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업계, "코로나19로 신규증설 투자·가동 지연돼"
"비수기 1분기 수급 조절, 단기 수익 개선" 반론도 나와

▲ LG디스플레이 중국 광저우 OLED 공장 전경. 사진=LG디스플레이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지난해 일본의 핵심소재 수출규제로 큰 홍역을 치른 국내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이 새해 벽두부터 주요 공급처인 중국지역에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생산 차질을 빚지 않을까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단기적으로 전통적인 비수기인 1분기에 공급이 줄어들면서 수익성이 회복될 수 있지만 사태가 장기화되면 본격 성수기인 하반기에 적극 대응하지 못함으로써 타격이 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등 국내 주요 반도체·디스플레이 업체들의 현지 공장도 생산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확대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과 쑤저우, SK하이닉스는 우시와 충칭 등에 각각 반도체 공장을 두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동관과 천진에 모듈 공장을, 쑤저우에 LCD(액정표시장치) 패널 공장을 두고 있고 LG디스플레이는 옌타이와 난징에 LCD 모듈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날 김양재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중국에서 춘제(春節·설) 연휴를 마치고 사업장에 복귀한 근로자는 대략 70% 정도"라며 "특히 노동 집약적인 반도체·디스플레이 후공정과 스마트폰 부품 산업의 경우 복귀한 근로자가 평균 40% 미만으로 집계된다. 이로 인해 일부 공급 차질이 발생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복귀한 근로자로부터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확인될 경우 해당 사업장을 전체 폐쇄해야 하고 이로 인해 한 가지 부품이라도 문제가 생기면 완제품 생산 차질도 불가피하다"고 우려했다.

김 연구원은 "코로나19의 직접적인 영향이 적은 반도체·디스플레이 전공정 생산시설(Fab) 역시 비정상적으로 가동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며 "춘제 연휴 이후 근로자 복귀가 원활하지 않은 탓에 종전 3교대 시스템을 2교대로 바꿔 최소 인원으로 운영 중"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신규 증설 투자 및 신규 생산시설 가동도 잠정적으로 지연되는 분위기"라며 "글로벌 장비 제조사 엔지니어들이 중국에서 철수함에 따라 신규 라인 설치가 쉽지 않은 가운데 물류 문제로 장비 조달에도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김 연구원은 "삼성전자 시안 2공장에서는 월 4만장 규모의 낸드 추가 증설 투자가 미뤄졌고 연내 생산 기여도 불가능한 것으로 파악됐다"며 "그동안 양산 차질을 겪었던 LG디스플레이의 광저우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공장도 정상 가동 시기가 올해 2분기로 재차 지연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 18일(현지시간) 중국내 생산공장이 많은 미국의 IT업체 애플이 코로나19 사태로 중국내 생산에 차질이 발생함에 따라 올해 1∼3월 매출 전망치를 달성하지 못할 것이라고 공식 발표함으로써 국내 업체들의 생산 차질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과도한 우려감에 대한 반론도 크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반도체 부문은 대부분의 제조 장비가 자동화돼 있고 소재·부품은 주로 미국·일본 등지에서 공급받기 때문에 중국 공장내 인적 요소에 영향을 크게 받지 않을 수 있다"며 "올해 반도체 경기가 상승할 때 추가 생산라인 증설이 제 때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아니라면 기존 수요부문은 현재의 생산규모로도 충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통상적인 비수기인 1분기에 코로나19로 중국내 공장 가동률이 떨어지면서 LCD 수급이 개선돼 가격이 올라가고 있다"며 "코로나19 사태가 3월경 완화되면 디스플레이업체들에게 단기적 수익성 개선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만약 더 장기화된다면 하반기 본격적 성수기를 앞두고 적기에 공급이 이뤄지지 않음으로써 수익성 악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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