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롯데發 유통 분야 구조조정 해법이 씁쓸하다

 

최종걸 주필 jgchoi62@dtoday.co.kr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이 한국 내 백화점·슈퍼 등 200개 점포를 연내 폐쇄하겠다고 선언했다. 신 회장은 결국 온라인 쇼핑몰과의 경쟁력이 오프라인 매장을 압도한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국내 유통그룹의 대명사인 롯데가 온라인 매장을 강화하는 한편 오프라인 매장에 대한 '폐쇄' 전략은 국내 유통업계 전반에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롯데그룹은 중국 유통시장에 진출했지만 결국 용두사미로 끝이 났다. 게다가 최근 국내시장 경쟁에서도 우위를 점하지 못한 채 오프라인 매장의 매출이 급감 중임을 토로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5일 역대 최대 규모의 점포 구조조정을 단행을 선포하면서 과거 오프라인 매장에서의 '성공체험'을 모두 버리고 롯데가 새롭게 태어나도록 하겠다고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과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하지만 신동빈 회장의 기자회견은 그 '시의성'을 두고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신 회장은 '왕자의 난'에 성공한 이후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기소돼 지난해 10개월 집행유예 확정판결을 받았다. 그가 일본 언론 인터뷰를 통해 국내 점포 200군데를 폐쇄하겠다는 유통 사업 구조조정은 가뜩이나 얼어붙은 실업대란의 신호탄일 수 있다.

게다가 최근 그의 아버지인 신격호 회장이 타계한지 얼마 지나지 않았고 코로나19로 인해 경제적 타격이 심각한 국내 사회적 분위기를 고려하지 않은 채 '구조조정'의 칼을 빼들었기 때문이다.

롯데가 국내 최대 유통기업으로 성장하기까지 한국 소비자들의 신뢰와 애정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하지만 신 회장의 이번 기자회견은 국민여론을 싸늘하게 돌려 세울 가능성도 높아졌다.

사실, 신동빈 회장은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상속자'에 불과하다. 그의 사업적 역량이 아직은 검증되지 않았다는 게 그에 대한 대중의 평가다.

기업은 이윤 못지않게 사회적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바로 그 사회적 책임은 국가가 다하지 못하고 있는 일자리 창출이라는 몫이다.

아이스크림, 과자, 껌팔이로 초기 창업을 해서 호텔과 화학 그리고 금융까지 그룹으로 성장하는 과정은 바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도 함께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것은 엄밀히 말해 창업자 신격호 회장이 업적일 뿐, 그의 아들 신동빈 회장 몫은 아니었다.

신동빈 회장이 보여야 할 기업가 정신은 지금부터이지만 창업자 타계 이후 불과 2개월도 안 된 시점에 본인의 경영전략이라고 내세운 구조조정 소식은 마치 ‘롯데 너마저’라는 지적을 안 할 수 없다. 그것도 대산산업단지내 롯데캐미칼 공장 폭발사고로 수십명이 중경상을 입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언론과의 기자회견은 매우 부적절해 보인다.

오너이후 2세와 3세 심지어는 5세까지대를 이어오는 그룹들이 느는 추세지만 창업자 못지않게 그룹을 세계 일등기업으로 키운 후계자들도 있지만, 후계자들끼리 자중지란으로 모기업마저 위기를 겪고 있는 기업도 있다.

선대의 기업가 정신은 온데간데없고 선대가 물려준 달콤한 꿀에 몰두한 사이 경쟁이라는 새로운 경영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후계자들의 민낯을 우리는 봐 왔다.

그 후유증은 그 기업에 몸담았던 근로자들 몫으로 다가왔다. 국가 곳간이 텅텅 빈 지난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은 곳간을 채워주는 조건으로 조자룡 한칼 휘두르듯 피눈물 나는 구조조정을 요구했고 그 과정에서 무자비한 강제 퇴출과 대량의 실업 사태가 발생한 바 있다.

기업가들의 사회적 책임은 지속 성장 가능한 기업을 가꾸는 데 있다. 그 지속 성장은 그 기업에 몸담은 임직원의 지속 성장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100년 기업 두산의 경우 지속 성장 과정에서 식음료 분야를 넘기고 그룹답게 중공업 기업으로 변신하면서 사회의 안정판 역할을 자처한 바 있다. 그룹 규모에 맞게 새로운 영역으로 외연을 확대하면서 그에 걸맞은 일자리 창출에 과감히 도전하는 게 기업가 정신이라고 본다.

선대가 물려준 사업을 뛰어넘기를 바랐지만 물려준 사업마저 감당을 하지 못하겠다는 이번 기자회견은 그래서 씁쓸하기만 하다.

소비자들은 그런 기업에 우호적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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