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 주택 공시가격 현실화…고가주택 세부담 늘어나
9억원 이상 타격…"거래량 감소·가격급등 피로감↑"

▲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한 고층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김현수 기자

[일간투데이 송호길 기자] 정부가 18일 발표한 공동주택 공시가격 인상안은 고가 주택일수록 상승폭이 큰 것이 특징이다. 그동안 고가주택의 공시가격 현실화율이 저가주택보다 낮아 이를 바로잡는 것이 이번 발표의 핵심이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인한 경기침체 우려와 겹치며 시장에 미치는 파장은 상당할 것으로 보고 있다.

19일 국토교통부가 아파트, 연립, 다세대 등 전국 공동주택 1383만호에 대해 발표한 공시가격을 보면 전국 평균 상승률은 5.99%다. 지역별로는 서울이 14.75%로 13년 만에 최대폭을 기록했다. 구별로는 강남구(25.5%)의 상승폭이 가장 컸으며 서초구(22.5%), 송파구(18.4%), 양천구(18.3)% 등이 뒤를 이었다.

고가 부동산 위주로 공시가격을 높였기 때문에 고가 아파트가 밀집한 서울 강남권의 공시가격 인상률이 두드러졌다.

국토부는 이번 공동주택 공시가격 인상으로 중산층과 서민층이 받는 영향은 미미하고 고가주택을 중심으로 세금이 오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영한 국토부 토지정책관은 "기존에 고가주택의 공시가격 현실화율이 저가 주택보다 낮아 조세 형평성에 적합하지 않았다"며 "고가주택의 현실화율을 높이면서 정상적이지 않았던 현상을 바로잡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체 1383만호 공동주택 가운데 현실화율 제고가 없는 시세 9억원 미만 주택은 1317만호(95.2%)이며 제고대상이 되는 9억원 이상 주택은 약 66만3000호(4.8%)다.

국토부 시뮬레이션 결과를 보면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는 작년보다 50% 가까이 늘어날 전망이다.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84.95㎡는 아파트 공시가가 1년 새 19억400만원에서 25억7400만원으로 올라 보유세는 1123만원에서 1652만원으로 늘어난다.

강남 대치동의 은마아파트(전용 84㎡)도 공시가가 지난해 11억5200만원에서 올해 15억9000만원으로 오르면서 보유세는 419만원에서 올해 610만원으로 200만원 가까이 올랐다. 같은 구의 래미안대치팰리스 전용 84㎡짜리 아파트 역시 414만원에서 602만원으로 뛰며 상승폭이 50%에 육박했다.

정부는 지난해 12·16대책에서 종합부동산세율을 1주택자는 종전 세율에서 0.1∼0.3%포인트, 3주택자와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는 0.2∼0.8%포인트 인상하고, 종전 200%였던 2주택자의 전년도 세부담 상한도 3주택자와 마찬가지로 300%까지 올리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로 위축된 부동산 시장에 공시지가 인상안이 또다른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코로나19가 부동산 수요의 관망과 심리적 위축을 부르는 상황에서 공시가격 인상에 따른 세 부담이 동시에 가중돼 앞으로 주택시장은 거래량 감소와 함께 가격급등 피로감이 거세질 전망"이라며 "조정지역에서 10년 이상 주택을 보유한 다주택자의 양도세 중과 유예 조치가 종료되는 6월 전에 추가 매도매물이 나올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도 "임대인들의 보유세 부담을 임차인에게 전가될 가능성도 있지만, 코로나로 인한 주택가격 하락세로 장기적 보유가 어려운 다주택자의 급매물 역시 발생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송 대표는 "작년 수준을 유지한 9억미만의 주택에는 큰 충격은 없겠으나, 9억원 이상의 주택 보유자는 부담감이 작용될 수 있다"며 "시가 9억원 초과 주택에 대한 대출규제와 자금조달계획서 제출강화 등 거래장벽 등으로 시장에서 매수자가 매물을 받아주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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