주권을 행사했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우리로 치면, 일종의 집안의 일을 관리하는 권한이다. 집안일을 맡아 보는 집사처럼 기관들도 고객의 재산을 관리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취지로 자본시장에서도 필요하다는 데서 도입된 제도다.

국민연금을 포함한 공적 자금을 관리하는 기금들이 수백 개 기업에 투자해놓고도 그동안 적극적인 주주권을 발동하지 못한다는 지적에 따라 뒤늦게 도입된 제도였다.

유가증권 시장에 상장됐거나 상장을 준비 중인 기업들의 자금원인 기관투자자들 역시 국민 또는 투자자들이 맡긴 자금이라는 점에서 자금 운용의 허와 실을 철저하게 관리할 의무가 있다.

그 의무를 다하기 위한 스튜어드십 코드는 주요 기관투자자가 주식을 보유하는 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투자기업의 의사결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주와 기업의 이익을 추구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과 투명한 경영을 유도해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지난 2016년 처음 도입한 이후 국민연금이 2018년 7월 스튜어드십 코드에 참여하자 여타 연기금과 자산운용사들도 속속 동참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적극적인 주권행사를 위한 관련 규정을 개정했다. 투자기업의 주주가치 제고, 대주주의 전횡 저지 등을 위해 적극적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취지다.

그 첫 조치로 2019년 3월 27일 열린 대한항공 주주총회에서 스튜어드십 코드를 발동, 조양호 한진그룹 대한항공 사내이사 연임에 반대표를 던져 연임을 저지시켰다. 주주권 행사를 통한 대기업 총수의 경영권을 박탈한 첫 사례인 셈이다.

조양호 회장 일가는 대한항공 주식의 0.01%만 직접 보유하고 있으나 대한항공의 지주회사인 한진칼 지분을 24.79% 보유, 최대주주로 대한항공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동안 가족 일가가 벌인 돌출행동으로 사회적 물의를 불러일으킨 시점에 국민연금이 나선 것이다.

수조 원의 영업이익과 누적 흑자를 누리면서도 주주들에게 쥐꼬리 배당을 일삼고 심지어는 아예 배당하지 않은 배짱 경영의 사주들에게 회초리를 들고 나선 것이다.

스튜어드십 코드 이행을 지원하는 한국기업지배구조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스튜어드십 코드 참여 기관은 116곳으로 1년 전(73곳)보다 43곳이 늘었다. 올해 들어서도 3곳이 더 합류해 현재 참여 기관은 총 119곳이다.

스튜어드십 코드에 참여한 기관투자자들이 지난 2년간 기업 주총에서는 회사 측이 제안한 안건에 반대표를 던지는 비율이 높아졌다는 점은 기업 소유주들의 전횡에 적극적인 행보를 했다는 분석이다.

재무제표·이익배당 안건의 경우 기관투자자의 반대율이 2018년에는 평균 1.1%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에는 36.2%로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는 기관투자자의 주주 활동과 의결권 행사를 지원하는 방향으로 관련 제도가 개선돼 이런 기류는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올해 주총 소집 시 이사나 감사 등 임원 후보자의 체납 사실이나 부실기업에 임원으로 재직했는지 여부 등을 함께 공고하도록 한 상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회사 측이 선임하려는 후보자의 자격을 검증할 수 있는 정보가 확대돼 주주로서 반대할 여지가 커질 수 있다.

지난해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가 적극적 주주 활동을 위한 '국민연금 주주권 행사 가이드라인'을 의결해 횡령, 배임, 사익편취 등으로 기업가치를 훼손한 기업 이사의 해임이나 정관변경을 요구할 수 있는 주주 제안도 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여타 기관들도 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고양이에게 맡긴 생선은 한치의 방심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스튜어드쉽 코드 도입의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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