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는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자신 굴속에다 3개의 탈출구를 만들어 놓는다고 한다. 이것이 소위 말하는 교토삼굴 이다.

얼마전 위기시 비상 탈출구를 마련한 토끼의 지혜가 필요한 사태가 발생했다.

세계의 공장 중국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인 '우한 폐렴' 확진자와 사망자가 늘어나면서 하늘길은 물론 국내 기업들도 공장 가동을 멈췄다.

이는 중국 정부가 '우한 폐렴'을 차단하려는 조치로, 최대 명절인 춘제(春節·중국의 설) 연휴를 9일까지 연장하는 바람에 중국에 의존하는 부품 공급에 차질을 빚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종코로나의 여파는 잦아들지 않고 있어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이에 대한 대응전략을 마련하기도 쉽지 않다.

중국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공장 휴업을 연장하는 추세여서 이번 사태는 장기화로 흐를 가능성이 농후하다. 특히 자동차 산업은 물론 중국에 의존도가 높아 우리 기업과 나아가 우리 경제에 미칠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자동차를 포함한 기아자동차, 쌍용자동차, 한국GM, 르노삼성차 등 국내 자동차 업계에서는 차량 내 혈관처럼 연결하는 배선 뭉치로 불리는 '배선 뭉치'라는 부품을 중국에 전적으로 의존해서 공급받아 왔으나 바로 그 부품의 재고가 고갈돼, 결국 단계적으로 조업 중단 조치를 시행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여타 관련 부품 기업들도 동시에 손을 놓아야 되는 지경이 이르렀다. 만약 이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하루 생산량만큼이나 손실도 커질 수밖에 없다.

보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는 7일 국내 모든 공장 문을 닫는다. 파업이 아닌 수입에 의존하던 부품 때문이다. 지난해 2월 현대차 국내 공장의 하루 평균 생산량이 6224대였던 것을 고려하면, 이번에 모든 공장에서 3만 대가량의 생산 피해가 발생하고 5일간 조업을 전면 중단하는 경우 6000억∼7000억 원 수준의 생산 차질을 빚는 것으로 예상된다.

기아자동차 역시 비슷한 처지다.

중국의 공장들이 9일을 넘어 휴무를 재연장하거나 조업이 정상화되지 않는다면 피해는 여파는 대동소이하다.

문제가 된 배선 뭉치는 원가절감을 위해 인건비가 싼 중국에서 대부분 생산된다. 만약 중국 공장이 가동을 멈춘다면 당장 대안을 마련하기는 어렵다.부품 하나 때문에 전체 공장이 멈추는 사태를 맞이한 셈이다.

이는 지난해 일본이 반도체를 만드는 핵심소재를 무기 삼아 우리나라에 수출을 규제한 상황과 유사한 면이 있지만 다른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

일본의 수출 규제 당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대체재를 찾아 전방위로 나서 반도체 생산 위기를 무사히 넘겼다.

반면 이번 배선 뭉치 부품 건은 코로나바이러스라는 돌발상황에 숙수무책이다. 대안을 찾을 수 없을 지경에 이르렀다.

따라서 중국 경제의 비중과 글로벌 공급망 중심지로서의 특성을 고려할 때 한국의 수출과 공급망 관리에도 비상이 걸렸다.

우리나라의 대중국 수출 비중은 25.1%, 수입 비중은 21.3%인 점을 고려하면 자동차 분야의 공급 차질은 빙산의 일각이다.

중국이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6%인 점을 고려하면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세계 경제에 미칠 파급력은 추산이 불가능할 정도다.

다행히 중국 정부가 중앙은행인 런민은행을 통해 최근 대규모 유동성 공급을 발표한 데 이어 추가적인 경기부양책을 내놓을 것이라 소식으로 금융시장은 다소 안정된 모습을 나타냈다.

중국 런민은행은 지난 3일 공개시장 운영을 통해 시장에 1조2000억 위안(약 205조 원)의 유동성을 투입했다. 이어 기준금리 인하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움츠러든 기업과 경기를 살리기 위한 재정과 금융정책도 병행하고 있는 점은 다행스러운 조치다.

우리 정부도 사태 추이에 따른 국내 기업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선제적 재정집행과 금융지원책을 모색해야 한다.

특히 이번 일을 계기로, 국내 기업들이 특정 국가에 의존하는 공급망을 다각화하는 교토삼굴의 전략을 타산지석의 교훈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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