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 아이디어 스마트가전 세분화
경력단절·근무환경 등 진입장벽 여전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일간투데이 유경석 기자] 정보통신기술(ICT)이 발달하면서 정밀함과 함께 섬세함이 경쟁력이 되고 있다. 특히 다양한 생활 속 아이디어가 사업화되면서 여성창업이 새로운 기회를 맞고 있다. 4차산업혁명이 여성창업의 기회로 인식되면서 정책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18일 한국청년기업가정신재단 부설 K-ICT창업멘토링센터(센터장 최병희)에 따르면 2020년 상반기 K-Global창업멘토링 14기 전담멘티 멘토링을 지난 16일 시작했다.

K-ICT창업멘토링센터는 ICT창업자들이 창업의 시작부터 성장, 발전 단계에서 느끼는 다양한 애로사항에 대해 10~20년간 벤처 ICT분야에서 사업해왔던 경험을 가진 멘토들과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공간이다.

2013년 시작된 K-Global 창업멘토링 사업은 1229개 기업(팀)의 전담멘티를 배출하는 등 고도화된 멘토링 체계를 제공하고 있다.

4차산업혁명분야 핵심기술인 AI 분야 16개 기업, 빅데이터 기업 3개를 비롯 여성 대표자 30명이 선정됐다.

이는 직관력을 기반으로 한 아이디어가 중요한 4차산업에서 여성의 섬세함과 관찰력, 집중력이 승부를 가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앞서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제20회 여성창업경진대회 축사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여성 특유의 섬세함과 풍부한 감성, 유연함, 창의적 사고가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여성기업이 더욱 부각되고 역할도 더 커질 것"이라고 격려했다.

특히 여성창업경진대회 전체 참가자 중 20∼30대 여성 청년창업자가 64%의 비중을 차지했고, IT·ICT·기술(과학/의학), 생활·바이오헬스, 교육서비스·콘텐츠 분야 등 4차 산업혁명에 부합하는 아이템이 84.3%를 차지해 눈길을 끌었다.실제 여성창업경진대회 수상자를 살펴보면 생활 속 아이디어를 사업화 한 것을 알 수 있다.


㈜브이픽스메디칼(대표 황경민)은 실시간으로 조직검사가 가능한 초소형 공초점 레이저 현미경을 개발해 대상의 영예를 안았다.

㈜진원온원(대표 이진영)은 ADHD 및 자폐스펙트럼장애(ASD)를 위한 BT/IT 통합 케어 프로그램을, ㈜비욘드푸드랩(대표 정선영)은 실온 보관 K-Food 밀키트 우주쿡으로 각각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일등인터내셔널(대표 김연진)은 맨홀, 전력구에 관통되는 지중 케이블용 방수 실링제품을, ㈜화이트스캔(대표 안은희)은 사이버 위협 인텔리전스 플랫폼을, 힌터(대표 정하윤)은 한정판 스니커즈 거래중개 서비스로 각각 우수상에 선정됐다.

또한 엘씨벤쳐스(대표 최지수)는 나만의 개성을 표현할 수 있는 패션콘텐츠 플랩 제품으로, ㈜투미유(대표 구도영)은 영상 더빙을 통한 스피킹 실력 향상 서비스로 신한은행장상을 받았고, ㈜지텍(대표 이소영)은 스마트제설 LED 교통신호등을, JHK medical science(대표 조서윤)는 실리콘 나노와이어 센서 난청 치매 진단 키트로 우리은행장상에 선정됐다. 듀이(대표 임지원)는 탐폰처럼 쓰는 혁신적인 일회용 생리컵을, ㈜에스엠디솔루션(대표 김현정)은 신체취약자용 구강세정기을 개발해 기업은행장상(특별상)을 받았다.

K-ICT창업멘토링센터(센터장 최병희)가 지난해 9월 실시한 2019 하반기 실전창업교육(PTS) 장면. 사진=K-ICT창업멘토링센터

여성들의 생활 속 아이디어는 국내 중소.중견기업들의 스마트가전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스팀청소기로 이름을 날린 한경희생활과학을 비롯해 코웨이, 리홈쿠첸, 린나이, 쿠쿠전자, 신일산업, 한일전기, 위닉스, 위니아딤채, 위니아대우 등 중소형 가전과 함께 셀루온, 아이코디스, 크레모텍, 디지털옵틱, 매직내니, 솔루팜, 코콤, 퓨처로봇, 솔트룩스, 윈즈, 에어비타, 엘리비전, LG전자, 삼성전자, SK텔레콤, KT, LGU+ 등 스마트가전 디바이스 생산기업이 활약하며 시장은 세분화되고 있다.


다만 우리나라 ICT산업의 여성고용율이 낮고 남성편향적인 벤처캐피털 생태계 등 ICT 여성리더 육성에는 뛰어넘어야 할 캐즘(Chasm. 아주 깊은 틈)은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연구자료에 따르면 2018년 기준 ICT산업 전체 상용근로자 89만 명 가운데 여성근로자는 26만 명(29.2%)에 불과하다. 이는 전체 산업 여성근로자 비율이 39%라는 점에서 10% 가까이 차이를 보인다.

이는 여성의 경력단절과 관련이 깊다. ICT산업 내에서 경력단절에 대한 기회비용이 타 산업 대비 높아지면서 여성인력이 노동시장으로 진입하려는 유인이 낮기 때문이다.

여기에 근무환경과 복지제도 등 비금전적 측면에서 수준이 열악한 데다 성별 다양성이 낮은 것도 진입장벽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여성들의 풍부한 감성이 반영된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사업화 하기 위해서는 정책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현재 여성 ICT 실무역량을 높이기 위해 이공계 여대생(멘티)을 대상으로 ICT분야 여성CEO(멘티) 등이 참여하는 '이브와 ICT멘토링' 사업이 진행되고 있으나, 전주기적 ICT 여성인재를 육성하는 방안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서미숙 에스엠에스 대표는 "여성기업의 경영상 애로사항으로 판매선 확보 등 마케팅 관리와 자금조달 등 자금관리가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면서 "가족 및 조세 정책이 여성의 일반적인 노동시장 참여를 제고할 수 있도록 하고, 여성의 기업활동을 차별하지 않도록 사회보장에 대한 접근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현경 IT여성기업협의회 회장은 "4차산업혁명 기반 여성기업의 네트워크를 구축해 공동의 관심사와 정책요구 사항을 발굴하는 플랫폼이 확보돼야 한다"며 "ICT분야에 많은 여성인재들이 진출하고 IT여성기업들이 스케일업할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신선미 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산업현장의 여성R&D인력 참여확산을 위해 여성연구원에 대한 고용친화적 문화가 조성돼야 한다"면서 "철강 등 여성비중이 낮은 업종 중심으로 R&D 참여시 여성인력활용계획 제출을 제도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희경 국회의원(국회 4차산업혁명포럼 공동대표)은 "ICT분야 여성인재를 얼마나 제대로 활용하느냐가 4차산업혁명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며 "임금격차, 출산.육아로 인한 일가정의 양립 어려움, 공고한 유리천장 등 여성이 매순간 마주치고 있는 캐즘을 넘어나갈 수 있도록 다양한 정책적 지원방안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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