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만 1만4000명 거주 시설 부족
대학 당국, "교육부 보완 대책 '절실'"

[일간투데이 권희진 기자] 교육부의 중국인 유학생 '격리 방침'이 내려졌지만 중국인 유학생이 머물 수 있는 대학 기숙사가 매우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에서만 최소 1만4000명의 중국인 유학생이 기숙사에 들어가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함에 따라 정부의 '격리'에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19일 한국교육개발원 교육통계 '고등교육기관 국가별·학교별 외국인 유학생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4월 기준으로 중국인 유학생이 1000명 이상인 대학은 17곳이다.

중국인 유학생 숫자가 3000명을 넘는 곳으로는 경희대(3839명), 성균관대(3330명), 중앙대(3199명) 등이다.

이어 중국인 유학생이 2000명대인 곳은 한양대(2949명), 고려대(2833명), 동국대(2286명), 건국대(2284명), 국민대(2059명) 순으로 나타났다.

이외에는 한국외대(1810명), 연세대(1772명), 홍익대(1694명), 상명대(1375명), 숭실대(1349명), 우송대(1315명), 이화여대(1304명), 단국대(1139명), 서강대(1129명) 등 대학이 1000명 이상의 중국인 유학생이 재학 중인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이들 대학 가운데 연세대·이화여대를 제외한 15곳(88.2%)은 기숙사 방 수가 중국인 유학생 수보다 적은 것으로 나타나 교육부의 중국유학생 격리 지침 이행이 불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는 중국인 유학생이 원할 경우 기숙사에 수용하고 '1인 1실 배정'을 원칙으로 하라고 대학에 안내한 바 있다.

기숙사가 가장 많이 모자란 대학은 한양대로 나타났다.

한양대는 중국인 유학생이 2949명인데 기숙사 방은 1015개에 불과했다. 모든 중국인 유학생을 기숙사에 수용할 수 없는 것은 물론, 1934명가량 기숙사로 진입할 수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유학생을 수용할 수 없는 대학은 한양대뿐만이 아니다. 기숙사 방이 중국인 유학생 숫자보다 수백 개 부족한 것으로 대학이 부지기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대는 약 1900명, 고려대·동국대·국민대는 약 1500명의 중국인 유학생을 수용할 수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중국인 유학생 1000명 이상인 서울 소재 대학 15곳의 기숙사 방 부족분을 모두 더해보면, 약 1만4000명 가량의 유학생들이 '기숙사 부족'사태를 겪어야 할 것으로 추산됐다.

여기에 기숙사 대신 자취를 선택한 중국인 유학생이 상당수인 점까지 고려하면, 기숙사 외 거주 시설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중국인 유학생 숫자는 훨씬 더 많아 질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중국인 유학생 격리 조치를 내린 교육부도 서둘러 다른 대책을 마련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됐다.

게다가 서울 시내 대학들은 대부분 기숙사의 일부 동만 격리 공간으로 활용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내면서 교육부의 고심은 깊어졌다.

대학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각 대학 관리 책임으로 떠넘기지 말고, 지방자치단체 보유 시설을 중국인 유학생 임시 거처로 활용할 수 있도록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일부 대학은 중국인 유학생 입국이 점점 늘어나는 만큼, 정부가 빨리 나서서 지자체 시설에 수용할 준비를 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나섰다.
저작권자 © 일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