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7일 비상경제회의를 주재하면서 ‘이것저것 따질 계제가 아니다. 실효성이 있는 방안이라면 그것이 무엇이든 쓸 수 있는 모든 자원과 수단을 총동원해야 한다.’라고 주문했다.

주문은 맞다고 본다. 다만 주문에 맞게 대응책이 뒷받침되는가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이 전염된 지 2개월여 만에 가까스로 통제 가능한 수준에 이르는 동안 개인 자영업부터 교육계와 산업계 거의 모든 경제주체는 그야말로 듣지도 보지 못한 후유증을 겪고 있다.

보다 못한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이 16일 오후 늦게 은행 간 기준금리를 연 0.75%로 전격 인하하는 조치를 취했지만, 다음날인 17일 금융시장은 주가는 폭락하고 환율은 폭등하는 등 국내 금융시장도 해외 금융시장과 동조화 현상을 보인다..

우리 방역 당국이 코로나 19와 사투에 가까운 대응에 나서 통제범위로 관리하는 동안 강 건너 불구경하던 일본, 미국, 유럽은 대유행 병(펜데믹)으로 번져 확진자와 사망자가 속출하는 바람에 잠잠해지고 있는 우리가 역으로 유탄을 맞고 있다.

우리 경제 축인 중국과 동남아 사태가 진정되는 단계에서 또 다른 한 축인 미국과 유럽이 뒤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이것저것 따질 때가 아닌 비상한 대응 조치에 나설 때라는 데 동의하지 않을 수 없다.

이전 금융위기와는 확연히 다르다는 점에서 그렇다. 석유파동, IMF, 글로벌금융위기 때는 금융과 경제 분야에서 비롯됐지만, 이번 코로나 19는 감염병이 세계적인 유행병으로 번지면서 개인과 국가 그리고 모든 일상에 직격탄을 날리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과 미국 등 주요국이 사태의 심각성에 대응해 금리를 인하하고 돈을 풀 때 우리 금융당국은 있는지 없는지조차 시장에 그 모습을 찾기 어려웠다.

유가증권시장과 금융시장에서 주가지수가 25%나 폭락하고 환율이 폭등하는 상황에서야 금리 인하 대책을 전격이라는 이름으로 내놨다.

정부가 통화 대책과 함께 국회에 요구한 11조7천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은 선심성이라는 야당의 딴지에 걸려 깎일 뻔 했으나 임시국회 마지막 날인 17일 통과됐다. 통화정책은 금융당국 몫이지만 재정정책은 국회의 동의를 거쳐야 하는 만큼 정부가 나선다고 다 통과되는 것은 아니다.

이번 코로나 19사태의 가장 큰 피해를 겪고 있는 지역은 다름 아닌 대구와 경북지역이다. 정부가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할 만큼 피해 규모가 크다는 의미다. 그 피해를 조기에 극복하자고 내놓은 추경안을 야당인 미래통합당, 이 주도적으로 딴지를 걸었다는 것은 곱씹어볼 대목이다. 경북도지사와 대구시장은 정부에게 특별 대책을 요구하는데 해당 지역 국회의원들은 국회에서 과하다는 지적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이를 보는 국민은 난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추락하는 것은 반드시 날개가 있다. 날개가 없이는 하늘을 날 수 없기 때문이다. 추락한 날개를 보수하고 다시 날 수 있게 하자는 게 통화와 재정정책이다.

누가 봐도 지금은 비상한 국면이다. 유아원부터 대학까지 개강이 연기되고 있고 21대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를 코앞에 두고도 대중집회는 엄두도 못 내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전 국민 거리 두기도 병행하면서 코로나 19 소멸에 안간힘을 쏟고 있는 시기이다.

그 2개월여의 공백은 상상을 초월하는 산업 생태계에 곳곳에서 균열이 일어나고 있는 비상한 상황이다.

방역 당국이 초긴장 대응에 넋 놓고 있었던 금융당국이 이젠 경제여건이 건전하다는 한가한 소리나 할 때가 아니라는 현실 인식이 우선돼야 한다는 말이다.

때론 응급 땜질 처방이라도 필요한 시기이다. 경제 위기상황에는 항상 대책반장이 등장했다. 경제 대책반장은 대통령이 주문한 전례와 제약을 뛰어넘는 특단의 대책을 신속하고 과감히 집행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현 경제팀에 대책반장이 있는지가 불안한 것은 금융시장이 말해주고 있다. 난세에 영웅을 바라는 것은 어제와 오늘도 같다. 방역 당국 모두가 영웅임을 보여줬듯이 금융당국도 여기도 영웅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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