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현 전 합참 작전본부장 인터뷰

- '병장 익사' 영웅조작사건 왜곡에 재조사 지시했건만…내가 조작 지시했다고 투서 

- 억측 주장한 이모 연대장 결국 무고죄로 실형 선고 

- 무고에 이례적 높은 형량…군당국 '군기강 의지 반영

- 한때 부하였던 이가 한순간 잘못된 판단으로 불행 '착잡' 

 

김용현 전 합참 작전본부장(61·예비역 중장·육사38기)은 지난 6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군 안팎에서 무고성 투서가 남발되고 있다"며 "이제는 근절해야 할 때"라고 했다. 사진=김현수 기자

지난 2011년 8월경 육군 17사단에서 일어난 영웅조작 사건과 관련해 국민권익위원회에 투서했던 당시 이 모 연대장이 대법원에서 무고죄로 1년 6개월 실형을 선고받고 국방부는 군적을 박탈했다.

영웅조작 사건은 이 대령이 연대장으로 근무할 당시 임 모 병장이 익사 사고로 사망한 것을 동료병사를 구하다 사망했다고 조작해 보고했던 사건이다.

당시 군단에서 영웅조작 사건을 수사하자 이 모 대령은 사단장이었던 김용현(61·예비역 중장·육사38기) 전 합참 작전본부장에게 자신이 영웅조작을 했다고 실토한 후 용서를 빌었다.

그러나 이 대령은 6년이 지난 2017년 김 본부장이 사망 사건을 조작하라고 지시하고 허위진술을 강요했다고 국민권익위원회에 제기했다.

대법원은 "이 대령이 객관적 진실에 대한 충분한 검증 없이 자신의 추측에 의한 일방적 주장만 되풀이 하며 잘못을 뉘우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죄 없는 상대방을 형사처분의 위험에 빠뜨리게 하는 것으로 엄벌이 필요하다. 또 자신의 직속상관이었던 당시 사단장을 무고해 지휘체계를 생명으로 하는 군에 대한 신뢰를 훼손시켰다"며 징역 1년 6개월 실형을 선고했고 군에서는 군적을 박탈했다.

김 전 본부장은 투서로 비롯된 아픈 과거가 있지만, '죄는 미워도 사람은 미워할 수 없다'며 당시를 돌이켰다. 사진=김현수 기자

6일 여의도에서 만난 김 전 합참 작전본부장은 영웅조작 투서 사건에 대해 "이번 일을 계기로 군대에서 무고성 투서는 근절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김용현 장군은 "'죄는 미워도 인간은 미워하면 안 된다'라는 교훈이 있다"며 "한 때 제 부하었던 사람이 순간의 잘못된 판단으로 고통받고 있어 마음이 편치 않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김용현 전 합참 작전본부장과의 일문일답.

그는 인터뷰 말미에 "국민과 전우들에게 심려를 끼쳐 드린 점 죄송하다는 말씀 전하고 싶다"며 "나라를 위해 보탬이 되겠다"고 했다. 사진=김현수 기자

- 영웅 조작 사건 개요를 설명한다면.
"제가 17사단장으로 근무할 당시 예하 강안대대에서 수초제거 작업 중 임 모 병장이 익사하자 연대장인 이 대령이 순직한 병사가 동료 병사를 구하다가 숨졌다고 허위보고한 사건이다. 이날 숨진 병사의 미담 기사가 언론에 그대로 보도됐다. 그러나 사건 이틀 뒤 '임 병장의 사망 경위가 실제와 다른 것 같다'는 보고를 받았다."

- 이후 어떤 지시를 내렸나.
"왜곡된 부분을 바로 잡아야 한다는 판단에 재조사를 지시했다. 조사 결과 연대장이 임의로 사건을 왜곡한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군단장께서 징계 절차를 밟도록 지시하셨다. 징계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연대장은 자신의 직속 부하인 대대장에게 책임 전가를 시도했다가 실패하자 사단장이 허위 보고를 지시했다며 또다시 책임을 떠넘겼다."

김 전 본부장(사진 오른쪽)의 육군 17사단 사단장 시절 모습.

- 결과는 어떻게 됐나.

"군인답지 못한 그의 행위에 징계위원회에서 정직이라는 중징계를 내렸다. 그러자 이 대령은 자신이 사단장을 음해했다고 실토하고 중징계를 받으면 진급에 차질이 생길까 우려해 허위진술을 했다며 용서를 구했다. 그래서 저는 군단장께 이 대령의 징계 수위를 낮춰줄 것을 건의드렸다. 결국 경징계로 감경처분을 받은 뒤 다른 부대로 전출 가게 되고 사건은 마무리됐다."

- 사단장의 선처에 감사하다고 한 이 대령이 6년 뒤 투서한 이유는.
"아직도 이해가 안 간다. 징계 결과에 대해 불만이 있다면 당시에 항소를 해야 했다. 징계 결과를 받아들인 상태에서 6년이 지난 후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이 대령 주변에서 부추겼다는 얘기도 있지만, 순간의 판단 실수로 생각한다."

김 전 합참 작전본부장이 지난 2013년 합참 작전부장 당시 북한 최고사령부의 군사도발 위협에 대해 "북한이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정을 위협하는 도발을 감행한다면 우리 군은 도발 원점과 도발 지원세력은 물론, 그 지휘세력까지 강력하고 단호하게 응징할 것"이라고 밝혔다.

- 1·2심과 대법원 모두 일반 무고죄에 비해 높은 형량을 선고했는데.
"이례적으로 엄중한 판결이 나왔다. 적어도 2심에서는 1심보다 형량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1심 형량이 유지됐다. 아마도 무고성 투서에 대한 경종과 함께 군의 기강을 바로잡겠다는 군 당국과 대법원의 의지가 담겨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

- 그동안 마음고생이 심했을 것 같다.
"조사받고 재판받는 과정에 심리적 부담도 많았다. 하지만 제가 고생한 것보다 평소 저를 아껴주신 선·후배, 동기들과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 죄송한 마음으로 지냈다."

- 이 사건이 정치적으로 특정 출신을 배제하는 데 이용됐다는 얘기도 있다.
"시기적으로 겹치다 보니 그런 말이 나올 수는 있겠지만 사실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저를 믿고 용기를 북돋아 주신 주변 가족 친지와 증인 신문에 적극적으로 응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

-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부족한 저에게 40년간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준 대한민국에 감사한다. 앞으로도 미력하지만, 나라를 위해 보탬이 되도록 하겠다."

수도방위사령부 사령관 취임식 당시 김 전 본부장(사진 맨 왼쪽).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참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 죄는 미워도 사람은 미워할 수 없다 하지 않는가. 한때나마 제 부하였던 사람이 순간의 잘못된 판단으로 큰 불행을 겪고 있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치 않다. 그러나 이번 일을 계기로 무고성 투서로 인해 군과 개인의 명예가 실추되는 일이 다시는 생기지 않기를 기대한다. 다시 한번 국민과 전우들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고 저의 부족함을 채워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

대담 = 조필행 본부장, 정리 = 송호길 기자


■ 김용현 전 합참 작전본부장 약력

▲1978~1982년 육군사관학교 졸업(38기) ▲2001~2003년 동국대 행정대학원 안보행정학과 석사 ▲2010~2012년 보병 제17사단 사단장 ▲2012~2013년 합동참모본부 작전부장 ▲2013~2015년 수도방위사령부 사령관 ▲2015~2017년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 ▲2017~현재 숭실대 초빙교수, 육군협회 연구소장, 성우회 정책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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