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이 세계적 유행병(범유행)으로 퍼지면서 지금 세계는 바이러스와의 전쟁에 사투를 벌이고 있다.

마시는 술 원료를 의료용 세정수로 긴급 투입하는가 하면 스마트폰 공장 설비에서 의료용 마스크를 만드는 등 코로나 19로 파생된 위기 대응에 응급과 긴급이라는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전시에 총기와 탱크를 생산했던 자동차회사인 제너럴 모터스(GM)가 이제는 중국 류저우시에 있는 자사 생산공장에서 수술용 마스크를 제조하고 있다고 한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롤스로이스, 포드, 혼다 등 자국 내 생산기지가 있는 자동차 업체를 비롯해 60여 개 제조업체에 산소호흡기 등 필수 의료장비 생산을 요청했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또 세계적 명품 업체 루이뷔통의 모기업인 프랑스 그룹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는 자사 향수·화장품 제조시설에서 손 세정제를 생산, 파리에 있는 39개 공공병원을 비롯해 보건당국에는 비용을 받지 않고 세정제를 공급하겠다고 나섰다.

확진자 폭증으로 의료시스템 붕괴 위기에 처한 이탈리아에서는 축구장에 천막으로 임시 병실을 설치하고, 교도소 수용자들을 마스크 제조에 동원하는가 하면 중국에서 애플 아이폰 제조 기업인 폭스콘은 생산설비 일부를 마스크 만드는 라인으로 전환해 하루 100만 개의 마스크를 찍어내는 등 그야말로 위기에 대응하는 백가쟁명의 대책들이 나오고 있다.


의료나 보건과는 전혀 다른 분야의 기업들까지 나서 의료물자 생산에 나서는 특수한 상황에 대응하고 있다. 눈에 보이지 않은 바이러스와의 전쟁이라고 표현하는 게 일상화될 만큼 이번 코로나 19는 나를 어떻게 이겨낼 수 있는지를 시험하고 있다.

발원지인 중국이 코로나 19 확산을 차단하는데 근 1개월여간 모든 공장 문을 닫게 하는 자가격리와 이동 봉쇄 전략이 연쇄적으로 각국으로 퍼지고 있다.

국경 폐쇄와 입국 금지 등의 원초적인 방역대책은 일반화됐고 이에 따른 실직과 소득 급감으로 생존의 위기에 몰린 취약계층을 상대로 재난 기본소득을 한시적으로 지원하는 대책도 앞다투어 나오고 있다.

정부도 방역 당국의 상황 일일 브리핑과 함께 외환위기와 금융위기 때 가동됐던 비상경제회의를 12년 만에 부활해 19일부터 가동했다.

올해 예산 513조 원 규모에다 이번 코로나 19사태로 긴급 편성한 추가경정예산(추경) 11조7천억 원이 늘어났지만, 사태 추이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경제와 산업계 전반에 미친 피해를 복구하는 데는 더 많은 예산이 투입이 불가피해 보인다.

세계적인 재난에 각국이 사투하는 과정에서 생계를 위협받고 있는 저소득층을 보호하는 것은 국가의 몫이라는 점에서 정부의 예산도 과감하게 재조정할 필요성이 있다.

소위 예산의 전용도 검토해볼 만하다. 지난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구제금융을 받는 상황에서 재정집행의 우선순위가 뒤바뀐 사례가 있었다. 나라 곳간의 외환 사정을 우선 개선하기 위해서 급하지 않은 사안은 뒤로 미뤘던 예다. 당시 계획된 경복궁 복원도 일시 중단된 바 있다.

이번엔 다른 방식으로 올해 예산과 추경을 전체적으로 재조정해서 긴급한 데 투입하는 대책이 비상경제회의에서 논의하기 바란다.

사태가 심각한 상황에서 대책은 언 발에 오줌 누기식으로 하면 효과를 볼 수 없다.

초연결사회와 초연결 시대에 파장이 곳곳에서 동시다발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최전선으로 내몰리고 있는 사각지대에 대한 대응책은 과감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할수록 좋다고 본다.

모든 국민이 겪고 있는 코로나 19위기에 이것저것 따질 때가 아니라는 인식을 우리는 지금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대응책에서 보고 있다.

우리의 방역 당국과 의료계의 코로나 19 대응책이 세계적인 모델로 부상한 시점에 위기에 대응하는 정부 정책 또한 이와 다르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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