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대기 기업들 시장 상황 예의주시

▲ 코로나19 확산에 1년 IPO시장 분위기를 좌우하는 연초 주식시장이 어둡다.(제공=연합뉴스)

[일간투데이 장석진 기자] 중소·벤처 기업들에 대한 주식시장 진입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정부의 정책 기조하에 올 한해 기업공개가 줄줄이 예정된 가운데 코로나19라는 예상치 못한 악재가 발생하자 기업공개(IPO)시장도 타격을 받는게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기업공개를 목표로 했던 기업들이 향후 시장의 흐름에 따라 기업공개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스케줄 조정 움직임은 나타나지 않은 상황이고, 통상 기업공개가 4분기에 집중되는 것을 감안하면 코로나19 사태의 종료와 그로인한 기업실적 회복세가 기업공개 일정에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전일 금감원이 발표한 지난 1월 기업금융 조달실적에 따르면 주식발행건수 4건에 주식발행규모는477억원으로 전월 기록한 22건에 7211억원보다 대폭 감소했다. 전년 동기 7건에 2460억원을 기록한 것과 비교해도 감소폭이 컸다.

한 증권사 IPO담당 본부장은 “통상 8월 중순부터 반기보고서가 나오고 상장예비심사 신청이 8월말부터 9월까지 이어져 심사기간 두달여를 감안하면 마지막 분기에 몰릴 수 밖에 없다”면서도 “코로나 19사태로 일정부분 시장 분위기가 영향을 받은 건 부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작년에 주요 바이오기업들의 임상실패 소식이 전해지며 시장이 침체되자 올해로 상장시기를 미룬 기업들이 꽤 있었다”며 “1,2월은 기업들이 사업계획을 확정짓는 곳들이 많고 IPO대기 기업들도 이때 스케줄을 많이 정하기 때문에 연초 주식시장 흐름과 전망이 중요하다”며 코로나19사태로 인한 악영향을 염려했다.

지난 1월 주식발행건수 중 2건은 기존에 상장된 기업의 유상증자였고, 신규 IPO 2건은 하나금융15호기업인수목적, 케이비제20호기업인수목적 등 SPAC(기업인수목적회사)으로 실질적인 기업이 상장됐다기 보다는 향후 합병할 기업을 찾기 위한 서류상 회사가 상장된 것이라 일반기업 상장과는 의미가 다르다.

당초 올해 코스피 시장에는 약 15~20개의 기업이 신규 상장할 것으로 예상됐었다. 대표적인 기업으로는 이미 전년 말 상장 예비심사를 마친 SK바이오팜이 첫 손에 꼽히며 상반기 유가증권시장에 이름을 올릴 것으로 기대됐다. 시총 5조원에 공모규모만 1조원에 달할 것으로 기대되는 회사지만 SK바이오팜 측은 아직까지 구체적인 향후 일정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있다.

한 증권사 IB담당자는 “코스피 상장을 기다리는 기업들은 자금 일정이 빡빡하게 맞춰진 중소중견기업들과는 입장이 다르다”며 “상장의 의미가 대외적인 신인도 제고 등에 무게가 있는 경우 굳이 시장상황이 안 좋은데 무리해서 낮은 평가를 받을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올해 IPO시장 최대 기대주는 호텔롯데다. 시장에서 추정하는 기업가치만 15조원에 달하는 매머드급 대어다. 지난 2016년 상장을 추진하다 접었던 사례가 있는 만큼 올해는 호텔롯데의 유가증권시장 진입에 거는 기대가 크다.

지난 19일 호텔롯데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 연말 대표이사직을 내려놨다고 공시했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전년 10월 뇌물공여와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받은 신회장이 호텔롯데 상장심사에 있어 대표이사 도덕성 문제가 제기되는 것을 피하기 위한 조치로 보고, 올해 상장을 위한 사전 정지작업으로 이해하는 분위기다.

이 밖에도 태광실업, CJ헬스케어, 카카오뱅크 등 조단위의 굵직한 IPO건수가 대기하는 상황에서 한국이 코로나19의 가장 큰 피해국으로 비춰지는 상황은 해당 기업, 이들을 상장시켜 수수료와 이자수익을 기대하는 증권사, 새로운 투자처를 기대하는 투자자 모두를 초조하게 만들고 있다.

한 증권사 IB본부장은 “최근 플레이디와 엔피디 등 올해 IPO를 준비하는 기업들이 연이어 IR을 취소하는 등 엄중한 시장 상황을 업계가 주시하고 있다”며 “정부가 물리적 여건을 갖추지 못한 기업들에게도 상장의 문호를 열어주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하고 있고, 업계 차원에서도 소부장 펀드 등을 조성해 측면 지원하는 분위기에서 기업들도 올해가 상장 적기로 보는 곳이 많았다”며 조속한 시일 내에 코로나19 사태가 사그러들기를 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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